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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태원 보고서’ 삭제 전날…서울청장·용산정보과장 ‘15분 통화’[이태원 참사 1주기-①묻지 못한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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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태원 보고서’ 삭제 전날…서울청장·용산정보과장 ‘15분 통화’[이태원 참사 1주기-①묻지 못한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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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서울서부지검 수사기록 확보
당시 김진호 용산서 전 정보과장
‘인파 보고서’ 삭제 지시 하루 전
김광호 서울청장과 15분 통화 확인
지난 16일 서울특별시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광호 서울시경찰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특별시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광호 서울시경찰청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 ‘핼러윈 인파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하기 하루 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15분가량 직통 전화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서부지검 이태원 참사 수사팀은 김 전 과장이 휴대전화에서 해당 통화 기록을 삭제한 사실을 파악하고 그에게 구체적인 통화 내용을 추궁했다. 김 청장은 지난해 12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돼 지난 1월 불구속 송치됐으나 기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4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서울서부지검의 이태원 참사 수사기록을 종합하면, 김 전 과장은 지난해 11월1일 오후 8시쯤 김광호 청장과 약 15분가량 통화했다. 수사당국이 김 전 과장의 통화 내역을 확보했을 당시에는 해당 기록이 삭제된 상태였다. 당시 수사 검사가 김 전 과장의 피의자신문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였냐”고 묻자 김 전 과장은 “김 청장은 고등학교 선배이기 때문에 핼러윈 사고 이후 안부 인사를 드렸다”고 진술했다. 특정 통화내역만 골라 삭제한 데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언뜻 안 좋아 보일 수 있어서 그런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진술했다.

김 전 과장이 이태원 참사 이후 김광호 청장과 통화한 횟수는 총 4번이다. 참사 직후인 지난해 10월30일 0시4분(39초), 오전 11시18분(3분2초), 11월1일 오후 8시(15분1초), 11월3일 오후 6시54분(10초)에 통화했다. 첫 번째 통화는 김 청장이 직접 걸었으며 나머지 세 통은 김 전 과장이 걸었다.

2023.10.22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  권도현 기자

2023.10.22 서울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 권도현 기자


김 전 과장은 검사가 재차 “김광호와는 이태원 사고 이후 4차례 통화한 것밖에 없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가”라고 묻자 “처음 통화는 사고 직후에 제게 전화가 와서 상황을 알려드리려 한 것이고, 두 번째는 용산서 상황이 어떠냐, (서울청에) 경력 요청을 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셨고, 세 번째는 안부 전화 겸해서 전화를 드렸고 이태원 분위기 같은 것을 말씀드렸고, 네 번째 전화를 드렸는데 너무 자주 전화를 하는 것 같아 바로 끊었다”고 답했다.

김 청장과 김 전 과장이 15분가량 통화한 지난해 11월1일은 경찰청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시민단체 동향을 파악해 내부 자료에 반영했다는 내용의 첫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SBS는 당일 오후 7시52분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전날인 10월31일에는 용산서 정보과에 ‘핼러윈 안전사고 우려’ 보고서가 있었으나 서울청 경비 운용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 전 과장은 검사가 “10월31일 이태원 보고서 언론 보도가 있었고, 11월1일 사찰문건 관련 보도가 이미 나온 시점인데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통화한 것 아닌가”라고 묻자 “아니다. 저는 그때 이태원역에서 근무 중이어서 현장에 있고 해서 핼러윈 참사 관련해서 전화를 드린 것”이라고 부인했다. 김 전 과장은 김 청장과 전화하기 직전인 11월1일 오후 7시48분 서울청 정보상황계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약 31초간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과장은 다음 날인 11월2일 내부 직원들에게 핼러윈 안전사고 관련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성민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 전 과장은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경향신문은 김 청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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