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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골목 불법증축 1곳 여전히 방치… 용산구 전체 27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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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시설, 도로폭 좁혀 병목현상

1년간 시정 조치 안해… 檢, 수사

“이행강제금 대신 철거명령을” 지적

“1주기 되도록 누구도 책임안져”… 유가족협, 책임자 처벌 등 요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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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힌 ‘불법 증축’ 건물이 참사 현장 인근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 때 불법 시설물 때문에 도로 폭이 좁아져 시민들이 대피할 때 병목 현상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 참사 이후 불법 증축 279건 적발

동아일보 취재팀은 23일 지난해 참사가 발생한 세계음식문화거리 ‘T자 골목’에 불법 증축 건물이 남아 있는지 점검했다. 1년 전 참사가 발생한 직후 점검했을 때 건물 6곳의 불법 증축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 중 사고 현장에서 불과 40m 떨어진 1곳은 여전히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불법 증축 상태인 이 건물은 철골조와 H빔을 이용해 2층에 180㎡(약 55평) 공간을 무단 증축해 2018년 6, 12월 용산구로부터 두 차례 ‘위반건축물’ 판정을 받았다. 이후 수차례 고지에도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용산구는 지난해 11월 해당 건축물 소유주 등을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올 3월 검찰로 송치돼 현재 수사 중이다.

이 건물 외에도 용산구와 이태원 일대의 불법 증축 문제는 여전한 상황이다. 용산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올해 9월 용산구 내에서 적발된 불법 증축은 279건에 달한다. 용산구는 이 중 199건에 대해 이행강제금 2억6450만 원을 부과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참사 후에도 새로 불법 증축을 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불법 증축 건물 중에는 참사 현장 인근인 이태원동 내 건물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지난달까지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8건을 용산서에 고발했다. 이 중 3건이 검찰에 송치됐는데 검찰은 1건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하고 나머지 2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증축 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행정 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불법 증축에 따른 이득이 이행강제금보다 큰 이상 불법 증축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행강제금 대신 철거 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행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고발 또는 강제 철거를 신속하게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명기 한국기술사회 안전조사위원장은 “지금은 시정 조치 미이행 시 강제 집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고발 또는 철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사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경찰 “1260명 투입해 인파 관리”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23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재판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날 1인 시위에 나선 참사 희생자 고 유연주 씨의 부친 유형우 씨는 “경찰관을 꿈꾸던 딸이 인사도 없이 떠난 지 1년이 됐다”며 “1주기가 되도록 어느 누구 하나 ‘내 실수다, 내 잘못이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올해 핼러윈 전후 ‘서울 고밀도 위험 골목’ 16곳을 지정하고 경찰 1260명을 배치해 인파사고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위험 골목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서쪽 골목처럼 경사가 있거나 폭이 좁아 인파가 몰릴 경우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지역이다. 곱창골목과 클럽거리골목 등 마포구 4곳, 이태원 골목 등 용산구 5곳, 강남 영풍문고 옆길 등 강남구 7곳 등이 포함됐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임재혁 인턴기자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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