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산불 연무'에 말레이 "피해에 항의 서한 발송", 인니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하나"
인도네시아 산불 |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최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칼리만탄섬에서 산불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근 말레이시아가 이 때문에 대기질이 크게 악화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공식 항의했다.
이에 인도네시아는 국경을 넘은 연무는 없다고 반박해 외교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닉 나즈미 닉 아흐마드 말레이시아 환경·기후변화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국경을 넘는 연무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인도네시아 환경부에 서한을 보냈다"고 말했다.
아흐마드 장관은 인도네시아에서 건기마다 농장을 개간하기 위해 불을 놓다 대규모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생겨난 연무가 바람을 타고 말레이시아로 넘어와 피해를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리고 이 문제에 대해 조치해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 서한을 보냈다"며 이런 일이 거의 매년 발생하는 만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차원에서 입법이나 협정을 통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티 누르바야 바카르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 장관은 "말레이시아가 어떤 근거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말레이시아 요청에 따라 일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바카르 장관은 또 위성 데이터로 확인한 결과 인도네시아에서 말레이시아로 국경을 넘은 연무는 없었으며 산불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건기가 길어지면서 대형 산불도 계속되고 있다. 이 영향으로 남수마트라 지역은 공기 질 지수(AQI)가 '위험' 수준인 300을 넘는 날이 이어지고 있으며 인근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고 공무원들도 재택근무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공기 질 역시 '나쁨'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놓고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2일 수마트라섬과 칼리만탄섬에서 화재를 나타내는 약 250개의 발화점을 감지했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대기질 오염 책임을 인도네시아로 돌리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9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영향으로 인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물론 태국과 필리핀까지 연무가 퍼지면서 대기질이 크게 악화한 바 있다.
세계은행은 당시 인도네시아에서는 서울 면적(605㎢)의 15.5배인 9천420㎢의 산림이 불에 탔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최소 52억 달러(약 7조6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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