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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영산강서 발견된 고선박 ‘나주선’…30m 길이 대형 고려 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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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재硏 연구 결과 발표

“태조 왕건 나주서 활약과 연관

영산강 주변서 교류한 것 실증”

전남 나주 영산강에서 발견된 고선박 ‘나주선’은 길이가 30m에 이르는 대형 군선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홍순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학술지 ‘해양문화재’ 최근호에서 나주선의 구조와 크기를 재해석한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홍 학예연구사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수중 발굴된 고려시대 고선박과 문헌 자료, 부재로 쓰인 나무의 자생 상태, 기존 조사의 실측 자료 등을 토대로 나주선의 구조와 규모를 재검토했다. 나주선은 길이 96척(尺·1척은 31.22㎝)에 해당하는 29.97m, 너비 9.05m(29척), 높이 4.37m(14척) 규모의 배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세계일보

‘나주선’ 나무 부재 발견 당시(2019년) 모습.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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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학예연구사는 “문헌에 나오는 고려 군선 중 대선(大船: 바다에서 쓰는 큰 배) 크기”라며 “규모로 볼 때 왕건의 나주 수군 기지인 남포진에 소속된 군선 중 대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재위 918∼943)은 지금의 나주 지역에서 크게 활약한 바 있다. 고려 전반을 기록한 역사서인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왕건은 903년 수군을 이끌고 후백제의 후방이었던 금성군(錦城郡: 나주의 옛 지명)과 주변 10여 군현을 공격해 점령했다.

고려사는 특히 태조가 군사를 끌고 나주로 간 사실을 언급하며 “(태조가) 배 100여척을 더 만들게 하니, 큰 배 10여척은 각각 사방이 16보(步)로서 위에 망루를 세우고 말도 달릴 수 있을 정도”라고 전한다. 홍 학예연구사는 나주선이 곡물 등을 실어 나르는 조운선으로 쓰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나주선에서 찾은 각 부재의 위치와 구조도 재검토했다. “기존의 조사·보존 처리 보고서는 저판재 1점이 배의 오른쪽(우현·右舷) 첫 번째 저판 일부라고 추정했으나, 재검토 결과 좌현 마지막 열에 해당하는 선체 조각으로 밝혀냈다”고 적었다. 배의 오른쪽 선수(船首: 배의 앞부분)에 있었으리라 여겨 온 만곡부종통재(‘ㄴ’자 모양으로 깎아 만든 연결 부재) 1점과 관련해서는 “결속시키기 위한 나무못인 피삭 부분이 (저판 부분과) 일치하지 않아 위치가 불명확하다”고 짚었다. 홍 학예연구사는 “나주선은 영산강을 중심으로 활동한 교류의 실증 산물로, 강에서 발견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선박 자료로서 고고학적·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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