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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당신들의 잘못이 절대 아닙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319일 생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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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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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3년 10월 26일 (목)
□ 진행 :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자 : 김초롱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귀빈 아나운서(이하 박귀빈): 2022년 10월 29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참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시에 이 참사로 159명이라는 정말 많은 청춘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 또 가까스로 살아난 생존자들 그들의 1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 1년의 시간을 기록으로 엮은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 작가.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어요. 어서 오세요.

◆ 김초롱 작가(이하 김초롱): 안녕하세요.

◇ 박귀빈: 예. 요즘에 가을이잖아요. 가을은 계절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하고 요즘에 낙엽이 이렇게 뒹굴어 다니는 걸 보면 참 가을을 이렇게 만끽하기 좋은 시절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작가님은 어떠세요? 요즘에 좀 그런 풍경도 눈에 담고 그러세요?

◆ 김초롱: 담고 싶은데 사실 그럴 여유는 없습니다.

◇ 박귀빈: 그래요. 지난 1년 어떻게 보내셨을지 좀 궁금해요.

◆ 김초롱: 사실 많이 아팠고요. 그래서 그 아픈 거를 좀 잘 이겨내 보고자 노력을 많이 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 못 했었거든요. 근데 지나고 보니까 좀 많이 잘 살아보려고 애를 많이 썼던 1년이구나. 그래서 잘 기억이 안 나는구나. 그래요. 그래서 시간이 되게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에요.

◇ 박귀빈: 작가님한테는 시간이 되게 빠르게 지나간 그런 느낌이군요. 그러니까 지난 1년도 그런 마음으로 지내오셨는데 이제는 1주기가 곧 다가오거든요. 요즘 들어 조금 더 마음이 좀 달라지세요? 어떠세요?

◆ 김초롱: 사실은 트라우마 치료는 다 끝났어요. 종결이 됐어요. 그래서 굉장히 괜찮아졌고 나는 건강해졌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딱 추석 연휴가 끝나고 10월 3일 4일이 되자마자 계절이 바뀌었는데요. 그때 제가 되게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거든요. 그때 딱 느꼈어요. 계절이 바뀌니까 몸이 기억한다. 그래서 그때부터 다시 심장 두근거림이나 잠을 잘 푹 못 잔다거나 이런 게 다시 시작되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좀 슬펐습니다.

◇ 박귀빈: 그러시군요. 책을 한 권 제가 들고 있습니다.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라는 제목의 책이고요. 그리고 여기 밑에 보면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 김초롱이 건너온 319일의 시간들'이라는 부제가 적혀 있습니다. 지금 작가님 앞에도 보이는 라디오로 보시는 분들은 화면에서도 책의 겉표지를 보실 수가 있는데. 일단 이 책 제목 어떻게 지으신 거예요? 이 책 제목이 어떻게 이렇게 나왔나요?

◆ 김초롱: 사실은 원제목은 그게 아니었어요. '나의 고통에게 안녕을 고한다'가 원래 제목이었어요. 근데 사실 이 책은 제가 작년에 참사 직후에 인터넷 커뮤니티의 상담 일지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글이 시작됐는데 그 글이 정말 많이 유명해졌었어요. 그 글의 원래 제목이 '선생님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였거든요. 그래서 그 글의 제목을 지우고 사실은 내 고통을 완전히 안녕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제목을 바꿀까 생각했었는데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버릴 수는 없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큰 메시지를 담기도 했고 제가 실제로 상담을 받으면서 저의 상담 선생님께서 참사 생존자는 그냥 대한민국 사람이면 모두가 생존자인 건데 왜 그걸 그렇게 거부하느냐 그런 말씀을 해 주셨던, 실제로 제가 입 밖에 냈던 '제가 진짜 생존자예요?' 이렇게 물었던 말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의미가 있어서 제목으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 박귀빈: 그러면 지금 그 '생존자'라는 표현. 우리 작가님을 아마 어디서든 소개할 때 다 그런 표현을 쓸 것 같은데 말씀대로 우리는 다 모두 생존자인데. 작가님이 그렇게 표현을 해요. 그 단어 지금 느낄 때는 어때요?

◆ 김초롱: 사실 듣기 싫어요.

◇ 박귀빈: 지금도?

◆ 김초롱: 네. 그러니까 생존자라는 게 무슨 서바이벌 게임에 나가서 1등하면 생존자라는 게 되게 뭔가 뿌듯할 것 같아요. '나 생존했다. 나 진짜 최후의 1인이야.' 근데 이런 그런 느낌이 아니잖아요.

