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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韓저출산 해결하려면 기성세대·기업문화 함께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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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골딘 교수 기자간담

韓출산율 0.86명···문제 알고 있어

여성 사회역할도 빠르게 변했지만

기존 제도·전통이 따라주지 못해

저출산은 단지 가정의 문제 아냐

일터 환경개선·사회 인식변화 필요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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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한 국가도 드물 것입니다. 이전 세대들은 (여성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적응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기성세대와 남성, 기업 문화가 변화해야 합니다.”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77)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9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에서 열린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경제가 너무 빨리 발전하면 전통과 충돌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여성의 교육 수준과 사회 진출이 급증했지만 제도와 문화가 뒤따르지 못해 저출산 문제가 심화됐다는 진단이다.

골딘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질문과 동시에 “한국의 출산율은 0.86명”이라며 지난해 1분기 기준 합계출산율을 이야기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로 올 2분기 현재 0.7명까지 떨어졌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인 유일한 나라다.

골딘 교수는 한국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는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가족과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는 직장의 문제로 직장들은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세대와 젊은 남성의 인식 변화도 촉구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아주 어렵다”며 “사회의 기성세대, 특히 그들의 딸보다는 아들에게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른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골딘 교수의 한국에 대한 이 같은 제언은 그가 50년간 이어온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1972년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까지 고용시장의 성별 격차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77세의 고령이지만 여전히 연구와 대외 활동은 왕성하다. 이날 노벨 경제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기 몇 시간 전 골딘 교수는 ‘왜 여성은 승리했는가’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골딘 교수의 성별 격차 연구는 1800년대 이후 2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다. 1800년대 초반과 1890년에서 1930년 사이 40년간은 기업이 더 많은 사무직 근로자를 뽑으면서 남녀의 임금 격차가 줄어들던 시기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1980년대까지 여성의 사회 진출 비율과 학력이 높아졌지만 남성과의 임금 격차는 줄지 않았다.

원인은 출산이었다. 정확히는 기업들이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을 원하지 않았다. 더불어 골딘 교수는 야근과 주말 근무에 대처할 수 있는 근로자에게 기업들이 더 많은 임금을 지불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육아 책임을 남성보다 더 많이 지는 여성에게 불리한 환경이다. 골딘 교수는 한 학술 블로그에 “(이런 환경에서) 남자들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놓치고 여자들은 직업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남녀 둘 다 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AP와의 인터뷰에서 “오후 3시에 일을 마치는 부모는 거의 없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한낮에 학교를 마친다”면서 “학교 시간을 늘리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문제”라며 시스템 보완을 제안하기도 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골딘 교수는 수 세기에 걸친 여성의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포괄적 설명을 사상 처음으로 제공했다”며 “여성의 노동시장 결과와 관련한 우리의 이해를 진전시킨 공로를 인정해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골딘 교수는 자신의 수상 자체가 경제학계에서 여성이 받는 편견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대표한다고 봤다. 그는 “경제학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바꾸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했다”며 “경제는 (여성이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것이고 불평등에 관한 것이며 여성 노동력, 또 행복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버드대 경제학부에서 종신교수를 확보한 첫 번째 여성이다. 1968년 이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 번째 여성이며 남성과 공유하지 않고 단독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이다.

보스턴=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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