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향해 쏜 로켓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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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하락 안정되는 듯 보였던 유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11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8일 오전(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4.7% 오른 86.69달러를 나타내고 있다.(오전 9시11분 현재)
영국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4.5% 오른 88.43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으로 지난 9월말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100달러에 육박하며 거의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WI 선물가격은 13개월 만에 95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주에는 미국 국채수익률 급등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85달러 안팎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번 분쟁의 당사자인 이스라엘이나 하마스는 원유 공급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하지만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정부가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RBC 캐피털마켓의 글로벌 상품 전략팀장인 헤밀라 크로프트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최근 몇 년간 이란의 원유 수출이 증가해왔다며 유가에 "이란이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지난 9월말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300만배럴을 넘어섰으며 하루 원유 수출량은 200만배럴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전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에 이란과 핵 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다시 제재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로 이란의 하루 원유 판매량은 2020년에 40만배럴까지 급감하기도 했다.
SPI 자산운용의 경영이사인 스티븐 이네스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역사적으로 중동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유가는 지속적인 강세를 나타낸다"며 분쟁 당사국이 산유국이 아니라도 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 매너지로 세계 최고의 에너지 트레이더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피에드 안두랜드는 SNS X를 통해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결국 원유 공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6개월간 미국 정부의 제재가 약화되면서 이란의 원유 공급이 급증했는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이란과 공모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미국 정부는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는 원유시장의 수급을 더욱 빠듯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이란간의 직접적인 분쟁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태도다.
최근 유가 급등의 주요 원인이 사우디의 감산 때문이었던 상황에서 하마스가 이란의 도움을 받아 이스라엘을 공격한 근본 원인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우디와 이스라엘간 관계 정상화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면 하마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기 때문에 이스라엘 공격을 감행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일 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대신 미국에 방위 조약을 요구하면서 이 협상안이 미국 의회에서 잘 통과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유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 내년에 증산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강경한 보복 조치를 다짐한 상황에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RBC의 크로프트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가 이스라엘의 격렬한 군사적 반격과 동시에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한편, 사우디 외교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양측은 확전을 중단하고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영토 점령의 결과로 인한 상황 폭발의 위험성과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당한 권리 박탈, 신성함에 대한 구조적 도발의 반복에 대해 거듭 경고해왔다"고 밝혔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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