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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스포츠 대표팀은 대회 전후로 적잖이 따가운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이번 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스포츠는 ‘뜨거운 감자’였다. 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정통 스포츠와 달리 PC와 모바일 기기 등으로 경쟁하는 이스포츠가 아시안게임에 입성하는 것이 정당한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선수들의 병역특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메달리스트를 조명하고자 마련된 기자회견장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한 기자는 이스포츠 간판스타이자 LoL 대표팀 주장 ‘페이커’ 이상혁을 향해 “이스포츠가 스포츠가 맞느냐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다른 기자는 병역특례 논란을 의식한 듯 ‘쵸비’ 정지훈에게 “군대에 가게 된 청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는 짓궂은 질문을 하기도 했다. 병역특례가 자연스레 여겨지는 타 스포츠 종목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불편한 기색 없이 차분히 대응했다. 이상혁은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 게 기존 스포츠 관념인데, 경기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많은 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LoL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지훈은 “저희가 병역혜택을 받았는데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서 감사하다”라며 “군대에 가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가서 잘 생활하셨으면 좋겠다”고 몸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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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 클럽 대회인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사한 포맷으로 진행되는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인기는 미국프로야구(MLB) 등에 못지않다. 2021년 롤드컵 결승전 분당 평균 시청자는 약 3000만명, 최고 동시 시청자는 약 7380만명에 달했다.
젊은 소비자 눈길이 쏠리는 대회라 스폰서 면면도 화려하다. 코카콜라와 레드불 등 세계적인 음료 브랜드를 비롯해 독일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가 이름을 올린다. 우승 트로피 케이스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제작할 정도다. LoL 개발사 라이엇게임즈가 2010년부터 지역 프로리그와 국제대회를 꾸준히 개최하며 보폭을 넓혀온 결과다.
별개로 LoL 이스포츠 한국 리그인 LCK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리그로 통한다. 올해 스프링·서머 시즌 해외 평균 시청자 수는 25만5000명에 달했다. 국내 평균 시청자도 12만7000여명이었다. 지상파나 케이블 중계 없이,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서만 거둔 성적이다. “LoL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라는 이상혁의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페이커 사인 받자…스타 중에 스타가 된 페이커=달라진 시대 분위기는 항저우 대회 현장에서도 감지됐다. 이번 대회를 가장 뜨겁게 달군 스타는 이강인(축구)도, 황선우(수영)도 아닌 이상혁이었다. 해외 매체 로이터 통신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주목할 선수 6인 중 하나로 이상혁을 꼽았다. 한국 선수 중에선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당시 로이터는 “페이커는 이스포츠의 마이클 조던이라고 불린다”며 “최근 10년 동안 리그오브레전드를 지배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스포츠가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 최초로 정식 종목이 되면서, 페이커는 이번 대회 가장 매력적인 카드가 됐다”고 짚었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 이상혁이 머무는 곳은 사인과 기념 촬영을 원하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입국 당시부터 항저우 국제공항에 중국팬들이 장사진을 쳤고, 선수촌 내에서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선수들이 이상혁에게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항저우 현장에서 이상혁은 ‘선수들의 선수’ ‘이번 아시안게임 최고의 스타’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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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일각에선 시대적 흐름에 따라 스포츠를 둘러싼 생태도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스포츠는 3년 뒤 일본에서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선을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스포츠를 올림픽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통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가 조금씩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스포츠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이스포츠 선전, 게임 인식 완화 기대”=게임 업계는 이스포츠 국가대표팀의 선전이 국내 게임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게임은 최근까지도 ‘신림동 칼부림’ 용의자의 범행 동기로 거론되기도 하는 등 여전히 중독 물질 등으로 치부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의 위상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부정적 편견이 가득하다”며 “이스포츠 선수들의 노력과 경기력이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길 바란다. 이스포츠가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잡으면 게임에 대한 인식도 점차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게임업계와 이스포츠업계에 대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철수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1일 자신의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게임은 단순한 흥미 위주의 오락이 아닌 프로그래밍,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 작가의 창작(스토리), 음악과 함께 과학, 문화, 이제는 스포츠까지 융합된 4차 산업”이라며 “우리나라 게임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를 바라며 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은 지난달 30일 개인 SNS에 “꼭 금메달을 따지 않아도 게임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주권자의 취미 생활”이라며 “항저우에서 전해오는 낭보를 접하며 앞으로도 게임을 질병이나 해악 취급하려는 모든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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