◇ 박귀빈: 그렇죠.

◆ 김초롱: 그리고 저는 어떤 상황에 뭔가 내 목숨을 걸고 목숨을 불사지르러 간 게 아닌데, 그냥 일상을 살다가 그냥 멀쩡하게 나온 것뿐인데 그걸로 생존자라는 타이틀을 얻는 게 되게 부담스러웠고. 그리고 저를 되게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굉장히 부담스러워서 저는 사실 생존자보다는 그냥 그 현장을 겪었고 봤고 많은 것을 느꼈던 당사자다. 이런 말이 더 많이 맞는 것 같아요. 정확한 것 같아요.

◇ 박귀빈: 그렇군요. 본인도 그게 더 편하게 느끼시겠네요.

◆ 김초롱: 완전 편합니다.

◇ 박귀빈: 알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사자인 우리 김초롱 작가님과 함께하고 있어요. 원래 이걸 책을 내실 계획은 아니었잖아요? 근데 어떻게 이걸 책으로 묶으신 거예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본인이 상담해가는 그 과정을 본인의 치유 과정으로 글을 썼던 거 아니에요?

◆ 김초롱: 네 맞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연재글을 쓰고 그거를 한 두세 달 정도 연재를 했을 때 연재글을 종료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연재글을 종료함과 동시에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턴다.' 이런 느낌이었던 것은데.

◇ 박귀빈: 그 할 일이 뭐라고 생각했는데요?

◆ 김초롱: 일단은 참사 당시에 있었던 혐오나 오해 이런 것들을 그래도 글로서라도 뭔가 해소를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거로 인해서 다른 안 좋은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어요. 성인분들이나 이제 남은 유가족분들이나 생존해 계신 분들이나. 오해가 짙어지면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았거든요. 그런 일까지는 없었으면 좋겠고 그거에 도움이 되는 글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글을 한 3개월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제로 종료를 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 박귀빈: 반응이 좋았어요?

◆ 김초롱: 아니요. 세상이 생각보다 드라마틱하게 변하지가 않더라고요.

◇ 박귀빈: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내가 그렇게 썼고 난 이런 바라는 마음을 갖고 글을 썼는데 이 글을 쓴 나의 목적이 뭔가 반영되는 듯한 느낌이 없었네요?

◆ 김초롱: 네. 물론 그 당시에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공감해 주셨는데 딱 그 시기를 넘어가니까 뭔가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지워지는 게 순식간이었어요. 그래서 뭔가 대단히 세상을 바꿀 만한 엄청 투쟁적인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뭔가는 해보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좋은 출판사의 대표님을 만났고 그분께서 해주신 말씀이 와닿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개인적인 기록을 펴내면 반드시 사회적인 기록이 될 것이다'라는 말씀해 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그때는 되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 박귀빈: 진짜 대표님이 좋으신 것 같아요. 오늘도 같이 오셨어요. 밖에 계셔요 우리 작가님이랑. 정말 좋은 대표님을 만나셔가지고 함께 나오셨고. 제가 아까 이제 이 글에 커뮤니티 올렸는데 어떻게 책까지 나왔는지 여쭤보는 과정에서 '반응이 좋아서 그랬을까요?'라고 표현을 했는데, 제가 말씀드렸던 그 반응은 제가 느꼈던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도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첫 번째 들었던 건 이런 기록이 있어서 다행이다. 왜냐하면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은 정말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어요. 그러니까 작가님이 말했던 '오해가 많았던 것 같은데 그걸 풀고 싶었다'라는 표현. 이제 알 수 있겠다는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제가 말한 그래서 그 반응이라는 게 '이런 게 있었구나 이런 거는 많이 알려져야 되지 않을까?' 좀 이런 사람들이 좀 요구가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한번 여쭤봤던 거였는데. 어찌 됐건 필요한 책이 나왔다고 생각이 들고 근데 저는 솔직히 이 책을 점점 읽어가면서 솔직히 저는 조금 힘들어졌어요. 뭔가 저는 현장에 없었지만 그 감정이 고스란히 이입이 돼서 너무 많이 힘드셨구나. 근데 그게 고스란히 좀 느껴지는 그 감정이 좀 전달이 돼서 좀 힘든 부분도 있긴 했거든요. 책을 읽으신 분들 혹시 뭐라고 하세요?

