[주간政談<상>] 尹 '운전기사' 자처한 빈 살만 왕세자..."파격 예우, 왜?"

민주당 최고위원에 '또' 친명계?...내홍 우려
외교부가 말해준 해외 여행 범죄 대처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운전한 차량에 탑승해 FII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이 같은 예우는 외교가에서도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사우디 아라비아 실권자이자 'Mr.에브리싱'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운전기사를 자청하는 등 극진한 예우를 표했다. 한국과 사우디는 1980년 이후 43년 만에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양국은 21조 원(156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력도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며 '당내 통합'을 강조했다. 내년 총선 승리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당내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통합의 열쇠는 이 대표가 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조차 갈라치기와 계파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른바 '개딸'과의 결별 여부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친명계'를 임명한 점도 통합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동시에 11년 만에 유족 대표로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악수하며 '보수 대통합'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행보로 풀이된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식에 불참한다. 추도식이 '정치적 집회 행사로 변경됐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박정희 추도식은 비정치적이었냐고 지적한다.

-해외 여행 수요가 대폭 증가하면서 사건·사고 역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집계된 사건·사고는 7249건으로 지난해 발생한 1만1323건의 과반이다. 외교부는 피해 발생 시 대처 요령과 범죄 예방책을 제시해줬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정상회담에 이어 단독 환담도 했다. 지난 24일 리야드 영빈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인사하고 있는 윤 대통령. /뉴시스

◆'Mr.에브리싱' 빈 살만, 尹 위해 '차 운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4박 6일간의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어.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에서 이례적인 장면이 나왔네.

-윤 대통령과 순방단을 태운 공군 1호기가 사우디아라비아 영공에 진입할 때부터 사우디 측 F-15 전투기 2대가 공군 1호기의 양옆을 호위 비행했어. 다음 날인 22일(현지시간)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의 국빈급 예우 속에 정상회담을 마쳤어.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24일에도 두 정상은 약 23분간 환담을 했어. 이번 만남은 예정된 건 아니고 빈 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 숙소인 영빈관을 깜짝 방문하면서 성사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어.

-뿐만 아니야. 환담 이후 빈 살만 왕세자는 벤츠 차량 운전석 옆자리에 윤 대통령을 태우고 약 15분간 직접 운전해서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포럼(FII)' 행사장으로 이동했어.

-빈 살만 왕세자는 85년생으로 올해 38세의 젊은 권력자야. 사우디 왕가의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배경으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도 불려.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객실을 통째로 빌리고 한국에 있는 동안 사용할 식기를 1억 원가량 구매한 것은 물론 소파와 침대 같은 가구도 현지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어.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빈 살만 왕세자를 앞에 두고 비좁은 소파에 앉아있는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어.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왕실 내의 치열한 권력투쟁에서 살아남은 인물이기도 해. 그야말로 콧대가 높을 텐데 이번에는 윤 대통령의 '운전기사'를 자청한 거지. 일본만 보더라도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해 11월 방한 이후 방일 일정을 돌연 취소하면서 일-사우디 정상회담이 무산된 적이 있어.

-사우디 측이 윤 대통령과 순방단을 이처럼 극진히 예우한 배경이 뭘까.

-두 정상이 차를 타고 도착한 장소가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잖아. 대외적으로 '행사에 참석한 정상급 인사를 잘 챙기겠다'고 알리는 효과를 노렸던 것 같아. FII는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해 지난 2017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행사야.

윤 대통령이 지난 24일 FII에 참석해 빈 살만 왕세자와 입장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또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각종 경제 협력 계약을 맺었는데 이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여.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중에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에게 "다음번에 오시면 사우디에서 생산하는 현대차 전기차를 함께 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해. 이번에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합작 투자로 약 4억 달러(5400억 원) 규모의 자동차 조립공장 단지를 건설하기로 계약한 걸 가리킨 거야. 대통령실 관계자는 왕세자의 발언에 대해 "농담이 아닌 절실한 바람이 담긴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어.

