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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개미는 되고, 기업은 안 되나...가상자산 투자 열어줘야”[마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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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다 앞서 나가는 데”....뒤쳐진 한국 가상자산 시장

정부의 6년 전 ‘임시조치’, 시장 옥죄는 그림자 규제화

STO·스테이블코인 활성화 기반 터줘야

“법인 가상자산 계좌 허용이 선결과제”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가상자산 시장이 날로 커지는 와중에 한국은 점점 뒤처지는 모양새다. 다른 국가의 경쟁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의 파이를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 참가자들만 뒷짐 지고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비교적 잠잠하지만, 미국 투자은행(IB)들은 잇따라 가상자산 사업을 확장하고 관련 상품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가상자산 투자 상품은 물론 비트코인 담보 현금 대출 서비스를 내놨고, JP모건은 투자 상품 제공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체 가상자산인 JPM코인을 발행해 전세계 기업·기관 간 결제에 쓰고 있다. 일본의 노무라 그룹도 기관 투자자 대상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하는 등 활발히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돈에 관한 한 그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글로벌 IB들이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이유가 투자기관 및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수요 증가와 시장 확장 속도에 있음은 물론이다.

분위기가 이러한데 국내 기관 및 기업들은 왜 손을 놓고 있을까. 그 이유는 한국에서 법인 대상 가상자산 계좌 개설이 사실상 막혀 있어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활발해지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도,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장 참가자들의 의지도 높은 상황. 자본시장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법인 계좌 발급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상자산 거래 계좌 못 트는 국내 기업들...뒤쳐지는 韓 가상자산 역량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에게만 가상자산 거래 통로를 열어주고 법인 계좌 개설은 계속 막혀있는 상태”라며 “취약성이 더 높은 개인투자자에게는 열려있고, 기관들에게는 막혀 있는 건 형평성도 맞지 않다. 가상자산 시장 확대기인 지금 시점에서는 이렇게 제약을 두는 건 기회의 측면에서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는 않으나, 한때 드리웠던 ‘금지의 그림자’가 시장에 잔존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정부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일체 금지하는 지침을 제시한 이후 그 기조가 암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시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국내에 체계나 기반이 다소 미비한 상황이었기에 급하게 임시 조치를 통해 막아뒀던 셈이다.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된 가상자산 사업자 규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도 법인 계좌 개설 금지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 은행들은 6년 전 임시조치의 눈치를 보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가상자산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요한 투자 포트폴리오 대상 자산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미 헷지 수단 및 대체투자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형 연기금은 물론, 하버드와 예일대 등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평가 받는 해외 대학 발전기금들도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 및 관련 자산을 편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IB들은 이미 가상자산 시장에 최초 상품을 쏟아내면서 경쟁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된 이후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가상자산 관련 1호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대형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가해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금융은 특히 ‘선점효과’가 강한 영역이다. 왜 가상자산 시장에서 국내 금융사가 1호 상품을 만들면 안되나”며 “국내 법인의 투자가 막힌 상황에서는 해외에서 가상자산 기반 상품이 쏟아져도 국내 금융사는 투자할 수가 없고, 하려고 해도 해외로 나가서 간접적으로나 시도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새 먹거리’ STO 시장 본격화…지급결제 기반도 ‘법인 계좌 허용’이 핵심


황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도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증권형토큰(STO) 사업 기반 마련에는 법인들에 대한 가상자산 계좌 개설 허용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STO가 발행된 이후 활발하게 유통되려면 교환 매개나 가치저장용으로 쓸 결제수단이 필요하다”며 “현금성 결제를 대체해 STO거래를 자동화하기 위해 활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편리한 수단이 스테이블코인이다. 선제적으로 STO를 본격화하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빠르게 만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해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하려면 일단 금융회사를 비롯한 일반 법인들도 가상자산을 매입하고 거래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며 “결국 법인의 가상자산 취득 경로인 계좌가 열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에 가상자산 계좌를 허용하는 것에 따른 리스크관리가 우려될 경우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모든 회사에 처음부터 다 열어주는 방향이 쉽지 않다면 최소한 투자자보호 장치를 갖춘 금융기관 및 관계사를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계좌발급을 열어주는 방향도 있다”며 “이제는 글로벌 트렌드를 감안해서라도 가상자산에 대한 판단을 금융사가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관련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게 해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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