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1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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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가 정부 셧다운을 피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제외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만이 아니라 정부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추가적인 자금 지원이 없을 경우 우크라이나 공무원 임금 및 공공 서비스 지출에 필요한 자금이 한 달쯤 뒤면 바닥 날 것이라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4일 공화당 상원 대표 미치 매코넬 의원에게 미 의회가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삭감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경제적·정치적 충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협력을 요청했으나, 미 의회는 6일 뒤인 지난달 30일 결국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빠진 임시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공무원 15만명과 교사·교수·학교 직원 50여만명의 임금, 보건 서비스와 주택보조금 등 공공 서비스 지출에 필요한 미국의 자금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일단 10월분 11억5000만달러는 우크라이나로 송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이후에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서방은 그동안 세계은행의 ‘행정 역량 유지를 위한 공공 지출(PEACE)’ 프로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234억달러(31조8216억원)를 제공했다. 이 중 200억달러는 미국이, 20억달러는 영국이 부담했다.
한 우크라이나 관리는 우크라이나가 미 의회의 임시 예산안 의결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항목이 빠지는 경우에 대비해 10월까지는 대책을 세워뒀으나 11월 이후에는 공공 부문 임금 삭감이나 차입 실행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관리는 11월과 12월에는 다른 예산을 미리 당겨 사용해 급한 불을 끌 수 있으나 미국의 추가 지원이 없을 경우 2024년은 암울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외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을 디폴트(채무불이행) 바로 직전 단계인 ‘Ca’로 평가한 바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이 끝난 뒤에도 러시아의 침공을 억제하는 능력을 유지하려면 군사적으로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강해져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으나,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 지원을 국내 문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받아들인다.
우크라이나 정부 예산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줄어들 경우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이 도움을 줄 수 있으나 미국의 지원은 서방이 전쟁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능력이 있느냐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미국의 예산 지원이 중단될 경우 우크라이나 국내 여론의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이 정치적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 폴란드, 루마니아 정상들과 프랑스 외교장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어떤 경우에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면서 “시간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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