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의도로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 계획적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 처리해야 마땅합니다.”
누구의 말일까?
윤석열 대통령의 말일까?
아니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말일까?
2018년 10월 2일 당시 이낙연 총리가 국무회의에서 했던 말이다. 이 총리는 “가짜뉴스야말로 사회의 공적”이라며 검경에 신속 수사와 엄중 처벌을 주문하고 방송통신위에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대책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가짜뉴스 유통방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별렀다.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그 누구보다 반발했다.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국무총리가 나서서 전 정부적으로 이렇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분명히 이것은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고 반대 목소리를 누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겁니다.
- 박성중 / 자유한국당 의원 (2018.10)
정말 저는 무섭습니다. 이렇게 엄하게 단속하면 처음부터 알아서 그렇게 조심하지 않을까. 이게 소위 이야기하는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s)입니다. 공포입니다, 공포. 우리가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점입니다.심지어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이 된 김석진 위원도 방통위 차원의 ‘가짜뉴스’ 규제에 적극 반대했다.
- 윤상직 / 자유한국당 의원(2018.10)
방통위에 이렇게 기대를 많이 걸고 있는데, ‘가짜뉴스’를 척결하는 데 앞장서야 된다고 그렇게들 주장하시는 분들을 보는데 저는 안 될 말이라고 봅니다. 있어서도 안 됩니다. 정부가 그렇게 직접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이런 일은 독재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라는 그런 평소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그렇게 정권 차원의 ‘가짜뉴스’ 규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던 국민의힘은 정권을 잡자마자 180도 달라졌다.
-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자유한국당 추천, 2018.10.)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가짜뉴스’에 대한 최종 제재 권한은 방통위에 있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밝힐 정도다. 불과 5년 전 김석진 위원의 입장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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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개입 반대’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이효성 전 방송통신위원장
그런 면에서 이효성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동관 현 방송통신위원장과 비교되는 인물이다.
이효성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방송통신위원장이었다.
이낙연 총리가 '가짜뉴스' 총력 대응을 외쳤을 당시 방통위원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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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1년을 남긴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기본적으로 언론 자유를 보호하는 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역할이에요. 그걸 언론 자유를 또는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거나 검열로 해서 그걸 무시한다거나 이렇게 하면 안되는 거죠. 저는 기본적으로 그런데 좀 충실하려고 했던 거고요.대통령이나 집권당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들은 ‘가짜뉴스’라고 얘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짜 여부를 국가가 판단하게 되면 매우 위험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 이효성 / 전 방송통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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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라고 그 사람이 유명한 말을 한마디 한 게 있는데, 가지고 있는 것이 유일한 것이 망치인 사람은 보이는 것마다 못으로 보인다고, 그래서 망치를 가지고 있으면 다두드려 박고 싶은 거죠.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자기 마음대로 다 그냥 행사하고 싶은 거죠. 그러니까 뉴스에서 나한테 불리해? 이거 때려잡자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국가기구가 심의기구를 운영한다는 건 그런 위험성이 있습니다.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 을 신설하는 법조항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을 시도했다.
- 이효성 / 전 방송통신위원장
인터넷 뉴스에 문제가 있는 경우 언론중재위 결정에 따라 기사를 삭제하거나 차단하자는 것이었는데 법조항이 명확하지 않고 과잉금지라는 지적이 많아 결국 무산됐다.
그런데 열람차단 청구권과 같은 효과를 갖는 인터넷 뉴스 심의를 윤석열 정부에서는 법개정도 없이 방송통신심의위(방심위) 결정만으로 개시했다.
근거는 방심위 내부 법무팀 검토가 전부 다였다. 법무팀 검토보고서 2건의 찬반이 엇갈렸는데 심의가 가능하다는 찬성 보고서 1건만 채택해 심의의 근거로 삼았다.
더군다나 인터넷 뉴스 심의를 담당하는 통신심의 소위 3명 가운데 여당 추천 위원인 김우석 위원은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에 지난 총선에서 후보로 출마했던 인물이다. 심의 과정에서 정당이나 권력의 입김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엔도 “언론이나 표현의 제한은 반드시 사법당국의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지 정부기관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지속적으로 보고서를 통해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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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에서 ‘가짜뉴스’ 규제가 필요하다며 언론중재법 개정 등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추진하려고 했을 때 학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언론도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민변과 민언련 같은 친여 단체도 반대한다며 지속적으로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 대책에 반대하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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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따라 보도의 기준이 달라지는 우리나라 언론의 정파성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한국외대 김민정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는 “언론이라면 적어도 권력이 누구이든지간에 언론의 자유를 규제하려는 정부의 시도에 대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한다”면서 지적했다.
한국판 ‘분서갱유’..."언론 옥죄면 진나라처럼 망한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인 박대출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자유한국당 언론장악 저지 특별위원장을 맡아 민주당 정부의 가짜뉴스 규제에 반대했다.
방통위의 ‘가짜뉴스’ 대책을 놓고 진시황의 ‘분서갱유’ 한국판이라고 비판했다.
또 방통위는 ‘가짜뉴스’를 판단할 법적 권한이 없다면서 분서갱유했던 진시황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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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분서갱유(焚書坑儒) '갱'자는 묻는다는 뜻이잖아요. 유학자를 묻어버린 거예요. 이거는 굉장히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
자기들이, 권력자가 볼 때 자기에게 불리한 건 이건 유언비어다. 또는 현대식으로 얘기하면 ‘가짜뉴스’죠. 그런데 그걸 정치가가 특히 권력자가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비판의 목소리를 싹 없애면 좋을 것 같죠 아니에요.그런 정권은 바로 망합니다.진시황이 15년도 안 가서 그냥 망해버렸잖아요. 진나라가 없어져 버렸어요.
- 이효성 / 전 방송통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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