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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 보고서 삭제한 경찰 간부 “잘못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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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측 “경찰 보고서 7건…엄정 재판 촉구”

헤럴드경제

이태원 압사 사고 발생 1주기를 앞둔 23일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에 추모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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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56)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23일 재판에서 보고서 삭제 지시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박 전 부장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직후 정보 담당 경찰관들에게 목적이 달성된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한 지시에 대해 당시에는 규정에 따른 올바른 직무수행이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수집·작성한 정보가 목적이 달성돼 불필요하게 되면 정보를 폐기해야 하므로 보고서를 폐기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 전 부장은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거나 책임을 규명하는 차원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제가 담당한 부서에서 잘못됐던 부분을 시정한다는 차원으로 접근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좁은 소견에서 잘못된 판단을 한 것 같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진호(53)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과 함께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특정정보요구(SRI) 보고서 등을 삭제하도록 한 혐의(증거인멸교사 등)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참사 전에 제작된 경찰 정보 보고서를 통해 많은 인파가 몰려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았다.

박 전 부장은 “검찰 측 주장대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문헌의 의미와 맞지 않는다”며 “이태원 참사는 사람이 많이 몰렸을 때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안전사고의 범위를 넘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참사 유가족들은 재판에 앞서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언론 브리핑과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참사 희생자 고(故) 유연주씨 아버지 유형우씨는 “1주기가 돼가도 누구 한 명 ‘내 실수다’, ‘내 잘못이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미래의 경찰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천윤석 변호사는 “경찰 내부에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7건이나 작성됐지만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유족들의 참담한 마음을 잘 헤아려 엄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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