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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문상열의 부시리그'

삼진보다 볼넷이 더 많은 포스트시즌 [문상열의 부시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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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19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두산에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2023. 10. 19. 창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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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23년 KBO리그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 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 와일드카드 시리즈는 14-9로 끝났다. 이변 없이 상위 팀 NC가 홈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스코어만 봐도 명승부는 아니었다. 심하게 말하면 포스트시즌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경기 내용이다. 정규시즌의 한 경기나 다름없었다. 경기 시간 4시간 5분 소요. 양 팀 26안타, 볼넷 16개 남발, 삼진은 13개.

제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도 4시간을 넘지 않는다. 경기 내용의 다른 부문은 메이저리그와 비교하고 싶지 않다. 수준 차이를 인정한다. 문제는 볼넷 남발이다. 경기가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게 볼넷 때문이다.

올 MLB 포스트시즌에서 난타전을 펼친 게 텍사스 레인저스-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 4차전이다. 스코어 8-5, 10-3으로 휴스턴이 적지에서 이겼다. 경기 소요 시간 3차전 3시간5분, 4차전 3시간14분이 소요됐다.

MLB는 포스트시즌 이닝 사이 광고 시간이 정규시즌보다 훨씬 길다. 정규시즌이면 3시간 안팎으로 소요되는 셈이다. 경기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다. 물론 두산과 NC 팬에게는 지루한 경기가 아닐 수 있다.

3차전에 양 팀 볼넷 7개 허용, 4차전 9개다. 특히 4차전에서 텍사스 선발 앤드류 히니가 1이닝도 막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불펜게임으로 이어져 무려 7개의 볼넷을 내줬다. 히니에 이어 등판한 한국계 데인 더닝은 2.2이닝 동안 3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올 포스트시즌에서 한 경기 최다 볼넷은 텍사스-볼티모어의 11-8 스코어에서 나온 13개였다.

예전 일본 투수들이 MLB에 진출했을 때 큰 차이가 볼넷을 대하는 태도다. MLB는 안타를 내줄지언정 볼넷 허용은 피한다. 일본 투수들은 안타를 맞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피하다가 볼넷을 내준다. 이를 ‘니블(nibble)’이라고 한다. 안타 허용이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달라졌다. 공격적이다. 류현진이 MLB에서 성공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볼넷을 주지 않는 템포빠른 공격적 피칭이다.

볼넷 허용은 야수를 지치게 만든다. 집중력도 해친다. 그래서 “볼넷이 경기를 망친다(Base on Balls Kills the Game)”라고 하는 것이다.

두산-NC의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무려 14명의 투수가 투입됐다. 두산 입장에서는 단판 승부로 시즌 종료 여부가 달려 있어 8명 투입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양 팀 통틀어 단 1명도 1이닝을 퍼펙트로 막은 투수가 없다. 삼진보다 볼넷이 많은 경우도 진기록감이다.

투수들의 수준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배운 방식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코치들은 투수에게 늘 이런 주문을 한다. 유인구를 잘 던지라고. 말은 맞는다. 그러나 스트라이크를 포수가 원하는 코스에 던지는 방법부터 배우는 게 우선이다.

포수 출신 KT 박철영 코치는 기자와 통화에서 “불펜 피칭을 할 때 포수가 사인을 요구하는 대로 던지는 투수가 별로 없다. 10개를 원하면 8개 이상을 그 코스로 던져야 프로 선수다. 요즘 혹사 타령으로 불펜에서 볼 40개 안팎으로 던진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도 투구 수가 매우 적다.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질 수가 없는 환경이 됐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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