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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경찰 반 시민 반`…참사 후 첫 핼러윈, 긴장 감도는 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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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음식거리 골목에 펜스 설치

곳곳에 소방·경찰·공무원 배치돼

"긴장 놓지 말고 계속 조심해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경찰이 많아서 작년보다 안전하다고 느꼈어요.”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본격적인 핼러윈 기간이 시작된 27일 이태원 골목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긴장감이 감돌았다. 많은 경찰과 구청 직원이 배치돼 차량과 행인 통제에 나섰고, 방문한 시민들의 얼굴에도 긴장이 느껴졌다. 다만, 인파관리에 힘쓰고 있는 탓에 작년과 같은 우려되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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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세계음식거리에 27일 인파관리를 위한 안전펜스가 설치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오후 6시부터 행인 몰리기 시작…“안전관리 더 신경 써야”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은 지난해 압사사고로 숨진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과 퇴근길에 나선 직장인들로 붐볐다. 이들은 사고 예방을 위해 배치된 경찰과 공무원들을 보며 지금처럼 안전관리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파 관리를 위해 오후 4시부터 이태원역 1·4번 출구 앞 차도 각 1개에 철제펜스를 설치하고 차량 이동을 제한했다. 세계음식거리 곳곳에는 철제펜스와 함께 경찰과 지자체 직원들이 배치돼 행인의 동선이 한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안내했다. 인도 주변에 세워진 불법 주정차 차량은 경찰의 안내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조치됐다.

이 모습을 본 한주희(33)씨는 “작년에 큰일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조금 불안하지만 전보다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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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 차량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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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원활한 인파관리를 위해 서울교통공사도 인파관리에 동참했다. 지하철역 각 출입구 벽에는 일방통행 동선과 이용할 수 있는 출입구가 적힌 안내문이 부착됐다. 승강장에는 “역사 안이 혼잡하니 안내에 따라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반복해서 재생됐다.

오후 6시부터 이태원을 찾는 시민이 하나둘씩 늘었다. 용산구청 공무원들과 의용소방대원들은 안전봉을 들고 호루라기를 불며 도보순찰에 나섰다. 노선버스는 오후 5시부터 이태원역 인근 정류장에서 정차하지 않고 지나쳤다. 각 버스 정류장에는 핼러윈 안전대책을 위해 이날부터 오는 29일까지 오후 5시부터 오전 3시 사이에 버스가 지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시민들은 경찰과 지자체의 대응이 1년 전보다 강화됐지만 사고 예방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작구에 사는 전모(22)씨는 “(안전관리를) 일찍 시작하면 핼러윈 당일에는 안쪽 골목까지 상황이 괜찮아질 것 같다”면서도 “사실 안전대책이나 지침이 시민에게 알려지지 않아 피부에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씨와 함께 이태원을 방문한 권모(22)씨도 “어떻게 해도 작년 사고를 생각하면 충분한 건 없는 것 같다”며 “아직 충분하지 않아 보여서 계속 보완해나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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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골목에 27일 미끄러움을 막기 위한 종이상자가 깔려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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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피해 키운 골목길 경사로… 피해 줄일 세심한 조치 부족

시민의 지적처럼 이태원 골목에선 불안한 모습도 관찰됐다. 용산구청 직원들은 미끄러움에 의한 낙상사고를 막기 위해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으로 이어지는 경사로에 모래를 뿌리고 그 위에 종이상자를 펼쳐 놓았다. 하지만 상자는 땅에 고정되지 않아서 손으로 들거나 발에 치이면 움직였다. 경사로 우측에 설치된 빗물받이에는 고정되지 않은 고무판이 종이상차처렴 놓여 있었다.

경남 사천시에서 온 장래민(25)씨는 “바닥에 깔아놓은 상자는 더 위험해 보여서 당장 치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경사로니까 상자 위에 여러 명이 오르면 발이 걸리거나 미끄러질 수 있다”며 “(안전조치를) 앞으로 더 개선해야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은 이날 오후 7시 8분쯤 경사로에 깔린 상자를 제거하고 바닥에 뿌린 모래를 쓸었다. 구청 직원들은 “미끄러운 골목이니 주의하라고 안내하라”며 주변에 배치된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현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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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골목의 빗물받이 위에 고무판이 깔려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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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은 지난 24일 이달 27일부터 31일까지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모인 인파에 대비해 안전대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마포, 용산, 강남 등 주요 지역의 경찰서는 경계강화 비상근무를 실시하고 12개 경찰서 620명과 경찰관기동대 10개 부대 등 총 1260명을 취약 장소에 투입한다. 아울러 경찰은 도로와 인도 위 위험성 장애물을 지자체와 관리하고, 서울교통공사와 협업해 밀집이 예상되는 지하철역사에서 중요범죄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찰과 지자체의 안전조치가 지나치단 평가도 나왔다. 좁은 길에 설치된 펜스로 보행이 통제되자 일부 시민은 대응이 지나치다고 경찰에게 항의했다. 세계음식거리 일대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이모(47)씨는 “식당들이 다 배달을 받는데 우리는 통행이 제한되니까 일을 못한다”며 “지금도 경찰에게 사정해서 들어왔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같은 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길을 다 막으니까 올 사람도 안 올 것 같다”며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추모는 당연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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