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복지부 감사 결과 공개…치매·조현병 치료받는 의사도 170여명
면허 취소·정지 기간에 '무면허' 진료…"복지부, 결격 의료인 방치"
의료인·의사 (CG) |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의료인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자나 마약류 중독자가 의료인 면허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도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이를 방치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면허가 취소됐거나 정지된 의료인들이 몰래 비급여 진료를 하며 계속 영업하는 행태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9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마약류 중독 의료인 면허 취소 사례 없어"
감사원에 따르면 마약류 중독은 의료인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나 현재 펜타닐과 페치딘 중독으로 치료보호 이력이 있는 의사 2명, 간호사 1명이 의료인 면허를 유지 중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의사 4명은 법원 재판에서까지 마약류를 투약한 사실이 확인됐으나 그대로 면허를 유지하고 있고, 마약류 중독을 사유로 한 의료인 면허 취소 사례는 없었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의료인이 스스로 마약류를 처방·투약한 사실도 감사에서 확인됐다.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본인 처방·투약 횟수가 연간 50회 이상인 의사는 44명이고, 이 중 12명은 횟수가 연간 100회 이상에 달했다.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
◇"조현병 치료받는 전문의가 3년 넘게 1만6천건 의료 행위"
감사원에 따르면 정신질환도 의료 면허 취소 대상이지만, 2020년 이후에만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의료인은 치매 102명, 조현병 70명으로 확인됐다.
한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조현병 치료를 받는 37개월간 의료행위 최소 1만6천840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은 치매 치료 38개월간 6천345건의 의료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질환 의료인 면허 취소 사례는 2017년 간호사 1명(조현병 자진신고)이 전부였다.
감사원은 "상황이 이런데도 복지부는 정신질환·마약류 중독으로 의심되는 의료인에 대한 결격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며 "복지부의 의료인 관리 실태가 전반적으로 소홀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의료법 등 관련 법·규정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와 마약류 중독자는 의료인 결격자로, 의료인 면허 취소 대상에 해당한다.
그러나 의료법상 정신질환자·마약류 중독자의 정의가 다소 막연하다 보니, 복지부가 결격 여부를 판단해서 면허를 취소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 면허 취소·정지 기간에 '무면허' 진료 여전…"복지부 처분도 관대" 지적
면허가 취소·정지된 의료인들이 몰래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데도 복지부는 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일부 적발하고도 처분을 관대하게 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의료인이 면허취소·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 동안에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해 처벌 대상이다.
그런데 감사원 조사 결과 의료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 264명이 마약류 의약품 처방을 약 3천600건 하는 등 면허 취소·자격정지 기간에 몰래 비급여 진료행위를 한 것이 확인됐다.
복지부는 2019년 10월에도 감사원 감사에서 의료인 자격정지 중 의료행위에 대해 지적 받았는데, 그런 행태가 3년이 훨씬 지난 올해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여전하다고 감사원은 비판했다.
감사원 |
감사원이 2019년 감사에서 자격정지 기간 중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고 확인한 한 한의사에 대해 복지부는 행정처분심의위원회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격정지 기간을 감경하는가 하면 수사기관에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감사원은 해당 행정 처분을 임의로 감경한 관련자 2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자격정지 중 의료행위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라고 복지부에 촉구했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복지부가 의료법 위반자에 대해 행정 처분을 누락하거나 업무 처리가 소홀하다"며 "의료법상 의무인 면허 신고나 보수교육을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이 최근 5년간 현황을 파악한 결과, 연평균 의사 1만6천여명이 면허 신고 의무를 위반해 미신고율이 29%에 달했다. 의사 면허를 신고하지 않은 이들 중에는 복지부 공무원 7명도 있다.
감사원은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복지부가 수행한 업무 전반 중 의료인 자격 면허 분야와 출생 미신고 분야 등에 중점을 두고 이번 정기 감사를 실시했다. 확인된 위법·부당 사항은 총 12건이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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