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시민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박람회에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생산한 제품도 선보였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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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노인이 받는 각종 연금(월평균 60만원)이 스스로 생각하는 최저 생활비(월 124만30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를 앞두고 나온 통계다.
통계청은 26일 기초연금·국민연금·직역(공무원·군인·사학 등)연금·주택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과 여러 기관(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국세청 등)의 데이터를 연계한 ‘포괄적 연금통계’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1988년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한 뒤 공적·사적 데이터를 포괄해 만든 관련 통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경진 기자 |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내국인 862만명 중 연금 수급자는 777만명(90.1%)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수급액은 60만원이었다. 수급자를 한 줄로 세웠을 때 중간 사람이 받는 중위 수급액은 38만2000원으로 평균 수급액에 훨씬 못 미쳤다.
18~59세는 3013만명이었다. 이 중 연금을 1개라도 가입한 인구는 2373만명(78.8%)이었다. 월평균 보험료로 32만9000원을 납부했다. 2016년(수급액 42만3200원, 납부액 29만8000원)과 비교해 5년 새 수급액은 17만7000원, 납부액은 3만1000원 올랐다.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훨씬 많이 늘어난 셈이다.
김경진 기자 |
하지만 실제 국민이 원하는 노후 생활비와 격차가 컸다. 같은 해 기준으로 국민연금연구원이 분석한 ‘제9차(2021년도) 중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이 의식주 해결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생활비’는 개인 기준 124만3000원, 부부 기준 월평균 198만7000원이었다.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적정 생활비’는 개인 177만3000원, 부부 277만원이었다.
세계로 눈을 넓혀보면 간격이 더 두드러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기준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 인구 비율)이 40.4%로 회원국 1위다. 호주(22.6%)·미국(21.6%)은 물론 캐나다(12.1%)·이탈리아(10.3%)·영국(13.1%)과 차이가 크다.
김경진 기자 |
노인이 가난한 건 연금의 소득대체율(근로기간 중 받은 임금에 대한 연금액 비율)이 낮아서다. 국민연금의 경우 처음 도입할 당시 소득대체율이 70%였지만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연금개혁을 거치며 50%까지 낮아졌다. 이후로도 2028년까지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40%까지 떨어지도록 설계했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면 보험료율을 올려야 하지만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올해도 월 소득의 9%(사업자 4.5%, 직장가입자 4.5%)로 1998년 이후 25년째 동결 상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보험료율을 높이고 연금수급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면 총급여 지출을 3분의 1가량 억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금도 연금으로 생활하기 부족한데 덜 받는 식은 안 된다”며 “정년 연장과 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 개편, 퇴직자 재고용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발표한다. 이달 말까지 국회에 해당 계획을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결론 내지 못하고 방향성만 제시하는 데 그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서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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