◆ 김초롱: 이런 반응도 있으시고. 읽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었다 그리고 많이 울었다고도 하시고.

◇ 박귀빈: 맞아요. 그런 마음도 있었고요.

◆ 김초롱: 그리고 오해가 풀렸다고도 하시는데 이게 다 한 번에 느껴지시는 것 같아요. 오해가 풀림과 동시에 눈물이 나고 눈물이 나면서 같이 힘들어지고. 근데 저는 같이 힘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박귀빈: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아요.

◆ 김초롱: 네. 타인의 고통은 너무 타자화 하게 되면 사회가 고통에 대해서 둔감해져요.

◇ 박귀빈: 맞아요. 공감이라는 게 진정한 공감이라는 건 사실 그 아픔을 함께 겪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잖아요. 맞아요. 근데 특히 이 일이 이 큰 사회적 재난이라는 게 우리는 보기만 했어요. 제3자의 시선으로 그러다 보니 나의 판단을 넣게 되고 막 이랬던 것 같아요. 근데 바로 그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가 겪은 것을 솔직하게, 어떤 표현은 좀 적나라하기도 해요. 그거를 직접 제가 이제 글로 보면서 그 공감이라는 걸 내가 이제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저도 들었거든요. 그래서 여쭤봤던 거고요. 진짜 책에는 참사 이후에 작가님이 어떤 시간을,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보냈는지가 담겨 있어요. 담담하게 솔직하게 진짜 적나라하게 담겨 있어서. 참사 겪고 나서 주변 사람들이 당시에 이제 어떤 말을 해줬을까 싶을 때 일단은 위로와 걱정을 해줬을 것 같긴 하거든요. 그때 그렇게 힘드셨을 작가님한테. 그 당시의 심정 어땠어요? 그런 말들 듣고?

◆ 김초롱: 근데 되게 위로와 걱정의 말을 많이 들을 것 같잖아요. 근데 너무 큰일을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사람들이 오히려 연락을 안 해요.

◇ 박귀빈: 아 그래요?

◆ 김초롱: 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일단.

◇ 박귀빈: 맞아요.

◆ 김초롱: 나의 한마디가 어떻게 전달될지 모르고.

◇ 박귀빈: 조심스럽죠.

◆ 김초롱: 괜히 돌 던지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을 해서 아예 연락이 끊겨요. 그렇게 참사 당사자는 고립으로 가는 거거든요. 저는 처음에 참사를 겪으신 남겨진 분들이 왜 외로움을 호소하시고 고립감이나 단절감을 이야기하시는지 전혀 이해를 못했거든요. 여기서 출발하는 거였어요.

◇ 박귀빈: 보통 저는 이제 그 연락을 하지 않으신 분들의 심정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내가 직접 겪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괜히 위로를 하고 내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면 저 사람한테는 오히려 상처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조심스러워서 오히려 그랬을 것 같은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럼 그럴 때 어떻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 김초롱: 저는 그때 당시에는 일단 연락해 준 모두가 고맙더라고요.

◇ 박귀빈: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사람들.

◆ 김초롱: 네. 일단 연락 자체가 일단은 고마웠고. 그리고 너무 사람이 힘들면 일상이 다 망가져버려서 일상의 잡무가 다 마비가 되거든요.

◇ 박귀빈: 아주 일상적으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조차 마비가 된다.

◆ 김초롱: 의식주. 그리고 공과금. 정말 그런 것들 있잖아요. 그런 거를 대신해주는 친구가 하나 있었어요. 아무 말 없이.

◇ 박귀빈: 책에 있더라고요.

◆ 김초롱: 그런 게 지금 다시 생각해도 되게 감동이에요. 그러니까 뭔가 "뭐 해? 뭐 이런 전화도 되게 위로 됐고 "그냥. 나 이따 다시 전화할게. 밥 챙겨 먹어." 뭐 이런 것들도 그냥 다 도움이 됐었어요.

◇ 박귀빈: 책을 보면 작가님은 원래 되게 밝은 성격이었어요. 그렇죠? 그리고 지금도 제가 뵈면 그게 느껴져요. 그러니까 좋아하는 거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즐길 줄 알고 또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하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지금 뵈도. 그런 밝은 사람조차도 우리 김초롱 작가님 같은 사람조차도 이렇게 큰 참사를 겪고 나면 그 트라우마라는 거를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가 봐요. 그죠?

