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 주제로 서울대 초청 강연…"'잘못된 정보'로 불러야"
뉴욕타임즈 회장 초청강연 포스터 |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한국을 방문한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A.G. Sulzberger) 뉴욕타임스 회장은 19일 최근 언론계의 화두인 '가짜뉴스'(fake news)와 관련해 용어 자체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잘못된 정보'라는 용어로 바꿔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이날 오후 '언론 자유'를 주제로 한 서울대 국제협력본부 초청강연에서 "나는 '가짜뉴스'(fake news)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것은 굉장히 음흉한(insidious)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가짜뉴스', '국민의 적'(enemy of the people)이라는 표현은 나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등 인류 역사의 끔찍한 순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런 용어들은 독재자들이 독립적인 언론을 제거하고 나라를 통제하는 데 쓰였다"고 비판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disinformation)로 정정한 뒤 "소셜 미디어는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환경을 통제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하며, 일반 시민들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저널리즘 산업의 침체, 빅테크의 정보 전파 생태계, 사회 양극화를 들면서 "언론이 힘을 잃는 동안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은 언론의 권리와 정당성에 전례 없는 공격을 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뉴욕타임스를 종종 '가짜뉴스' '국민의 적'이라고 부르면서 공격한 바 있다.
설즈버거 회장은 최근 중국 당국에 의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홍콩 사례를 언급하며 "이 지역(아시아)의 다른 나라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는 동안 한국은 표현의 자유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진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수정헌법이나 한국 헌법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지만, 이런 보호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며 "여러분도 언론 독립이라는 가치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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