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문 닫았던 조선소까지 살린다” K-조선 잡기 위한 중국의 총공세 [비즈36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0년 이후 중국 조선소 8곳 ‘부활’

중국 연간 생산능력 대비 27% 수준

K-조선 “해외 진출, 스마트 야드로 대응”



헤럴드경제

중국 국영 조선업체 중국국영조선협회(CSSC)가 건조한 선박의 모습. [CSSC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저가 수주를 앞세운 중국 조선업계가 국내 조선업계를 맹추격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문을 닫았던 조선소까지 되살리면서 캐파(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조선업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진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당장 K-조선에 위협이 될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영국의 컨설팅업체 MSI(마리타임스트래티지인터내셔널) 조사 등에 따르면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020년 이후 사업 재개에 들어간 조선소는 12곳으로, 이 가운데 8곳이 중국 지역이었다. 구체적인 조선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들 8개 조선소의 과거 최대 생산량은 6770만GT(Gross Tonnage·총톤수)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1년 말 기준으로 연간 중국 조선업계 전체 캐파의 27%에 해당하는 규모다. CGT(표준환산톤수)는 선박의 무게 단위인 GT에 선박의 부가가치와 작업 난이도 등의 환산계수를 곱해 산출한 단위를 말한다.

지금은 해체된 STX그룹이 과거 중국 시장 공략 목적으로 3조원을 투입해 구축한 STX대련(다롄)조선소도 최근 부활한 조선소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7월 중국 재벌기업인 헝리그룹이 약 17억3000만 위안(당시 기준 약 3300억원)에 이 조선소를 사들였고, 대련조선소는 지난 2013년 가동 중단 이후 9년여 만에 본격적인 수주를 재개한 바 있다.

헤럴드경제

독일 해운사 보그만이 지난 6월 헝리그룹에 발주한 친환경 벌크선 예상도 [보그만 홈페이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MSI 측은 “부활한 조선소의 완전한 재활성화에는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면서 “이들 조선소에서 실제 활용될 수 있는 캐파는 과거 최대(6670만GT) 만큼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일부분은 배 수리나 선체 블록 제작 등에 활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노후 선박 교체와 친환경 선박 등 수요가 증가하면서 캐파 확대에 대한 필요성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들 조선소의 부활이 당장은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현재 도크나 슬롯이 대부분 꽉 차 있기 때문에 선별수주에 주력하는 상황”이라며 “중국 조선업계와는 기술 등에서 차별화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캐파 증가는)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이 저가 수주 확대와 함께 최근에는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수주 물량을 계속 늘려가고 있는 점은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말까지 양국이 따낸 누적 수주 실적에서 한국은 742만CGT(168척)을 기록한 반면 중국의 수주 실적은 1799만CGT(726척)로 나타났다. 척수로만 비교하면 4배 가량 차이가 났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시장에서도 올해 9월말 기준 중국이 13척을 수주하면서 글로벌 1위인 한국(32척)에 대한 추격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 2020년 LNG선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1년 8척, 2022년에는 60척을 각각 수주하면서 기술과 경험을 빠르게 축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지난 2015년 ‘중국제조 2025’, 2020년 ‘제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비전’ 등의 정책을 통해 LNG선 건조 기술과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서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도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캐파 문제 해결책으로 해외 조선소 인수나 스마트 조선소 전환 등의 대책을 내놓는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의 COO(최고운영책임자)인 박승용 총괄부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해외에 조선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이 필리핀 아길라수빅 조선소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화오션도 최근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와 관련 “해외사업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조선 빅3는 AI(인공지능)·자동화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헤럴드경제

지난 24일부터 부산 벡스크에서 열린 ‘국제조선 및 해양산업전(KORMARINE 2023)’에서 HD현대가 미래 친환경·스마트 선박 관련 최신 기술들을 선보였다. 한영석(왼쪽 다섯번쨰)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이 이성권(왼쪽 네번째)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에게 수소운반선 모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FoS(미래 첨단 조선소’)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스마트 조선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고, 삼성중공업은 데이터 기반 ‘전사 통합모니터링 시스템(SYARD)’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화오션도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 야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로봇 및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스마트팩토리와 물류자동화 도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헤럴드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bigroot@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