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1주기 앞둔 이태원 핼러윈
축제 분위기 없지만 행인들로 활기
추모 위해 찾아 눈시울 붉히기도
27일 오후 10시께 서울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가운데에 놓인 질서유지 펜스 옆으로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박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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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텅텅 비었을 줄 알았는데….”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27일 금요일, 오후 10시께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나온 최모(30)씨가 주변을 둘러보며 혼잣말을 했다. 인근에서 저녁 약속을 가진 뒤 이곳에 들렀다는 최씨는 “지난해 참사가 기억이 나 잠시 들렀다”며 “참사가 있던 장소라고 해서 인근을 지나다 들렀는데 마냥 한산하지만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평소처럼 활기찬 핼러윈 축제 분위기는 없어 슬프다”고 덧붙였다.
저녁 늦은 시간대 이태원역 일대는 주말인만큼 길을 오가는 친구, 연인 단위 행인들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상점들에서도 저마다 크게 음악을 틀었다. 하지만 1년 전 불과 40여m 길이의 골목에서 159명이 사망한 대규모 참사의 상흔은 곳곳에 남아있었다.
지난해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상점들을 채웠던 유령·호박 등 핼러윈을 기념하는 장식품, 핼러윈 분장을 한 상인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코스튬 복장을 한 이들 역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음식점이나 술집 내부 곳곳에도 만남을 갖는 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빈 자리가 남아 있었다. 클럽 등 유흥업소는 더욱 손님이 드물었다. 이태원역 인근 클럽 앞에선 호객 행위가 계속됐지만 발길을 들이는 이들은 없었다.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안전사고를 대비해 투입된 용산구청 직원. 박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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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인파 규모 역시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랐다.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문화거리에는 지난해 한 걸음도 옮기기 어려울 정도의 인파가 밀집됐다. 그러나 이날은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놓인 질서유지 펜스를 따라 20여 명 정도가 일방통행으로 오갈 뿐 혼잡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술집 앞에서 손님을 안내하던 직원 A씨는 “최근엔 매출이 어느 정도 회복된 상태였다. 다만 바로 지난주와만 비교해도 확실히 차분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태원을 찾은 시민들은 지난해 참사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연인 최모(28)씨와 홍모(26)씨는 “녹사평역 쪽에서 식사를 하고 걷다 무심코 들르게 되었는데, 참사 때 집에서 뉴스로 소식을 접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나서 슬프다”고 말했다. 지난해 무질서했던 상황과는 달리 사거리 횡단보도엔 대기 공간마다 경찰이 1~2명씩 배치됐다. 행인들 역시 무단횡단을 하거나 붐비는 상황 없이 질서정연한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예년보다 조용한 핼러윈을 예상했다면서도,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술집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윤모(25)씨는 “북적북적한 분위기는 없어 특별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손님이 혼자 넘어질뻔 하면서 ‘어어’하는 소리만 내도 화들짝 놀라 돌아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메시지를 읽고 있다. 박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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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지인과 함께 방문한 윤지영(32)씨는 이곳에 마련된 추모 공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추모 메시지를 읽다 눈물을 훔쳤다. 윤씨는 “이태원 일대를 아주 좋아했는데, 참사가 발생했다고 해서 슬픈 기억만 가지고 싶지 않아 일부러 평소에도 자주 찾아왔다”며 “오늘도 저녁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오래 시간을 보내다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역 대신 인파가 밀집될 것으로 예상됐던 홍대 일대의 경우 유명 식당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등 한층 붐비는 모습이었다. 핼러윈 장식을 걸어둔 상점들도 적지 않았다. 다만 코스튬 복장을 한 핼러윈의 분위기는 예년보다 덜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모(52)씨는 “핼러윈데이 직전 금요일이라면 이 시간쯤 완전히 사람들로 가득차야 하는데, 그냥 평소의 금요일 정도의 인파로 확실히 덜 복잡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핼러윈기간인 이날부터 28일까지 이태원역과 홍대입구역 인파 밀집 구역에 경찰관 620명, 기동대 10개 부대 등 총 1260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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