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참사 일어났던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골목

'10·29 기억과 안전의 길'로 조성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가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희영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3일 앞두고 참사 현장에 기억과 애도의 공간이 마련됐다.

26일 오전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현장에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식을 열었다.

이날 시민대책회의는 "사랑한 이들을 떠나보낸 이태원 거리가 애도와 기억의 공간으로 남기 바라는 유가족들, 아픈 기억이 아닌 희망을 품고 이태원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참사의 생존자이자 목격자, 구조자인 지역주민 모두가 참여해 마음을 모아 노력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에 조성한 추모공간은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 이름 붙이고, 3개의 게시판 등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나오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전봇대에 설치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란 표지판이다. 그 아래쪽에 설치된 표지목은 참사 현장의 기울어진 길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표지목 위쪽에 거울을 설치해 시민들이 거울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란 표지판(흰 원)이 세워졌다. 박희영 기자

이번 작업의 예술감독을 맡은 미술가 권은비 작가는 "이태원 참사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과 같은 참사"라며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 거울 앞에 비춰진 우리 스스로에 달려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참사 현장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초입 바닥에는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권 작가는 "아직 이태원참사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이 문구는 앞으로 사회적 과제에 대해 암시하고 희생자 이름과 얼굴, 그들의 찬란했던 삶을 기억하고 누구나 이 길에서 안전하고 존엄하게 걸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길로 들어서는 골목 우측 해밀톤호텔 옆에는 3개의 게시판이 설치됐다. 게시판 속 메시지의 핵심 열쇳말은 '미완성'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으로 진정한 진상규명이 이뤄졌을 때 온전한 '기억과 안전의 길'이 완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동시에 이태원 참사의 의미가 특정한 프레임에 갇히지 않게 하려는 뜻도 담았다.

권 작가는 "빌보드(게시판)는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한 창"이라며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제정되고 책임있는 사람들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할 때 이 문장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시판에는 총 14개국의 언어로 '부디, 그날 밤을 기억하는 모두의 오늘이 안녕하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한국인 희생자뿐 아니라 26명의 외국인 희생자 또한 우리가 반드시 잊지 않고 기억해야한다는 의미다.

게시판에는 이태원 참사 관련 예술작품과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도 담긴다. 작품과 추모 메시지는 2개월 간격으로 교체된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위원장은 "이곳은 지난해 10월 29일 밤 즐거운 일상을 보내다가 서울 한복판의 골목에서 하늘의 별이 된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곳이며,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안전을 다짐하기 위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아직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은 미완성"이라며 "시민들이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고 슬퍼하고 함께 해 줄 때 그 힘이 희생자들의 명예를 바로 세우고 진상을 규명하는 기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 길을 조성하는 데 약 1년이 걸렸으며, 지난 8월 용산구청에 참사 현장 중간 정비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연 후 용산구청이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에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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