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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강진 피해에도 국제사회 도움 없는 아프가니스탄…주민들, 맨손으로 필사의 구조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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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8일(현지시간) 지진으로 무너져버린 집 앞에서 한 소년이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해 2500명 가까이 사망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민들이 잔해 밑에 깔린 생존자들을 꺼내기 위해 맨손으로 땅을 파헤치며 필사의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진 발생 후 이틀이 다 돼 가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쏠린 국제 사회의 관심은 이곳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재난부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발생한 강진으로 현재까지 2445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2000명 이상에 달한다. 돌과 진흙으로 만들어져 지진에 취약한 가옥도 1300채 이상 파괴됐다. 지금도 수백명 이상이 잔해 아래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AP통신은 잿더미가 된 마을 아래 수많은 시신이 묻혀 있고, 주민들은 삽조차 부족해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거나 기약없이 도움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헤라트주 주민들이 잔해 속에 목까지 묻혀 있던 여자 아이를 무너진 건물에서 구출하는 영상 등도 올라오고 있다. 헤라트주는 이번 지진의 진앙에서 불과 44㎞ 떨어진 곳으로 가장 큰 지진 피해를 입은 곳이다.

헤라트에 머물고 있는 사진작가 오미드 하크주는 “사람들이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일부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울고 고함치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8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삽과 곡괭이로 잔해를 파헤치며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올초 튀르키예·시리아나 모로코 대지진 당시 국제사회가 앞다퉈 도움의 손길을 뻗었던 것과 달리 지진 발생 36시간이 지난 후에도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한 각국의 구조대원이나 구호물품을 실은 비행기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각 국가 정부들이 탈레반 정부와 직접 거래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데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개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지원을 약속한 국가는 이웃나라인 파키스탄과 중국 정도다. 국제구조위원회는 구조장비 부족으로 생존자 구출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아프가니스탄의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에는 적신월사 등 비영리 단체를 포함한 최소 12개 팀이 출동해 구조를 돕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헤라트 지역 병원에 최대 80명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용 텐트 5개를 설치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아프가니스탄 지국장인 아르샤드 말리크는 “이 비극으로 피해를 입은 숫자는 정말 충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위기에 또 다른 위기가 겹친 것”이라면서 “이번 지진 이전에도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들은 극심한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에 “긴급 자금 지원”을 촉구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올해 5~10월 사이 아프간 전체 인구 4200만명 중 1530만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중 340만명은 재앙적인 수준의 기아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니세프는 지난 5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1600만명이 극심한 기아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발표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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