-또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석유 수출 의존형 경제 구조를 제조업 기반의 신산업으로 바꾸려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첨단 제조업 기술과 디지털 역량을 갖추게 된 한국의 경제성장 경험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K팝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유입되면서 사우디 내에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 사우디 장관들은 한국에 출장 올 때마다 자녀들로부터 K-팝 아이돌 그룹의 앨범, 굿즈를 사달라는 요청을 받는대(웃음).

-예우뿐만이 아니야. 한국과 사우디는 이번에 공동성명도 채택했어. 지난 1980년 이후 무려 43년 만이야. 또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21조 원(156억 달러) 규모의 경제협력을 하기로 약속했어. 지난해 11월 체결한 약 290억 달러(40조 원)까지 합하면 윤 정부 출범 2년 차에 총 61조 원가량 사우디와 투자 및 경제 협력을 맺게 된 거야.

-윤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는데, 풀어야 할 과제가 쌓여 있어. 우선 적합한 대법원장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찾아야 하는 인선 문제가 시급해. 또 여야 쇄신 흐름 속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 회동도 이뤄질지 주목돼. 당장 오는 31일 예정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윤 대통령이 국회를 찾을 때 자연스럽게 만남이 성사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와. 또 올해 목표치인 '경제 성장률 1.4%' 달성도 힘들 거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는데, 물가 관리 등 민생을 어떻게 챙길지도 꼼꼼히 봐야 할 거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지명직 최고위원에 충청 출신 여성 친명계(친이재명계) 박정현 전 대덕구청장과 호남 출신 비명계(비이재명계) 3선 이개호 의원을 임명했다. /남용희 기자

◆野, 결국 '친명계' 박정현 최고위원 인선...계파 갈등 다시 불붙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석이 된 지도부 인선을 마무리했지?

-이 대표는 27일 최고위원에 충청 출신 박정현 전 대전시 대덕구청장을 임명했어. 정책위의장으로는 호남 출신의 이개호 의원을 임명했지. 신임 박 최고위원은 대전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졸업한 대표적인 충청 여성 정치인으로,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에서 환경운동을 펼친 여성 정치인이야. 민주당은 박 최고위원을 두고 여성의 정치참여에 앞장섰던 인물로 소개했어. 대전 지역 정가에 밝은 한 민주당 보좌진은 "지역 내 평판이 좋은 분"이라고 하더라고.

-박 최고위원은 지도부 내에서 잠시 후보로 거론됐다가 보류됐잖아.

-맞아. 지도부 내에서는 박 최고위원을 임명하자는 의견으로 몰렸다고 해. 지역, 성별 안배 차원에서 박 최고위원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나 봐. 이 대표의 의지도 있었어. 민주당 한 최고위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병상에 있었을 때부터 당시 박 전 구청장을 후보군에 두고 고려했거든. 하지만 비명계에서 친명계 인사 인선에 대한 반발이 계속돼 잠시 보류했던 거야.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최고위원 인선을 두고 "지금 당 지도부는 소프라노인 친명 일색"이라며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왔던 사람 중에 인선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어.

민주당은 이날 공지문을 통해 이 같은 인선 결과를 전하면서 "충청 출신의 박 최고위원과 호남 출신의 이 정책위의장의 인선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이번 인선으로 당내 잡음이 나올 가능성도 있을까.

-충분히 있을 거라고 봐. 이 대표의 지역 탕평 의도가 담긴 인사로 풀이되지만 박 최고위원은 비명계 송갑석 의원과는 결이 달라. 박 최고위원이 친이낙연계 인물로 분류되는 박영순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대덕구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거든. 자칫 이 대표가 박 최고위원을 챙겨준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잖아. 이 대표는 이번 인선 배경에 대해 "그분이 왜 비판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친명인지도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어. 이번 최고위원 인사는 이 대표의 '통합'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는데, 사실상 비명계 반발을 이 대표가 후순위로 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최근 5년간(2018~2023년 상반기) 국가별·유형별 재외국민 피해 사건사고 누적 통계. / 황희 의원실 제공

◆해외에서 여권 잃어버리면 어떻게?…외교부에 물어보니

-이번 주 베트남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두 건이나 발생했지. 여행 수요가 늘어나니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당하는 사건·사고도 늘어나는 모양이야.

