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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북서부 강진으로 2000여명 사망···최근 20년 사이 최악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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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진 피해를 입은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주 여성들과 아이들이 8일(현지시간) 땅바닥 위에서 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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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진과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또다시 강진이 발생해 2000여명이 사망하고 9000여명이 다쳤다. 2021년 8월 탈레반 재집권 이후 2년간 해외 원조가 중단되고 경제가 붕괴하는 등 인도주의적 재난에 처한 상황에서 이번 자연재해까지 덮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당국은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2053명이 사망하고 9240명이 다쳤으며 주택 1329채가 파괴되거나 손상됐다고 이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는 최근 20년 사이에 아프간에서 지진으로 발생한 최악의 인명 피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11분(현지시간)쯤 아프간 북서부에서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아프간 북서부 헤라트주의 주도 헤라트에서 북서쪽으로 44㎞ 떨어진 지점이다. 진원의 깊이는 10㎞로 상대적으로 얕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후 규모 5.5, 4.7, 6.2의 강한 여진이 이어졌다.

이란 국경에서 동쪽으로 120㎞ 떨어진 헤라트는 아프간의 문화 수도로 꼽히며 약 190만명이 살고 있다. 지진은 헤라트주와 가까운 이란 일부 지역에서도 감지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헤라트주 당국은 지진 발생 직후 사망자를 100여명으로 추정했으나, 압둘 와히드 라이안 아프간 공보문화부 대변인은 애초 보고됐던 것보다 훨씬 더 많다고 밝혔다. 라이안 대변인은 6개의 마을이 파괴되고 수백명이 잔해에 깔려 있다면서 긴급한 도움을 호소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헤라트주 내 최소 12개 마을에서 주택 600여채가 파손됐다며 약 4200명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UNOCHA)은 “무너진 건물 아래에 사람들이 깔려 있고 수색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어 사상사 숫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USGS는 예비보고서를 통해 “재난이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면서 “과거 이 정도 수준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지역 또는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헤라트주 바시르 아마드(42)는 가디언에 “첫 번째 진동에 모든 집이 무너졌다”면서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매몰됐다. 소식을 듣지 못한 가족들도 있다”고 말했다. 첫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직장에 있었다는 네크 모하마드(32)는 AFP통신에 “집에 돌아와서 보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모든 것이 모래로 변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신 30구를 찾았다면서 “지금은 담요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여진이 계속되면서 겁에 질린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주민 수백여명이 집이나 사무실 밖에 서 있는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BBC는 아프간이 의료시설 부족으로 환자들을 진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헤라트 중앙병원은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부상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일부 환자들을 병원 건물 밖에서 진료하고 있다.

이번 지진은 2021년 탈레반 재집권 이후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아프간 주민들을 더 큰 어려움에 빠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2년간 아프간 국내총생산은 30~3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올해 5~10월 사이 아프간 전체 인구 4200만명 중 1530만명이 심각한 식량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중 340만명은 재앙적인 수준의 기아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니세프는 지난 5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1600만명이 극심한 기아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발표했다. 국제구호단체 상당수는 탈레반의 비정부기구(NGO) 내 여성활동 금지 조치 등에 반발해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특히 이번 지진의 직격탄을 입은 헤라트주는 수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인해 이미 농촌 공동체가 초토화된 상황이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로 이어지는 국경 일대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교차하고 있어 지진이 빈번히 발생하는 지대다. 지난해 6월에는 규모 5.9의 강진이 파키스탄 국경 인근에 위치한 아프간 남동부 빈곤 지역인 파크티카주를 강타해 1000여명이 숨지고 수만명이 집을 잃은 바 있다. 뒤이어 지난해 8월에는 홍수로 40여명이 사망하고 주택 790여채가 파괴되거나 손상됐다.

아프간 정부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부유한 동포들에게 고통받는 형제들을 위해 최선의 협력과 도움을 제공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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