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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문' 이혁래 감독, "독립영화 영화관 개봉 어려워 넷플릭스 택했다" [TE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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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이혁래 감독 인터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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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이혁래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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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이른바 낭만의 시대였다. 지금처럼 손쉽게 영화 파일을 구하는 것이 아닌, 직접 발로 뛰어서 영화를 찾고 잊지 않게 눈에 새겨야만 했다.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그 당시의 순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 물론 봉준호 감독의 미공개 첫 연출작인 단편 애니메이션 'Looking For Paradise'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적 없이 순수하고, 열렬하게 영화를 사모하던 그 마음이다.

"진심이었던 거지. 자료를 지키려는 마음이"라는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동아리 노란문은 그것들이 집약된 결정체다. 기억의 조각들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엮어낸, 동아리 노란문의 멤버이자 연출을 맡은 이혁래 감독의 진심은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단순히 1990년대를 추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한국 영화 산업과 청년들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어쩌면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우리에게 그 문을 열고 그 마음을 마주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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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포스터.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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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90년대 초, 시네필들의 공동체였던 ‘노란문 영화 연구소’의 회원들이 30년 만에 떠올리는 영화광 시대와 청년 봉준호의 첫 번째 단편 영화를 둘러싼 기억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이혁래 감독은 영화 '붕붕거리는 오후'(1996), '미싱타는 여자들'(2022)을 연출한 바 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관객들을 만났던 이혁래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에 대해 언급했다. 이혁래 감독은 "20대 관객들이 되게 많이 울고, 본인의 경험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더라. 동아리의 정수가 90년대 초반에만 있던 것은 아니지 않나. 다양한 방식으로 무언가를 함께 나누는 방식들이 있다. 노란문 이후에는 PC 통신이나 인터넷 카페가 있고. 젊은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에서 되게 기분이 좋았다"라고 당시의 분위기를 말했다.

극장용 영화가 아닌 넷플릭스와 작업을 시작한 연유를 묻자 "독립 다큐가 극장에 개봉해서 관객들을 만나는 과정이 너무 힘들더라.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제작 당시 출연하는 봉준호 감독의 조건을 언급했다. '노란문'의 출연 조건으로 봉준호 감독은 "그가 내세운 조건이 주인공이 아니라 1/n로 나온다는 조건이었다. 나도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웃음) 너무 뻔하지 않나. 그런 조건을 내세운 것은 일종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 봉준호 감독이 유명해지고 위인전이나 TV에서 다큐멘터리가 나왔는데 제일 싫어할 만한 방식이었기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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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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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당시에 노란문으로 활동했던 멤버들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영화는 당시의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재현한다. 노란문 멤버들의 섭외 과정에 대해 "영화에 나오는 분이 12명이고, 그 외에 출연 요청은 했으나 허락 안 하신 분이 5명 정도다. 모든 멤버가 공통으로 '이게 이야기가 돼?'라고 하더라. 단지 다큐멘터리 출연자가 아니라 본인이 했던 모임에 대한 이야기고 멤버가 연출을 해서 걱정이 많이 됐었나 보다. 원래 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이 영화의 구성이나 방향을 출연자들과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생생한 반응을 잡아내기가 힘들다.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는 식이었다. 부산에서 처음 보셨는데, 각자 불안을 가지고 계시더라. 창피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부분들이었다. 다행히 상영의 반응들이 나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구성 방식은 꽤나 담백하다. 동아리 멤버들의 구성이나 흩어짐에 거창한 이유를 늘어놓지 않고 과거의 조각들을 따라가는 방식을 취한다. 이혁래 감독은 "동아리의 사라짐에 대해서 가장 정직한 묘사가 무엇인지를 생각했었다. (동아리가) 없어지는 것이 사람의 노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특수한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생명체처럼 다루는 것이 전략이었던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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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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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미공개 첫 연출작인 단편 애니메이션 'Looking For Paradise'를 처음 볼 수 있다는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해당 작품을 공개하지 못 할 뻔했다는 이혁래 감독은 영화 작업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이혁래 감독은 "살 떨리는 부분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보관했는데 없다고 이야기하더라. 처음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연락했는데 필모 분실의 공포, 끔찍하다'라고 왔다. 문제가 봉준호 감독은 런던으로 가면 못 찾는 거다.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제시하는 포인트가 있지 않나. 이것을 빼면,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것도 고민해야 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누구나 찾기 쉬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마침내 찾았다. 봉준호 감독이 결혼하고 나서 DVD로 구워놓은 것이 들어있더라. 하지만 DVD의 경우, 5년 지나면 데이터가 날아간다. 재생이 안 됐다. 그래서 용산에 다니면서 복구가 가능한지를 했는데 다행히 한 업체에서 복구했다. 그래서 그 영화가 전체가 아닌 영화 속에서 주요 장면들을 볼 수 있게 된 거다"라고 덧붙였다.

각자 다른 기억을 토대로 'Looking For Paradise'를 해석하는 과정도 별미다. 이혁래 감독은 "오프닝에 나오는 분이 유일하게 제목과 장면을 세세하게 기억했다. 주인공과 악당을 바꿔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라쇼몽'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재미 포인트이자 주제와 연결되는 부분이었다. 각자의 경험을 통해서 다르게 만들어온 노란문의 추억들이 30년 만에 만났을 때, 빚어지는 어긋남이 주제랑 맞닿아있다고도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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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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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문 멤버가 아닌 배우 김혜자, 안내상, 우현, 주성철 편집장이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한다. 우현, 안내상 배우의 출연에 관해 "(캐스팅에 관해선) 우연히 노란문에 맞은편에 살고 있는 김혜자 선생님을 섭외했다. 안내상, 우현 배우는 다른 분들보다는 노란문과 관계가 깊다. 노란문 소장이던 최종태 감독과 절친이었다. 최종태 감독이 연세대학교를 다닐 때, 우현과 안내상 배우가 그분의 연출작에 출연했다. 노란문 모임에는 종종 찾아오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 'Looking For Paradise'를 보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함께 그 자리에서 영화를 봤다. 이후, 우현 배우는 '백색인'(1994)에 투자하고 안내상 배우는 처음으로 필름에 기록된 연기를 했다. 우현 배우가 그 당시에 자금을 지원해주기도 하신 중요한 분이라서 외부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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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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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를 굽는 장면부터 어렵게 자료를 구하는 순간까지 긴 호흡으로 묘사된 '노란문'. 이는 현재 쉬이 영화 자료를 구할 수 있는 상황과는 다른 지점이 있다. 그 때문에 1990년대의 세대를 일면 '시네필'이라고 부르는 이유 역시 그와 결부되어 있다. 이혁래 감독은 "영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그 시기를 상징하는 무언가를 잡고 싶었다. VHS는 약간 아쉽고 부족한 매체였다. 하지만 VHS 덕분에 많은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었다. 지금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이나 집에서 보는 것이 차이가 없지만, 90년대 초반에는 천지 차이였다. 우리는 바로 출시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가져온 것을 1~3카피를 해서 그런 화질로 영화를 봤다"라고 강조했다.

본인이 통과해온, 어쩌면 그립고 낭만이 가득했던 1990년대를 어떤 시대라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이혁래 감독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렇게 답했다.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지금만큼이나 큰 변화가 있던 시기이자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던 시기다. 혼란스러웠지만 같이 즐거움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던 것이 행운이었다. 지금 젊은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그렇지만 무언가 좋아하는 마음들을 공유하고, 시간이 지난 이후에 만남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꾹꾹 눌러 담아온 마음을 펼쳐놨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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