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년, 번화가 밀집 인원 CCTV로 자동 측정한다

서울 시민 58.2% “1년 내 인파사고 재발 우려”

서울 송파구 한 번화가에 자동 인파 감지 시스템을 적용한 폐쇄회로(CC)TV 화면. 1㎡당 밀집 인원수를 측정해 밀집도가 위험 수준을 넘으면 서울시와 자치구, 경찰과 소방에 상황이 전파된다. 서울시 제공

서울 시내 번화가에 폐쇄회로(CCTV)를 통해 1㎡당 밀집 인원수를 자동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25개 자치구 야간 당직에는 민원 업무를 분리한 재난안전실을 둬 사고 대응력과 전문성을 강화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159명이 사망한 핼러윈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이 같은 인파밀집 대응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대책은 참사로 드러난 재난관리 취약점을 보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시내 유동인구가 많은 14곳의 CCTV를 분석 소프트웨어에 연결해 자동으로 ㎡당 인원수를 측정하는 시스템 우선 도입한다. 밀집 정도가 위험 수준을 넘으면 자치구·서울시·소방·경찰에 상황이 전파된다.

송파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인파 밀집 위험 지역을 설정해 주변 5곳 영상이 자동 표출된 화면. 서울시 제공

서울시 관계자는 “지능형 인파 측정 시스템은 CCTV로 밀집 정도를 자동으로 감지해 위험 징후를 알려주는 것”이라며 “올해 핼러윈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고 말했다. 대상 지역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구 밀집이 예상되는 종로 익선동·용산 이태원·성동 성수동·서대문 신촌~연세로·마포 홍대·강남역·압구정 로데오거리 등이다.

해당 시스템은 연말까지 번화가 71곳에 CCTV 909대로 확대해 적용한다.

또 25개 자치구에는 당직실의 민원 업무를 분리한 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해 대응력과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담당 조직은 팀에서 과로 격상하고, 상황 관리 인력은 11명에서 20명으로 늘린다. 서울시 상황실은 119상황실과 연계한다. 119 신고를 받고 현장 출동한 소방대원이 촬영한 영상, 현장 지시 내용이 대형 상황판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것이다. 경험이 많은 소방 인력을 배치해 신속한 초동 대응과 상황 판단을 맡기도록 조직을 개편했다.

참사 후 지난 1년간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발 방지 대책이 쏟아졌으나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8월 3~16일 서울 시민 1000명에게 물은 결과 절반 이상(58.2%)이 ‘1년 내 인파사고 재발 가능성’(다소·매우 포함)에 동의했다. 특히 인파사고 우려 상황을 경험한 시민(476명)은 대규모 축제·행사·공연장 인근 골목길 등 주변의 좁은 장소(70.6%)에 대한 걱정이 컸다. 인파 몰림(42.7%)이나 이동이 곤란한 상황(29.6%)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시민들은 이 같은 사고의 발생은 관할 지방자치단체(32.6%) 책임이라고 인식했다. 시민 당사자(30.9%) 책임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파 사고 대처가 어려운 원인으로 ‘낯선 환경과 익숙지 못한 경로’(20.4%), ‘안전요원 없이는 스스로 대응 불가한 상황’(18.6%)을 지적했다. 이에 번화가 안전 관리로 안전요원 배치(9.3%)를 가장 많이 주문했다.

일상회복 후 행사·이벤트가 빈번해진 서울 지역은 인파가 수시로 모이지만 보행이 불편한 폭 4m 미만 이면도로가 산재해 있다. 이에 생활인구가 많은 지역별 특성을 표시한 ‘다중운집 취약지도’로 공간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인파 밀집 지역별 특성을 분석해 보행 환경을 수준을 나눈 다중운집 취약지도(안). 서울연구원 제공

이날 오후 서울연구원 개원 31주년을 기념해 ‘도시의 내일을 준비하다: 재난관리와 미래 기반시설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원종석 연구위원은 “가로 접근성과 보행량, 지하철 수송량, 상점 출입구 등을 따져 인파 규모·흐름을 예측한 후 보행 공간을 확보하거나 보행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대응이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해 11월~올해 5월 시내 상업시설 밀집지에서 보행 위험이 될 수 있어 적발한 불법건축·무단 적치물은 2611건(75개 구역)에 달한다.

서울시는 이번 핼러윈 기간 야광조끼를 착용한 안전요원을 배치해 번화가에 일방통행 유도, 차단 골목 출입구 통제 등을 하는 한편 과도한 인파 밀집 시 지하철 무정차·차도 통제 등으로 보행로 확보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예를 들어 홍대입구역~홍대 앞의 경우 3만명 이상(주의 단계) 인파가 밀집하면 홍익로·클럽거리 인근을 ‘차 없는 거리’로 전환하고, 4만명 이상(심각) 모이면 2호선 홍대입구역은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한다.

김영욱 세종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CCTV 모니터링 등으로 실시간 보행량 측정을 해도 인파가 일단 밀집하면 군중심리, 군중행태가 발동해 통제가 힘들다”며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인근 골목은 최근 자정~오전 1시 피크타임 밀집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당 10명 이 넘었던 지난해 만큼은 아니겠지만 올해(핼러윈)에도 ㎡당 5명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이달 말 핼러윈 기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인파 밀집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 관리 내용. 서울시 제공

인파 밀집 우려가 큰 이태원·건대입구역·홍대·강남역·익선동·성수동은 오는 23일부터 합동 점검을 통해 일방통행으로 전환할 구역을 설정하고, 인파가 몰릴 수 있는 골목길은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건대입구역 인근에서는 오는 25일 ㎡당 밀집 인원을 3명에서 5명까지 늘려가며 실제 상황과 마찬가지로 인파 감지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인파를 분산하는 훈련을 한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지능형 재난안전시스템은 서울시를 중심으로 자치구와 소방·경찰 등의 경험과 전문성을 총동원해 구축했다”며 “올해 핼러윈 기간에는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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