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가녀장의 시대'·'트렁크' 등 잇달아
"웹툰보다 상상력 발휘할 여지 더 많아"
ENA '유괴의 날' |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웹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에서 승기를 잡은 데 이어 최근에는 소설로 만든 드라마들이 화면을 채워가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ENA 드라마 '유괴의 날'은 스릴러 장르에서 손꼽히는 정해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어설픈 유괴범과 11살 천재 소녀의 특별한 공조를 담은 블랙코미디다.
윤계상이 딸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11살 소녀를 납치하는 초짜 유괴범 김명준을, 유나가 마음 약한 유괴범에게 납치당한 천재 소녀 로희를 연기했다.
드라마는 책의 내용을 압축해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풀어낸다. 책에서는 단순 투자자 정도로만 언급됐던 모은선 박사가 드라마에서는 꽤 큰 비중으로 다뤄지고, 소설에는 없던 캐릭터 제이든도 새로 등장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시청률 1.8%(닐슨코리아 제공)로 출발한 '유괴의 날'은 밀도 있는 서사와 싱크로율 높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률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11회 시청률은 첫 회 시청률의 2배를 웃도는 4.3%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아직 대중에게 낯선 신생 케이블 채널이라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왼쪽부터 ENA '행복배틀'·'마당이 있는 집' |
드라마로 만들어진 소설들을 살펴보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가 주를 이룬다.
SNS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겨루던 엄마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하게 되면서부터의 이야기를 쫄깃하게 풀어낸 ENA '행복배틀',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두 여자가 수상한 냄새로 인해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ENA '마당이 있는 집' 모두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ENA 관계자는 "소설 원작 드라마만을 선별해서 편성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작품성 있고, 완성도 높은 대본들을 검토하던 과정에서 소설 원작 드라마들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의 경우, 이미 검증된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드라마만의 차별점을 둬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자아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꼽았다.
이슬아 작가의 책 '가녀장의 시대', 드라마화 |
앞으로 공개될 드라마 라인업 중에도 소설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콘텐츠 제작사 하이그라운드는 이슬아 작가의 책 '가녀장의 시대'를 드라마로 제작한다. 원작자가 극본 집필에 직접 참여했으며, 내년 방송을 목표로 한다.
'가녀장의 시대'는 가부장의 '부'(父)를 '녀'(女)로 바꾼 '가녀장'이 주인공이다. 문학으로 가세를 일으킨 딸과 그의 가족이 겪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시트콤처럼 풀어냈다.
김려령 작가의 '트렁크'도 공유와 서현진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들어진다. 1년짜리 '기간제 결혼'을 위한 맞춤형 배우자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소재로 한다.
공유는 과거의 아픔을 잊지 못하는 음악 프로듀서 정원을, 서현진은 기간제 결혼 상대를 소개해주는 회사 NM 소속의 인지를 연기한다.
정원은 전 부인이 신청한 기간제 배우자 서비스를 통해 인지를 만나 재혼하고,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던 중 의문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왼쪽부터 배우 서현진·공유 |
디즈니+도 소설 원작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인다.
내년 중 공개 예정인 '살인자의 쇼핑몰'은 부모를 잃고 쇼핑몰을 운영하는 삼촌 손에 자란 조카가 삼촌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고객들에게 부고를 알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배우 이동욱이 수상한 쇼핑몰을 비밀리에 운영하며 부모를 잃은 조카를 돌봐온 삼촌 정진만을, 김혜준이 조카 정지안을 연기한다.
정진영 작가의 소설 '정치인'도 드라마화된다. 정치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남자가 어쩌다가 임기 1년짜리 '얼굴마담' 국회의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이익으로 똘똘 뭉친 정치판 기득권에 한 방을 날리는 과정을 그린다.
기자 출신인 정 작가의 소설 '침묵주의보'는 황정민 주연 JTBC 드라마 '허쉬'로 각색되기도 했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웹툰은 일종의 약식 콘티 같은 느낌이라면, 소설은 글로 쓰여 있기 때문에 드라마 제작자 입장에서 상상력을 덧붙일 수 있는 여지가 더 크다"며 "소설이 가진 행간의 묘미를 어떻게 영상으로 만들어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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