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오징어 게임' 전세계 돌풍

‘오징어 게임’ ‘수리남’ 이은 넷플릭스 추석 상품 기대했는데…‘도적: 칼의 소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6위

" 왜놈을 따라야만 부자가 될 수 있고, 동포를 배신해야만 살 수 있는 이런 시상(세상). " " 죽거나 도망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천한 연놈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자. "

중앙일보

이윤은 그를 암살하려는 청부업자 언년(이호정)이와 때론 대결하고 때론 협력한다. 사진 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통쾌한 대사에 독일산 마우저 C96과 일본군의 남부 14식 자동권총을 서로 겨누는 대치 장면, 그리고 간도라는 무법천지 배경까지…. ‘오징어 게임’(2021), ‘수리남’(2022)에 이어 추석 연휴마다 대작을 공개해 온 넷플릭스의 올 추석 기대작 ‘도적: 칼의 소리’다. 남의 것을 빼앗는 ‘도적(盜賊)’이 아니라 ‘도적(刀嚁)’, 칼의 소리라고 한다.

중국의 땅에 일본의 돈과 조선의 사람이 몰려드는 간도. 노비 출신에 일본군으로 6년 전 조선 대토벌 작전에 가담해 동포들을 학살한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 이윤(김남길)이 나타난다. 의병장 출신 최충수(유재명)를 찾아가 용서를 빌고 목숨으로 속죄할 요량이었지만, 마적에게 함부로 약탈당하는 조선인 마을의 비극을 본 뒤 마음을 바꿔 도적단을 꾸린다. 조선 총독부 철도국 과장으로 위장한 독립군 남희신(서현)은 간도선 철도 부설 자금을 빼돌리려 총잡이 언년이(이호정)를 고용해 간도로 향한다. 회령에서 명정으로 거액의 현금이 수송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윤의 도적단과 중국의 마적단도 현금 수송 열차를 노린다. 한편 이윤의 지휘관이었던 일본군 이광일(이현욱)도 약혼녀 남희신의 안전과 열차를 지키기 위해 간도로 향한다.

모든 욕망이 뒤엉키는 땅 간도를 배경으로 한 9부작 드라마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 이은 오랜만의 만주 웨스턴이라며 기대를 모았다. 제작비는 36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수리남’의 경우 6부작 350억원 규모였다. 지난달 22일 공개 후 4일 만인 25일부터 국내에서는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OTT 순위 집계 업체인 플릭스패트롤 기준이다. 그러나 5위권 이내를 기록한 국가는 말레이시아ㆍ나이지리아ㆍ싱가포르ㆍ태국ㆍ베트남 정도이며, 국가별 주목도는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달 24일까지 넷플릭스 공식 집계로는 영어로 제작되지 않은 TV쇼 가운데 전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중앙일보

조선 총독부 철도국 과장으로 위장한 독립군 남희신(서현)과 이윤의 엇갈린 사랑이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사진 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 네 편 분량인 9부작 8시간 37분을 끌어가고도 갑자기 다른 국면의 이야기로 전환될 듯 끝나버린 엔딩이 아쉬웠는지 주연 김남길은 "시청자들이 가진 궁금함을 ‘시즌 2’를 통해 풀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북촌로에서 만났다.

Q : 공들인 액션이 많았다. 서부극에 자주 나오는 20㎏의 윈체스터를 비롯한 총기 액션도 화려하더라.

"윈체스터ㆍ리볼버를 아침저녁으로 석 달 가까이 돌리면서 내 몸처럼 익숙하게 만들었다. 상황마다 액션 디자인을 다르게 했다. 도적이 되기로 마음먹는 심경의 변화는 롱테이크 액션으로, 45명의 도적단과 합을 맞추는 장면은 액션을 줄일 사람은 줄이고 부족한 사람은 역할을 키우는 식으로 밸런스를 맞췄다."

Q : 일제강점기 배경이다.

“1920년대 시대적 배경 하려면 책임감 없이 할 수 없다. 독립에 대해서라면 조심스럽고 진중하게 가기로 했다. 그래도 이윤이 독립군이 아니어서, 또 획일화된 인물이 아니어서 좋았다.”

Q : 희신과의 로맨스, 언년이와의 액션은 어땠나.

“희신 역의 서현은 너무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촬영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마음이 강한 걸 섬세하게 표현해 줘서 좋았다. 언년이 역의 이호정은 트렌디한 느낌이 강해 시대극에서는 많이 덜어냈다. 영화 ‘미스터 앤드 미세스 스미스’의 콘셉트를 가져온 언년이와의 액션에서는 이전까지 진지했던 이윤도 좀 풀어질 수 있었다.”

중앙일보

의병장 출신으로 활 잘 쏘는 최충수부터 총잡이 강산군, 쌍도끼 휘두르는 초랭이까지 도적패들의 개성을 살렸다. 사진 넷플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남길은 “처음에는 20부작의 코미디로 기획됐던 것이 ‘시대물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데 코믹물로 하는 게 아쉽지 않냐’는 주변의 의견에 따라 바꿨다”고도 말했다. 청부업자인 언년이가 “예의”를 말해가며 주인공 이윤을 살려준다거나, 대규모 병력을 이끄는 일본군 장교 이광일이 여러 차례 무리하게 이윤과 1대1 대결 상황을 만들어 패하는 등 대본의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공들인 액션의 빛이 바랬다. 또 20부작이 9부작이 되면서 인물의 관계가 납득하기 어렵게 전개됐고, 일제강점기 시대극이라는 무게에 짓눌렸는지 이야기가 길을 잃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남 구례의 의병장 출신으로 말 위에서 활을 쏘는 최충수를 비롯해 쌍도끼 휘두르는 남사당패 출신 초랭이(이재균), 명사수 강산군(김도윤) 등 도적패들이 다양한 무기를 들고 개성을 뽐낸다. 다소 무리한 설정이지만 철도국 간부로 위장한 독립군인 남희신(서현)을 비롯해 이윤과 같은 노비 출신으로 간도에서 여관과 무기 사업을 하는 김선복(차청화) 등 여성 캐릭터들도 살렸다. 가장 큰 발견은 모델 출신 배우 이호정. 2년간 킥복싱을 배우며 연마한 액션으로 청부업자 언년이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