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시위 잦은 한국, 이번엔 왜 예외였나"
이태원 참사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크러시'. 파라마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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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이태원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가 공개됐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한 한국에선 예고편조차 볼 수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파라마운트사는 17일(현지시간)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파라마운트플러스를 통해 2부작 다큐멘터리 크러시를 공개했다. 미국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제프 짐벨리스트가 만든 크러시는 지난해 10월 29일 한국 이태원에서 159명이 사망한 참사를 다뤘다.
작품은 참사 전 젊은 세대들이 이태원에서 서양 놀이 명절인 '핼러윈'을 즐기는 분위기가 담긴 영상으로 시작한다. 이어 참사 당시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과 폐쇄회로(CC)TV 영상, 경찰에 접수된 신고 녹취와 구조대원 인터뷰 등을 편집해 구성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무려 1,500시간 분량의 기록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다큐멘터리에서 한 구조대원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할 사람 포기하고, 살릴 수 있는 사람부터 살려야 한다"고 절박하게 외쳤다. 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갔다가 혼자 살아남은 미국인 학생, 인파에 파묻혀 전신마비를 겪은 한국인 일러스트레이터, 군중 속에서 의식 없는 사람들을 끌어냈던 미군 병사 등의 목소리도 담겼다.
짐벨리스트 감독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한국은 잦은 시위를 하는 만큼 대규모 군중에 대한 대응도 굉장히 잘 돼 있는 나라인데, 왜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때는 예외였는지 물어야 한다"라며 "두 참사의 분명한 공통점은 참석자와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 세대였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 인파우려 보고서와 관련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정보경찰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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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주기(10월 29일)를 앞두고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았지만, 현재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파라마운트플러스 공식 홈페이지나 유튜브 공식 계정에는 예고편 영상 등이 올라와 있지만, 접속하면 오류 메시지만 뜰 뿐 영상을 볼 수 없도록 돼 있다. 국내 OTT 중에서는 티빙이 파라마운트플러스 시리즈 중 일부를 제공하고 있지만, 크러시는 방영하지 않고 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미국에서 영상을 본 이들이 다큐멘터리 내용 일부를 요약한 글과 감상 등을 공유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외국에서 오히려 회자되고 있는 가슴 아픈 참사"라고 했다. 크러시 예고편을 올린 한 누리꾼은 "책임져야 할 모든 기관이 인터뷰를 거부했다"라고 인용했다.
국내 공개와 관련해 파라마운트 관계자는 "크러시는 미국 상영만을 조건으로 계약한 다큐멘터리였다"며 "유튜브도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미국에서만 해당 영상이 공개돼 다른 국가에서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다큐멘터리 제작사가 한국의 다른 OTT 채널과 공급계약을 맺을 경우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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