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장관, OIC 회원국들에 對이스라엘 제재 촉구
50년 전 ‘오일쇼크’ 재현 우려…국제유가 약 2% 상승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왼쪽)과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이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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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란이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8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를 언급하면서 국제 유가가 2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 연설에서 회원국들을 향해 원유 수송 중단을 포함한 이스라엘과의 모든 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별도의 성명에서도 “OIC 회원국은 이스라엘을 제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국제 유가는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와 주요 산유국인 이란의 강경발언 등 중동발 악재 속에 2% 가량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쟁 대비 1.66달러(1.92%) 오른 88.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10월 3일 이후 최고치다.
브렌트유 선물도 1.8% 오른 91.50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이날 이란의 강경 발언 이후 장중 93달러로 치솟기도 했다.
마이클 린치 스트래터직 에너지& 이코노믹 리서치 사장은 “유가가 가자지구 병원 폭격 소식 이후 이란의 공격적인 발언에 반응한 것”이라며 “이는 일부 수출업체들의 원유 공급 축소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수천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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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이란 외무장관의 발언이 50년 전 아랍 산유국들의 대미 원유 선적 중단으로 인해 발생한 ‘오일 쇼크’가 재현될 것이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발생한 제4차 중동 전쟁 당시 아랍 석유수출국들은 이스라엘 무기 공급에 나섰던 미국과 아랍에 비우호적이었던 서유럽, 일본에 대한 원유 수출금지에 나선 바 있다. 그 결과 원유 가격은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까지 치솟았고,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물가 상승을 경험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가자지구 분쟁의 결과는 예측할 수 있는 역사적 선례가 있다”며 “올해 50주년을 맞은 4차 중동전쟁 전후로 글로벌 호황이 끝이 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이스라엘 원유 수출 금지가 현실화하더라도 과거만큼 세계 및 이스라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스라엘의 주 원유수입국은 아랍 산유국들이 아니라 서방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합작회사들이 주로 생산에 참여하는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 그리고 나이지리아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아직까지 중동 산유국들이 이란의 대이스라엘 제재 촉구에 동참할 것이란 징후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분쟁 개입 가능성은 여전히 원유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 중 하나다. 니콜라스 파르 캐피탈이코노믹스 분석가는 “이란이 전쟁에 휘말리면 에너지 공급 중단으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이 발생해 세계 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중단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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