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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김기현 ‘이태원 1주기 추모대회’ 불참···박정희 추도식엔 여당 지도부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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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 패배 후 보수층 지지 의식

윤석열 대통령과 행보 맞추기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와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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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오는 29일 열리는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는다. 야당 주도 ‘정치집회’라고 판단해 불참하기로 한 윤석열 대통령과 행보를 맞추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반면 지난해 당 지도부가 참석하지 않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26일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에도 국민 통합과 외연 확장보다는 보수층 지지 확보에만 매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대표는 29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직 참석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윤재옥 원내대표도 불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이만희 사무총장은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당4역 가운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겠다고 직접 밝힌 사람은 유 의장이 유일하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시민추모대회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참석 여부는) 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은 신속히 추진할 뜻을 밝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 1주기에) 추도제가 여러 개가 있는 것 같다”며 “서울광장에서 하는 추도제 성격에 대해 (정치집회라는) 의견이 사전에 있었다. (1주기) 당일 어떤 식으로 추모해야 하는지에 대해 협의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등 야4당,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정치적 행사’여서 순수한 추모행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불참 결정은 윤 대통령과 보폭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지난 18일 요청한 시민추모대회 참석을 검토했으나, “정치적 집회가 될 수 있다”며 불참을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시민추모대회에서 여권이 반대하고 있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요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윤 대통령 불참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를 비롯한 당4역과 최고위원들, 인 혁신위원장 등 여당 인사들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4주기 추도식에는 대거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정진석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그 전날 윤 대통령과 함께 서울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날 추도식엔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 최초로 왔다. 김 대표는 추도식에서 지난달 13일 대구 사저에서 만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다시 만났다. 김 대표는 “(사저 방문) 이후에도 또 뵀다. 같이 식사도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는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

행사를 주관한 민족중흥회의 정재호 회장은 추도사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에 대해 “주사파 운동권 세력” “북한 김정은 비위 맞추기”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은 “하늘이 허락하신 천행”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이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가 ‘정치행사’라 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게 무색했다.

김 대표와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파주시 동화경모공원에서 열린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추모제에도 참석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을 가난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노 전 대통령이 “문민 민주사회로 가는 과도기를 큰 혼란 없이 이끌었”다고 각각 추앙했다. 김 대표가 이날 두 대구·경북 출신 전직 대통령 추모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보수 결집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은 수직적 당·대통령실 관계 혁파와 중도층 포섭을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한 최대 과제로 꼽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여전히 윤 대통령이 설정한 범위 내에서만 움직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윤석열계인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못하신다면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함께 참석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이 부분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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