-맞아. 마스크 착용이나 격리 등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하면서 올해 초부터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어.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엔 178만2313명, 2월엔 172만4880명이 출국했다고 하는데 이건 전년 대비 각각 11배, 14배나 늘어난 수치야. 휴가철인 7, 8월에는 출국자 수가 200만명 대에 이르렀어.

-재외국민 사건·사고 관련해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황희 의원실이 지난 25일 외교부에서 받은 자료를 살펴봤어. 최근 5년(2018~2023년 상반기)간 해외에서 사건·사고를 당한 우리 국민은 총 6만3798명으로 집계됐어. 사건·사고 유형은 살인, 강도, 절도, 분실, 강간·강제추행, 납치감금, 폭행상해, 사기, 안전사고사망, 행방불명, 교통사고, 기타 유형으로 분류했어.

-시기·유형·국가별로 자세하게 살펴보면 어때?

-작년과 비교해서만 볼게. 2022년 재외국민이 겪은 사건·사고는 1만1323건이었어. 그런데 올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게 7294건으로 이미 과반이네. 국제교류가 활발해진 만큼 올해 말이 되면 작년의 사고건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2022년엔 '기타'로 분류되는 사고, 분실, 절도사고를 당한 순으로 많았어. 각각 4861건, 2710건, 1342건이야. 2023년엔 분실사고, 기타, 절도 순으로 각각 2478건, 2053건, 1220건으로 집계됐어. 대부분이 분실, 절도사고인 만큼 물건 간수에 특히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인파로 북적이는 장면. / 뉴시스

-황 의원은 최근 5년간 국가별·유형별로 재외국민 피해 사건·사고 누적 통계를 제시하기도 했어. 유형별 최다 발생 국가는 △살인(미국) △강도(필리핀) △절도(스페인) △강간 및 강제추행(중국) △납치감금(중국) △폭행상해(베트남) △사기(중국) △안전사고 사망(태국) △교통사고(베트남) △행방불명(미국) △기타 범죄(중국) 등이었어.

-그렇다고 미국을 '살인 당할 위험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할 순 없어. 재외국민에는 관광객뿐 아니라 유학생, 주재원, 직장인 등도 포함되거든. 그리고 각 범죄 유형에서 건수가 많은 나라를 꼽은 것이지 범죄 발생 '비율'로 집계한 건 아냐. 사람이 많은 곳에 사건·사고도 많기 마련이잖아. 특정 국가에 편견을 가지기보단 참고해 조심하면 좋을 듯 해.

-해외에서 사건·사고를 당하면 어떻게 해야 돼?

-분실, 절도 사고가 제일 많다고 하니까 지갑, 핸드폰, 여권을 잃어버린 상황을 가정해 외교부에 문의해 봤어. 외교부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어떻게든 여행지와 가까운 대사관 또는 영사관과 연락이 닿는 게 최선"이라며 "출국 전에 여행지와 가까운 공관 전화번호나 주소를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고 말했어. 당사자가 공관을 직접 찾아가야 여권이나 비자를 대신할 임시 신분증을 발급받거나 금전적인 문제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야. 예를 들어 갑자기 심하게 다쳐 수술을 받아야하는데 당장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도 생길 수 있잖아. 그러면 현지 공관이 국내 가족들에게 연락해 병원비를 전달한다거나, 공관에서 병원비를 먼저 내고 나중에 청구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준다고 해.

-외교부에서는 해외에서 사건·사고 또는 긴급한 상황에 처한 우리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연중무휴 24시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사콜센터'도 운영하고 있어. 영사콜센터는 긴급 상황 시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민원인이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현지 공관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 결국은 여행지와 가까운 현지 공관을 알아두는 게 중요한 셈이지. 영사콜센터는 카카오톡, 위챗, 라인 등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니까 꼭 기억해 두라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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