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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통일부 국감, 9·19 군사합의 공방···남북대화 위해 대북전단·확성기 쓰자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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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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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11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남북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남북대화 추진에 소극적인 정부 태도를 비판했고, 여당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해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을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이날 실시한 통일부 국정감사에서는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논란이 쟁점이 됐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전날 “최대한 빨리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상·해상·공중 모든 공간에서 모든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9·19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효력 정지를 촉구했다. 태영호 의원은 “9·19 군사합의서의 큰 틀인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의 핵심은 북한이 비핵화한다는 건데 김정은이 비핵화 약속을 다 깼다”며 “당장 효력 정지를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북한의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 사항이 최소 17건에 달한다”며 “한쪽은 지키지만 다른 쪽은 마음대로 어긴다면 합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이에 호응했다. 김 장관은 “9·19 군사합의서대로 한다면 북한의 장사정포 도발이나 군사적 도발을 사전에 포착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김 장관은 정부 차원에서 효력 정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대단히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추진을 비판했다. 박병석 의원은 “9·19 군사합의는 우발적 또는 오판에 의한 충돌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방화벽”이라며 “효력 정지나 철폐에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접경 지역의 대한민국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만든 우발적 충돌 방지 합의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위헌 결정한 대북전단 금지·처벌법과 관련한 입장 차도 드러났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나 확성기 방송 자체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라며 “헌재는 입법 목적 자체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전단 살포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라며 “법 개정과 관련해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조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일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소극적이라는 민주당 의원들 비판이 다수 나왔다. 우 의원은 북한이 응하지 않아 대화 여건이 마련돼있지 않다는 김 장관 발언에 “여건을 만드는 게 통일부 장관의 할 일”이라며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대화하지 말고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자는 얘기는 너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황희 의원은 “북한하고 지금 휴전 중인데 대화를 쉽게 할 줄 알았나”라며 “그게 어려우니까 통일부를 만든 것이지 쉬우면 이런 부처를 왜 만드나”라고 지적했다.

통일부가 부처 본연의 역할과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실시된 통일부의 대규모 조직개편과 관련해 “남북 회담·교류와 관련된 부서를 대폭 축소했다”며 “통일부의 본질적인 업무를 축소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국방부 장관은 전쟁을 대비해야 하고 통일부 장관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대화를 하는 부처”라며 “그런데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군사력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러한 지적에 반박했다. 그는 “지금 남북 대화나 교류가 중단된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북한이 한국과 교류와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2020년 개성에 있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지난달 핵 무력 고도화 방침을 헌법에 명기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민의힘은 대북 전단과 확성기 방송을 활용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강경론을 폈다. 하태경 의원은 “MB(이명박) 정부 때 북한이 거의 매일 대화하자고 (남한에) 팩스를 보냈다고 한다. 대북전단을 그만 뿌리라며 대화하자고 졸랐다”며 “삐라(전단)는 그만큼 강력한 대북 대화의 무기”라고 주장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목함지뢰 사건 당시 정부가 (북한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고 확성기를 트니까 대화하자고 나왔다”며 “왜 우리가 이런 좋은 수단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법이 제정됐는지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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