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위, '민들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조사
'사망자 성명' 개인정보 여부 관건…삭제 요청에 '신분증 요구' 적법성 조사도
2주 앞으로 다가온 이태원 참사 1주기 |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개인정보 침해 여부를 조사해왔으나 참사 1주기가 다 돼가도록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참사 희생자, 즉 망인(亡人)의 이름을 보호받아야 할 개인정보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며 판단이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개인정보위는 작년 11월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참사 희생자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한 뒤로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민원이 다수 제기되자 조사에 착수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상 개인정보는 '살아있는 개인'의 것으로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이 법조문대로라면 희생자 이름을 개인정보로 보기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단순히 법조문대로 해석할 내용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사망자의 개인정보가 침해받을 경우 유족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사망자의 개인정보는 유족의 개인정보나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과거 다른 참사들과는 다르게 정부는 희생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고 영정과 위패도 없이 분향소를 차렸다"며 "이태원에 간 이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분위기도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동의없이 희생자 명단이 공개되면서 희생자와 유가족이 상처받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망인의 이름이 개인정보인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한중의 채다은 변호사는 "당연한 얘기지만 죽은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라며 "망자가 보호 개체가 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상권조차도 산 사람만 인정이 되는데 죽은 사람의 개인정보 권리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유족에게 영향을 주는 특별한 경우에만 이를 확대해석할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묵념하는 시민들 |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이름이야말로 개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대표적인 개인정보"라며 "이 때문에 사망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로 법률에 명시한 해외 국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이름이 공개되면서 유족의 추모 감정이 다칠 수 있었다"며 "(사망자의 개인정보가) 보호 대상으로 판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라고 제시했다
이처럼 망인의 개인정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며 개인정보위의 최종 판단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관건은 사망자의 개인정보 보호권 유무"라며 "따질 사안은 비교적 단순한데 이에 대한 판례나 선례가 없는 탓에 쉽지 않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아울러 민들레가 희생자 이름 삭제를 요구하는 이들에게 신분증 사본이나 사진을 요구했던 일이 법령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당시 민들레는 유족이라고 밝힌 이들이 희생자 명단 삭제를 요청해오자, 유족을 사칭할 수도 있다며 신분증 사본 등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나 여권번호 등 고유식별번호는 원칙적으로 처리가 금지되지만, 정보 주체에게 별도 동의를 얻거나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경우에만 처리가 가능하다.
온라인 매체 '민들레' |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민들레의) 주민등록번호 요구 절차가 관련법에 근거해 적절했는지 여부도 따져보고 있다"며 "단순히 사망자 명단만 입수한 건지, 다른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없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위는 민들레의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과태료나 과징금 처분 등을 내릴 예정이다.
이명재 민들레 대표이사는 개인정보위의 조사와 관련해 "올 초 개인정보위에서 질의가 와서 우리가 답변할 수 있는 건 답변했다"며 "이후로는 연락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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