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패배 9일...안갯속에 빠진 혁신위
"혁신위 성격이 모호하다" 지적 나와
국민의힘이 혁신위원회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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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쇄신에 나섰지만, 핵심인 혁신위원회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혁신위원장에 뚜렷한 인물은 보이지 않으면서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2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당 지도부는 주말에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23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혁신위원장을 의결할 계획인 만큼 김기현 대표가 주말 사이에 다양한 후보군을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조직 구성을 앞두고 여러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는 것과 달리 이번 혁신위원장은 오리무중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누구에게 제안했다, 누가 고심 중이라고 하지만 사실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말 중으로 가닥이 잡힐 것 같다"면서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23일에 의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웬만한 당내 인사는 거의 한 번씩 언급됐다. 원외위원장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있다"며 "'변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상징적인 사람, 당에 대해서도 좀 아는 사람, 그러면서 쓴소리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찾고 있지만 신선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2기 지도부 인선에 대한 실망감만큼 혁신위에는 전권을 주는 등 파격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2기 지도부는 친윤 색채가 옅어졌다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식상하다는 반응이다. 당 요직인 사무총장에 영남권 인사인 이만희 의원이 임명되면서 당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 모두 영남권 인사로 구성된 것도 아쉽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현시점에서 혁신위원장의 성격이 모호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재신임을 받았지만 김기현 대표 체제가 불안하다는 것도 혁신위 구성에 난항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최재형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이 유야무야 된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최재형 혁신위는 이준석 전 대표 시절 구성돼 대부분을 정진석 비대위원장 시절에 활동했다.
총선을 앞두고 내년 1월에는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될 전망이다. 혁신위 활동 기간이 사실상 두어 달에 불과해 성과를 만들기도 어렵다.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을 공관위에서 채택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에 어떤 임무를 맡기고 어떤 권한을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대표 시절의 홍준표 혁신위를 성공 사례로 꼽으며 "박 대표가 홍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고 그렇게 나온 혁신안을 그대로 채택했다. 그 정도 권한은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마땅한 혁신위원장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역할론이 떠오른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부인 최명길 씨. /임영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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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에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안대희 전 대법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혁신적인 인물'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가운데 진보 진영 출신의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역할론도 떠오른다.
혁신위에 뜻을 내비친 인사들도 있다. 하태경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혁신위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 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최고위원 중에 누군가가 저를 (혁신위원장으로) 추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혁신위를 맡게 되면 이준석 전 대표와 아주 가까운 사람 한 사람은 반드시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위원장을 맡을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혁신위에서 결정된 사안은 거부하지 않는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며 "(혁신위원 인선에) 당 지도부의 관여 불가 등 독립성과 구성의 자율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처럼) 그렇게 할 거면 안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기현 대표로부터 혁신위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은 건 아니지만 국민의힘 핵심당원분, 열성지지자 분들, 조직을 관리하는 분들이 수십 통 문자, 전화를 해서 혁신위하라고 한다"면서 "국민의힘이 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보수는 기득권이고 영남이고 강남이고 부자라는 프레임을 넘어 진보 의제까지 확장해서 보수적으로 해석할 의지가 있다면 저 또한 쓰임을 받을 마음이 돼 있다"고 밝혔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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