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입원 인정 안하는 판결 증가
검사비용 19배 부풀려…병원 과실 인정하기도
부당 미지급과 함께 과잉진료도 줄여야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업계와 소비자가 '꼼수' 보험금 수령과 부당 미지급을 서로 주장하며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달 국정감사에서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금 지급 지침을 정비하겠다고 밝힐 정도다. 부당하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줄어야겠지만 강화된 심사에도 등장하는 과잉진료는 법원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만큼 투명한 보험금 지급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내장 보험금 수령 자격 논란과 관련해 "고령자들 사례, 상급병원에서 진료받아야 하는 경우들에 대해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한 후 다툴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 중"이라며 "금융위원회, 관련 협회와 함께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연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와 소비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의 판례를 주목하며 제도 변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백내장은 브로커와 병원이 조직적으로 과잉진료를 벌이고 실손보험금을 타내는 실손보험금 누수의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일부 병원은 치료가 아닌 시력 교정용 다초점렌즈삽입술과 입원치료를 묶어 수천만원 규모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광고하며 환자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여전히 입원은 인정 안 해…과잉진료 막는 추세
최근 판례에서도 이같은 과잉진료를 확인하고 부당한 보험금 지급을 막는 판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고시에 나온 '병원에서 6시간 이상 관찰', '입원소견' 등만으로 입원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판사 이주연)은 대형 손보사 A사가 강남 G안과를 상대로 과잉진료로 지급된 보험금을 반환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G안과에서 진료받은 이들이 청구해 수령한 보험금 8421만원 중 6828만원을 반환하라는 것이다.
법원은 보험금 청구 자체는 안과가 종용한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직접 결정했지만 입원치료로 허위 서류를 발급한 점은 지적했다. 환자들은 약 1시간에서 4시간30분 가량을 병원에 머물렀음에도 병원 측에서 '입원' 치료 요건인 6시간 이상 병원에 머물렀다고 허위로 기재했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에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환자 C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지급해달라는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온 것이다. C씨는 G 안과에서 노년성 백내장으로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으면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진료비 12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역시 관건은 입원 여부였다. G안과는 C씨가 두 차례 수술에서 각각 6시간30분가량씩 병원에 머물렀다고 기재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입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통원 치료비에 해당하는 40만원가량만 지급하라고 한 것이다.
병원 과실 인정 판결도
병원 자체의 과실을 지적하는 판결도 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지난 5일 환자 D씨가 강남 E안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1000만원가량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D씨는 E안과에서 백내장 수술 이후 시력이 저하됐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E안과가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제22민사부는 지난달 말 한 보험사가 F안과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에서 1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뒤엎고 2억2000만원가량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F안과가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실손보험 보장 대상이 아닌 다초점인공수정체 비용을 공급가보다도 적게 받는 대신 각종 검사비용을 많게는 19배까지 비정상적으로 부풀렸다고 판단했다.
'백내장과의 전쟁' 지속 전망…투명한 기준 필요해
보험금 지급 판결과 반환 판결이 엇갈리는 만큼 당국에서 보다 면밀하고 투명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대표적인 보험금 누수 항목인 만큼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 증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은 2019년 4300억원에서 2021년 9514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이 백내장 수술은 입원이 아니라 통원치료로 가능하다고 판결한 이후에서야 보험금 청구가 급감했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 강남 모 안과에서는 합병증을 꾸며내고 진료기록지 등을 이중으로 만들어 비급여 진료비를 높인 경우도 적발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내장 관련 소송들이 개별 사안에 따라 판결이 갈리고 있지만 지난 대법 판결 이후 대체로 입원을 불인정하고 있다"며 "백내장 이후 후유증으로 인한 재수술 등으로 병원과 환자 간의 소송에서도 의료계 과실을 인정하고 있고, 병원만 믿고 과도한 금액으로 수술을 한 후 보험사와의 분쟁까지 가는 경우가 늘고 있어 소비자들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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