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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이태원 참사

"올해는 추모로 기억"…이태원 참사 1주기 앞두고 '조용한 핼러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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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유치원·학원 "핼러윈 안 해요"
롯데월드 등 웹툰·가을 축제 대체
핼러윈 특수? "품목 40% 줄여"
1주기 추모제 29일 서울광장서
한국일보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열흘여 앞둔 1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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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핼러윈(10월 31일)'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핼러윈을 앞두고 떠들썩했던 시내 번화가에는 핼러윈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핼러윈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영어유치원과 놀이공원, 대형할인점에도 올해 핼러윈 행사가 사라졌다. 지난해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 영향이다. 참사 1주기(10월 29일)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사회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겨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어린이집·영어유치원 핼러윈 안 해

한국일보

2019년 10월 강원 춘천시 육림고개에서 열린 핼러윈 파티에서 시민들이 분장을 하고 행사를 즐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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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요란하게 핼러윈 행사를 했던 어린이집과 유치원, 영어학원들은 올해 핼러윈 행사를 취소하고, 다른 행사로 속속 대체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영어유치원은 지난주 "올해 핼러윈 행사는 '월드 데이' 행사로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이 유치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참사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데다, 희생자를 추모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 아이들과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다른 행사로 대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유치원에서도 부모들을 대상으로 핼러윈 행사 동의를 조사한 결과 반대가 많아 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치원은 대신 마술 공연과 파자마 파티 등을 준비했다. 한 학부모는 "핼러윈 단어만 들어도 참사가 바로 생각나, 아이들이 아무리 안전하게 한다고 해도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라며 "참사가 발생한 지 1년밖에 안 됐으니, 올해만큼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했다.

학원가도 추모 분위기에 동참했다. 한 종합학원 관계자는 "핼러윈 당일 사탕은 나눠줄 계획이지만, 다른 파티는 없이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묵념을 하고 곧바로 수업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매해 핼러윈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했던 서울 강남의 한 영어학원도 "분장한 학생들과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봤지만, 올해는 아무런 행사도 없다"라며 "직접 경험하지 않았어도 청소년들 사이에선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가 여전히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놀이공원·유통업계 "핼러윈 행사·판촉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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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는 지난달부터 핼러윈 행사 대신 추수감사절 기념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에버랜드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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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을 주제로 대규모 축제를 열었던 놀이공원들도 핼러윈 지우기에 나섰다. 지난해 좀비 퍼레이드, 핼러윈 페이스페인팅 등을 진행했던 롯데월드는 올해 '다크문 인 롯데월드'라는 주제로 웹툰 속 세계를 구현한 축제를 연다. 호박과 뱀파이어 등 각종 모형을 설치해 매해 핼러윈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던 에버랜드도 올해는 핼러윈 축제 대신 추수감사절 행사인 '해피 땡스기빙데이 파티'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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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을 2주 앞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에 크리스마스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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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핼러윈 의상과 소품으로 '핼러윈 특수'를 노렸던 유통업계도 올해는 조용하다. 업계는 핼러윈을 건너뛰고 연말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준비 중이다. 핼러윈을 2주 앞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미국계 대형마트 코스트코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형형색색의 전구, 루돌프와 눈사람 모형 등 각종 크리스마스 용품들만 다양하게 진열돼 있었다.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백화점들도 핼러윈 상품 수를 줄이고 별도의 홍보 행사 및 판촉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생활용품업체 다이소는 핼러윈 상품 수를 전년 대비 약 40% 줄여 200여 가지 정도만 취급한다. 다이소 관계자는 "가정이나 어린이집에서 인테리어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바구니, 가랜드 등 소품으로 한정했다"고 강조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도 "핼러윈 파티와 관련된 상품은 취급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참사로 인한 국민 정서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안전 최우선" 소규모 모임, 추모제 열려

한국일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약 3개월이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세계음식문화거리가 한산하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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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로 핼러윈을 기념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9)씨는 "핼러윈 직전 주말에 친구들과 실내에서 모여 보드게임을 하려고 파티룸을 예약했다"면서 "되도록 사람이 붐비는 곳은 피해서 소소하게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핼러윈 때 가족 캠핑을 계획한 이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많은 인파가 모이지 않고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캠핑으로 작게나마 핼러윈 파티를 즐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 행사도 열린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16일부터 집중추모기간으로 정하고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 앞에서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 1주기인 29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연다. 유가족협의회는 "핼러윈은 참사의 원인도, 본질도 아니며 축제에 나선 사람들은 죄가 없다. 축제는 삶의 한 부분이고 이를 부정하는 건 삶을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안전을 도외시하는 이들을 용납하지 않고,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지자체, 경찰 등 유관기관은 핼러윈 기간 인파 관리 대책을 수립하며 대비에 나섰다. 용산구청은 핼러윈 기간(10월 27일~11월 1일) 세계음식거리·이태원로·퀴논길 일대를 중점 관리 구역으로 지정하고 합동 현장상황실을 운영한다. 구청과 경찰, 소방 등 관계자 3,000여 명이 현장에 배치돼 인파 밀집 시 군중 분사, 통행 관리 등에 나선다. 행정안전부는 26일부터 서울 이태원뿐 아니라 홍대·명동 거리, 대구 동성로 등 4개 지역에 대한 사전 점검을 하기로 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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