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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기억 안 하면 참사 반복"…이태원 생존자·유족 목소리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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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9개월 동안 생존자 등 14명 인터뷰

연합뉴스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발간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생존자 유가족 인터뷰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발간 기자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2023.10.25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저는 보통 사람들을 믿는 거예요. 그들에게 올바른 정보가 주어지고, 옳은 사실관계를 알려주면 (중략) 고인에 대한 모욕만큼은 더 이상 못하지 않을까."

10·29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이주현 씨의 말이다. 그는 희생자에 대한 도를 넘은 비난과 매도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1주기를 앞두고 이씨처럼 당시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 등 14명의 목소리를 기록한 인터뷰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창비)가 출간됐다. 생존자 외에 희생자의 유족이나 친구, 이태원 주민·노동자의 발언이 함께 담겼다.

인권기록센터 사이의 유해정 활동가를 비롯해 13명으로 구성된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썼다.

인터뷰에 응한 생존자들은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 상황을 현장의 시선으로 알린다. 이들은 처음에는 핼러윈이라서 사람이 많이 모인 상황 정도로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밑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핼러윈데이치고 엄청나게 많은 수준도 아니었어요." (이주현)

"식당에서 영업이 종료됐다길래 이태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집으로 가자고 했어요. 이태원으로 갔더니 사람이 엄청나게 많더라구요."(생존자 서병우)

하지만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현장을 벗어나기로 결정했을 때는 이미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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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발간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태원 참사 생존자 유가족 인터뷰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발간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2023.10.25 mon@yna.co.kr


이씨처럼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꾸준히 이태원에 간 경우도 있고 서씨처럼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남는 시간에 구경하러 간 경우도 있었다. 생존자들은 이태원에 모인 이들이 선 채로 의식을 잃거나 겹겹이 쌓인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팔을 내밀고 절규하던 상황을 책에서 증언한다.

이들은 참사는 이태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는 인식을 강조하며 희생자에 대한 비난을 중단할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의현 씨의 누나이며 책에 구술자로 참여한 김혜인 씨는 "우리는 왜 갔는지 말고, 왜 못 돌아왔는지를 기억하자"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출간을 계기로 2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유족들은 책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김혜인 씨는 "유가족으로서 기억되지 않은 참사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왜 매년 하던 핼러윈 축제 인파 관리를 하지 않았고, 왜 사고 초기에 신고 전화를 무시했고, 왜 사고 후에 처리 과정이 불투명한지, 왜 책임자들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지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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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발간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태원 참사 생존자 유가족 인터뷰집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 발간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2023.10.25 mon@yna.co.kr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주영 씨의 아버지인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대표는 "이 책은 참사 이전의 일상적인 이야기, 참사 당일에 상황이 담긴 이야기, 참사 이후에 앞으로의 발걸음을 떼기 힘들어하는 이들의 이야기"라며 "갑자기 일어난 참사, 그리고 그 이후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 사람들의 인생을 얼마나 바꾸게 됐는지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 생존자,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시면서 다시 한번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기억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그 기억이 조금씩 모여 커진다면 다시는 대한민국의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고 더 이상의 유가족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필자 중 한명인 유해정 활동가는 "슬픔과 고통도 서로 겪어내는 방식과 속도가 다르고 질감도 다르다"면서 유족이나 생존 피해자가 함께 읽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같이 슬퍼하는구나',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구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슬픔의 연대를 통해서 위로가 확장되는 과정이기를 바란다"며 이태원 참사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의미를 책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책 표지 이미지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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