◆ 김초롱: 네. 그거는 트라우마는 제가 생각했을 때는 몸이 안 움직여지는 것 같아요. 신체적으로 그러니까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는 수준으로 아파지는 게 트라우마인 것 같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뜻대로 마음이 안 움직여져요. 예를 들어서 책에도 나와 있지만 손톱을 잘라야 되는 걸 알고 있어요. 근데 못 자르겠어요. 이런 것들 그리고 땀이 너무 많이 나는데 손발에서 그걸 내가 어떻게 컨트롤 할 수가 없잖아요. 심장이 뛰는 걸 내가 잠재울 수 없고. 저 사람이랑 지금 얘기를 해야 되는데 얘기가 안 나오는 거를 어떻게 이렇게 꺼낼 수가 없잖아요. 그런 게 모든 신체적 반응 과하게 나오든 과하게 안 나오든 이 모든 것들이 이제 트라우마인데 그게 이제 제 원래 갖고 있던 기질과 상관없이 반대로 나오니까 저도 그런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원래 나는 안 이랬는데 왜 이러지?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

◇ 박귀빈: 작가님이 책에 그렇게 표현하셨어요. 그러니까 슬픔의 감정이 아니라 이건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는 공허한 상태. 감정 자체가 아예 없어지는 그런 느낌이라고 표현하셨던 게 기억이 나고 또 이런 부분도 있더라고요. 참사를 전혀 겪지 않은 것처럼 평온하다가도 또 어떤 날은 커다란 슬픔이 찾아와서 밤새워 울음을 토해내기도 하고 트라우마에 우울증까지 왔다고 그렇게 적혀 있는데 근데 주변 사람들한테는 '난 괜찮아.'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고 되어 있어요. 어떻게 그런 그렇게 나오게 되던가요?

◆ 김초롱: 일단은 내가 지금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고요. 이해받지 못하는데 여기에 나 지금 굉장히 아파라는 거를 드러내는 순간 더 큰 공격이나 이해받지 못함이 돌아올 걸 알고 있었어요.

◇ 박귀빈: 일단 그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줘야 하는데 나를 공감을 해줘야 되는데 진심으로.

◆ 김초롱: 네. 그러니까 제 입장에서는 그 타인들을 안심시켜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연기를 해야 되는 거죠. 밝게 괜찮아졌다는 척. 그럼 이 사람들은 되게 진짜로 그걸 믿기 때문에. 그래서 이제 안심시키고 '속네? 다행이다.' 그럼 이제 나는 나만의 점점 더 힘들어 더 힘들어지고 나만의 이제 시간을 가졌을 때 힘들고 그러다 보면 저의 삶은 지루해져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의미가 없는 것 같고 그러니까 꼭 무언가에 중독되지 않으면 삶이 이어지지가 않거든요. 느껴지지 않으니까 강한 자극이 아니면 이어지지가 않고.

◇ 박귀빈: 작가님이 상담의 도움을 많이 받으셨어요. 상담한 내용을 굉장히 아주 자세하게 진솔하게 적어주셔서. 저 첫 번째로 놀랐던 건 우선은 이렇게 훌륭한 상담 선생님들이 계시구나 너무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고, 두 번째는 작가님을 가장 힘들게 했던 감정이 죄책감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거를 이제 털어내는 그 과정 속에서 상담사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는 그런 것들이 나오잖아요. 상담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말. 나한테 가장 큰 도움이 됐던 말은 어떤 게 있었어요?

◆ 김초롱: 죄책감이 망상이라고 하셨어요.

◇ 박귀빈: 상담 선생님이요?

◆ 김초롱: 네 그러니까 너무 과하게 내가 그 당시에 뭔가를 하지 않았고 무언가를 도망쳤다고 생각하는 거 그 자체. 그리고 과하게 자기 혐오를 한다는 것을 너무 과하게 생각하니까 그거 거의 망상과도 같은 생각이다.

◇ 박귀빈: 왜냐하면 거기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들은 살아남은 당사자들은 아무 잘못이 없거든요.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사실은 없는 건데. 그렇죠?

◆ 김초롱: 근데 이게 상담이 두 달째 지속됐을 때였는데도 제가 같은 얘기를 계속 두 달 내내 하고 있으니까. 망상이에요. 그래서 근데 이거를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거는 본인 스스로에게 답이 있으니까 반드시 답을 찾아내라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 박귀빈: 어떻게 찾으셨어요? 찾으셨어요 그래서?

