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박희영 기자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박희영 기자
[앵커]
159명이 목숨을 잃은 10·29 이태원 참사. 벌써 1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CBS는 이태원 참사 이후 달라진 혹은 여전히 그대로인 우리 사회의 모습을 취재해 계속 전해드렸는데요. 어느덧 정치적 집단이라는 낙인이 찍히기도 한 참사 유가족을 직접 만나서 솔직한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박희영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박기자는 올 봄에 10·29 진실버스를 타고 유가족과 전국을 돌기도 했잖아요. 1주기를 맞아서 좀 더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던 분들이 형제를 잃은 유가족이었던 건가요?
[기자]
네, 보통 참사 희생자 부모님들의 애끓는 모습을 매체에서 많이 보셨을 텐데요. 대부분 20~30대인 참사 희생자의 형제·자매들은 부모 세대보다 2차 가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도 부모 세대가 주도하고, 활동에 참여하는 형제·자매는 10명 안팎에 불과합니다.
이분들 목소리도 좀 들어보고 싶어서요. 지난 22일, 이태원 참사로 형제·자매를 잃은 유가족 4명을 상대로, 자유로운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 약칭 FGI라고 하는데요. 인터뷰를 3시간 가량 CBS목동 사옥에서 진행했습니다.
희생자 형제들인 김유진씨, 박도현씨, 송지은씨, 유정씨가 차마 부모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세상에 내놓은 시간이었습니다.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시내 번화가에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한 상점에 지난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및 휴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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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유진씨 박도현씨 송지은씨 유정씨. 이 네 분이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직접 목소리를 들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2분30초 정도를 쭉 재생하겠습니다. 유튜브와 레인보우에서는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 인서트1>
[김유진(28) / 고(故) 김유나 언니]
"아침이 오니까 아침을 맞고, 저녁이 오니까 잠을 자고. 참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저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정작 유가족이 알고 싶었던 것은 하나도 알지 못했고 아무리 거리에 나와서 집회를 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래도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목소리 내는 일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살다 보니 1년이 됐더라고요"
[박도현(32) / 고(故) 박시연 오빠]
"저희 남매는 정말 친했어요. 행복한 미래를 생각할 때 거기엔 항상 동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미래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일이 오면 뭐하고, 오늘이 며칠이면 뭐 해. 친구들이 보자고 해서 약속을 잡았다가도 잊어버려요. 서류를 작성할 때 연도가 생각이 안 나서 물어봤다가 미래에서 왔냐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그 정도로 무감각해진 것 같아요"
[송지은(28) / 고(故) 송영주 언니]
"그전에는 뭔가 하고 싶다는 의욕도 많았고 꿈도 많았거든요. 근데 참사 이후에는 '해서 뭐 해'라는 생각이 크고 의욕도 없는 것 같아요. 살아가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굉장히 많이 드는 것 같고, 그냥 진짜 시간이 흐르니까 살아가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 같아요"
[유정(26) / 고(故) 유연주 언니]
"동생 보내고도 한두 달 정도는 사회복지사 일을 계속했어요. 해가 바뀌며 사람 상대하는 게 힘들어지더라고요. 내가 만나는 고객이 알고 보니 2차 가해 하는 사람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저를 잠식하더라고요. 사람을 만나지 않는 분야로 이직했어요."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27일 서울 용산구 참사 현장에 조성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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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반적으로 목소리에서 무력감, 우울감이 많이 느껴져서 너무 안타깝고요. 공통되게 하시는 말씀이 앞날에 대한 어떤 기대가 없다는 거네요.
[기자]
참사 이후에 한마디로 삶이 송두리째 바뀐 거죠. 안전하게 돌아올 줄 알았던 내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국가가 시민을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은 깨졌습니다.
[앵커]
유가족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뭔가요?
[기자]
정부는 참사 당일 희생자들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는지도 설명하지 않았죠. 유가족협의회가 간신히 구급일지를 받아냈는데 여기에도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정부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고, 유가족의 시간은 그날 밤에 여전히 멈춰있다.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앵커]
이태원 참사 이후 특징이, 이분들이 다른 유가족을 찾고 연대하는 것도 처음이 굉장히 어려웠던 거잖아요.
[기자]
네, 정부와 서울시의 "개인정보 보호지침" 때문에 참사 유족들이 서로 연대하고 힘을 합치는 일마저도 매우 어려웠습니다.
유가족 모임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참사 발생 42일 만인 지난해 12월 10일에야 출범했습니다.
장례 절차를 마친 후 다른 유가족을 찾기 시작했던 유가족 중에는 찾을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요.
인터뷰에 참여한 유정씨 말씀이 "국가 애도 기간이 딱 끝나니까, 유가족이 그냥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다른 유가족을 찾기 시작했다" 하시더라고요. 이부분 이야기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를 앞둔 27일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추모 전시물이 설치돼 있다. 박종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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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26) / 고(故) 유연주 언니]
"저는 연주가 봉안당에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다른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접점이 없어서 그냥 하염 없이 기다렸어요. 너무 정신이 없어서 SNS나 이런 거 찾아볼 생각도 못했고 연주 핸드폰도 아이폰이라서 다 잠겨 있는 상태고 어떤 연락도 취할 수 없고 되게 무인도에 갇힌 느낌으로 한 2~3주를 보낸 것 같아요. 그러던 중에 연주 대학교 친구로부터 연락이 와서 유가족협의회에 들어가지 않겠냐고 해서 들어가게 됐거든요. 그런 부분을 다 원래는 국가가 해줬어야 되는 부분들인 거잖아요"
[앵커]
박 기자가 서두에도 말씀하셨지만, 희생자 형제·자매분들은 아무래도 부모 세대보다는 SNS나 인터넷 댓글, 커뮤니티에서 날선 말들을 더 적나라하게 접할 수 밖에 없잖아요. 가장 고통스러웠던 말은 뭐였다고 하던가요?
[기자]
'놀러 가서 죽었다' 이 말이 유가족을 가장 괴롭혔다고 했는데요. 참사 책임 주체에서 국가를 지우고, 유가족에게 온전히 애도할 권리를 빼앗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가족은 슬픔을 받아들일 겨를도 없이 희생자 명예회복 투쟁에 나서야만 했다고 말합니다.
유가족들은 이러한 2차 가해가 심해지는 것도 국가가 이들을 외면하고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를 꼽았습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27일 시민들이 서울 이태원역 인근 현장에 조성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지나가고 있다. 박종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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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년이 다돼가는데 책임자 수사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참사 대응 책임을 묻는 서울경찰청 정보라인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관련 재판은 한 달에 한번 꼴로 열리는 실정입니다. 올해 안에 1심 재판 결론도 나지 못할 전망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마다 "참사는 예견할 수 없었다"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보니 유가족들은 더 애가 타는 상황인데요.
이임재 전 용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구속됐던 핵심 피의자 6명은 모두 보석 석방됐고, 일부는 올해 핼러윈 행사 대응을 다시 지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찰 피의자 중 최고위급인 김광호 서울청장 등 윗선은 검찰이 기소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단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유가족들과 시민단체가 아직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속도를 내라고 촉구하는 이유들입니다.
[앵커]
오는 일요일에 참사 1주기 추모식이 열리는데, 유가족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일단 거절한 상황이거든요.
[기자]
대통령실이 검토는 했지만, 정치 집회 성격이 짙어서 참석은 적절치 않은 걸로 판단했다 이렇게 설명해서 또 논란이 됐는데요.
유가족은 재차 윤 대통령의 추모행사 참석을 요구한 상황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와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국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메시지도 내주길 바라는 소망을 유족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죠. 박희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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