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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년 동안(2006년~2021년) 280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합계 출산률이 매년 하락해 “헛돈을 썼다”는 비판을 받아온 저출산 대응 예산은 사실은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으며, 오히려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저출산대응 투자 규모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초저출산 대응 사업에 집중해 효과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는 주출산 여성 연령대 인구가 150만명 이상으로 유지되는 향후 10년(올해부터 2032년까지)이라는 목표 기간 제시도 나왔다.
10일 한국재정학회 주최로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초저출산 극복을 위한 적극적 재원 확대 전략모색’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첫 시행한 2006년(2조1천억원)부터 매년 저출산 예산이 증액 편성됐고 2015년 이후 저출산 대응 예산이 이전보다 3배가량 급증했다”며 “그러나 저출산 예산 사업 항목 중에서 주거지원 예산(정부 자체사업 예산의 70% 이상을 차지)을 제외하면 출산·양육·돌봄과 일-육아병행지원 등 실질적인 저출산 대응 예산 규모는 2015년부터 정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거지원 예산으로 인해 저출산 대응 예산이 2배가량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얘기다.
홍 위원은 또 막대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대응 효과가 없는 상황이 아니라며, “오히려 실효적인 저출산 정책 투자를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기준으로 저출산 예산과 직접 밀접하게 관련되는 ‘가족지출’(아동수당·육아휴직급여·보육서비스 지출 등) 규모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한국이 1.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12%)보다 낮다.
토론자로 나선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도 “교육급여·공공주택(주거지원)·반값등록금까지도 저출산 대응 예산에 포함되고 있는데, 이런 분류 집계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과장된 저출산 예산’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저출산 대응에 정확하게 과녁을 조준해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설·보육 같은 서비스 지원 이외에 아동수당 같은 현금성 지원을 강화해온 방향이 효과 측면에서 맞는지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양육가구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수백조원을 쏟아붓고도 소용 없었고 헛돈을 썼다’는 여론은 잘못된 통념”이라는 분석이 참석자들 사이에 계속 이어졌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회복지지출 규모(302조원) 대비 저출산 예산(40조원)은 13.3%로, 한국은 오이시디 회원국 중에 국내총생산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율에서 하위권에 계속 머물고 있다”며 “‘저출산 대응에 돈을 쏟아부었다’는 표현은 과대 포장됐으며 사실은 저출산 대응에 적극적으로 돈을 쏟아붓지 않아온 우리사회의 실체와 현실을 왜곡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6년~2022년까지 시행해온 각종 저출산 대응 예산 사업들을 △임신·출산·양육 행위 자체를 지원해온 행위지원·직접지원 △출산·양육 결정을 할 수 있는 조건 형성에 집중하는 결정지원·간접지원으로 구분해 파악했다. 그는 “저출산 예산 개념을 앞으로 ‘직접지원 예산’ 중심으로 재구조화하고 재정립해, 저출산 대응 예산 규모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주거·청년고용·교육비부담 지원 등 간접지원 예산은 제외하고, 현급급여·돌봄서비스·의료비 지원 등 직접지원 예산만으로 저출산 예산규모를 정하자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저출산 예산이라는 개념 자체를 아예 버리고, 오이디시에서 사용하는 국내총생산 대비 가족복지지출 규모만으로 저출산 대응 투자규모를 측정·제시하거나, 이 지표를 저출산 예산과 더불어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또다른 발제자로 나선 이영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연구센터장은 주출산 여성연령대(31~35세) 수가 150만명 이상에서 유지되는 향후 10년(2023~2032년)을 “제2차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로, 초저출산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목표 시기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2022년 저출산 예산 중 주거지원 예산 사업이 40% 안팎에 이르고, 자녀수당과 모성보호급여는 합산 7조2천억원으로 14.0%에 불과했다”며, 10년 목표기간에 소요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민이 재정을 분담하는 별도 사회보험 기금(가칭 ‘출산육아기금’ 혹은 ‘부모보험’)을 도입하거나 △저출산 사업 수행을 위한 기금(가칭 ‘출생회복기금’ 혹은 ‘양육기금’) 설치를 제안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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