◆ 김초롱: 찾았어요. 책에도 나와 있는데 저는 2016년부터 계속 할로윈을 즐겼고 이태원에 매년 갔거든요. 그래서 과거에 자꾸 답이 있다 그래가지고 '과거에 무슨 답이...' 그래서 이제 사진첩을 뒤져봤어요.

◇ 박귀빈: 예전에 매년 갔던 할로윈 때 보내던 이태원에서 찍은 사진들.

◆ 김초롱: 네. 그래서 일기랑. 그래서 봤는데 2017년도에 20만 명 그러니까 2022년 참사 때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갔던 당해년도의 할로윈 피크 타임에 참사가 일어났던 그 골목에서 제가 분장을 하고 사람들이랑 찍은 사진이 있는 거예요. 그거 보고 망상이 깨지는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약간 (감정이) 올라올 것 같은데 참사 골목의 사진이었거든요. 근데 작년에 사진이랑 너무 비교가 되가지고.

◇ 박귀빈: 바로 그곳인데. 그 당시에는 굉장히 평온하면서.

◆ 김초롱: 그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아무튼. 그러니까 너무 평온하고 사람들의 간격이 너무 넓고 자유롭게 대화하는 사진이었는데. 나 진짜 잘못한 거 없다. 이런 거를 스스로 깨닫는 데 그렇게 오래 걸렸어요.

◇ 박귀빈: 그때도 사람이 더 많았는데.

◆ 김초롱: 더 많았는데.

◇ 박귀빈: 책에서 작가님이 애도가 참 중요하다라는 부분을 강조를 하세요. 애도. 사실은 우리 생각해 보면 애도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나 자신에 대한 슬픔에 대해서 스스로 애도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타인의 슬픔을 내가 어떻게 애도해줘야 되는지를 그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까. 작가님, 어떻게 애도를 해줘야 가장 도움이 될까요?

◆ 김초롱: 저는 엄청 슬퍼하고 엄청 힘들어하는 게 애도인 것 같아요.

◇ 박귀빈: 충분히 그 슬픔을 끝까지 다 느끼는 거. 표현하는 거.

◆ 김초롱: 네. 저는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 정말 힘들었거든요. 진짜로. 그랬더니 다큐를 제작을 직접 참여하는 과정에서 그 현장 영상이나 cctv를 다 같이 봤어요. 이제는 그 영상을 봐도 힘들지 않아요.

◇ 박귀빈: 그래요?

◆ 김초롱: 네. 트라우마가 발현될까 봐 스태프분들은 되게 걱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너무 힘들어하고 너무 그걸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극복을 해보다 보니까 이제는 오히려 그 영상을 봐도 힘들지 않고 오히려 정밀하게 봐요. 이때 이 시간대에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 그러니까 더 정확하게 보려고 하고 그게 의도인 것 같아요. 충분히 정면으로 마주하고 마음은 물론 아프죠. 근데 힘든 거를 피하려 하지 않고 아픈 걸 충분히 마주하는 게 애도고 그래야 더 건강한 발전이 있고.

◇ 박귀빈: 나 자신의 슬픔에 대해서는 그렇게 충분히 애도를 해줘야 되고 엄청 슬프게. 그럼 타인의 슬픔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도 그렇게 엄청 함께 슬퍼해 주면 되는 거예요?

◆ 김초롱: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박귀빈: 그렇군요. 사회적 참사 재난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과 태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되잖아요. 그 사건을 우리가 다 느꼈던 건데. 이 참사 어떻게 기억해야 될까 이걸 좀 여쭤보고 싶으면서 올해 이태원에 가신다고 들었거든요. 함께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마음이세요?

◆ 김초롱: 우선 사회적 참사는 개인의 잘못이 전혀 아니다. 그래서 방송을 통해서 수없이 많은 분들이, 그때 당시의 당사자분들 정말 많으실 거거든요. 10만 명 넘게 계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그분들에게 당신들의 잘못이 절대 아니다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고. 사회적으로 우리가 안전망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다 같이 잘 지켜봤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이태원 지역이 잘못한 게 아니고 할로윈 파티가 잘못한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잘 즐기고 잘 소비하고 이태원 상인분들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지 않도록 그게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다. 그리고 그게 우리 모두가 참사를 기억하는 방법이다라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 박귀빈: 그래서 올해도 나는 이태원에 갈 것이다?

◆ 김초롱: 네. 맥주 먹고 오려고요.

◇ 박귀빈: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 당사자이십니다.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의 작가세요. 김초롱 작가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초롱: 감사합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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