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찐빵의 생존일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 웰다잉 프로젝트 = 봉봉 만화.
어딘가 뒤틀린 현대 사회에 SF적인 요소를 가미해 우화처럼 풀어낸 단편 만화집이다.
맨 앞에 실린 단편 'ANA'에서는 인공자궁이라는 논쟁적 사안을 중심으로 여론의 민낯을 다뤘다.
인간용 인공자궁이 출시되자 세상은 찬반 여론으로 들끓는다. 어떤 사람은 신의 섭리를 들먹이고, 어떤 사람은 성평등을 앞세우며 자신들의 주장을 내놓는다.
그 가운데 인공자궁으로 탄생한 첫 아이인 '아나'가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사랑스러운 모습의 '아나'는 영유아기에는 인공자궁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다가, 인공자궁 클리닉이 벌인 사회적 문제점이 드러나자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후 '아나'가 비운의 사고로 세상에서 사라지자 다시 사람들은 그를 추모한다.
손바닥 뒤집듯 흔들리는 여론과 이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미디어를 꼬집은 만화다.
또 다른 단편이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웰다잉 프로젝트'는 죽음까지도 예능 소재로 다뤄지는 가상의 사회를 그렸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참가자에게 가장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할 기회를 주겠다며, 준비 과정을 TV로 중계한다.
어떤 이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어떤 이는 스포츠카를 종류별로 몰아본 뒤 미녀들에게 둘러싸인 채 죽음을 맞이한다.
이 모든 것을 거부한 출연자가 자연스러운 죽음을 택하지만 이마저도 상품으로 소비된다.
이외에도 '붉은 여왕', '마지막 비행', '햄스터가 손톱을 먹었다', '신은 변기' 등 여러 단편을 통해 번뜩이면서 동시에 섬뜩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봉봉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웹툰 '회색방, 소녀'로 데뷔했다. '후궁공략', '불공정게임' 등을 그렸다.
씨네21북스. 288쪽.
▲ = 윤찐빵 지음.
얼떨결에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한 작가의 힘겨운 학창 시절을 생생히 담은 만화다.
친구들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작가는 입학한 뒤로 한동안 새벽 3시까지 잠을 자지 못한다. 살인적인 수업량을 따라잡지 못해 매번 복습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 졸지 않으려고 줄곧 서서 수업을 들었고, 졸릴 때마다 자기 몸을 깨물어 팔이 멍투성이가 되곤 했다.
여기에 낮은 성적을 조롱하는 친구까지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내몰린다.
그런데도 작가는 과학고에서 낙오하지 않고 버텨낸 뒤 과학기술원으로 진학해낸다.
과학고에서의 생활을 끔찍하게만 묘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당시의 경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일반고등학교 졸업생에게는 생소한 과학고만의 풍경도 흥미롭게 묘사된다.
우선 쉬는 시간 종이 울리지 않는다. 교사가 가르칠 내용이 남았다고 생각하면 시간의 제약 없이 쭉 이어서 수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재학생끼리 팀을 이뤄 R&E(연구·교육) 실험 활동을 진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칠 때 성적을 기준으로 조기졸업자를 결정해 자신의 진로를 일찍 정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작가는 이 '과학고 생존일지'를 인스타그램에 올려 1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모았다.
사회평론아카데미. 272쪽.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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