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후 하반기 한국경제에 복합위기 우려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경제가 상저하고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환율 변동성으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우려로 한국 무역에 '빨간불'이 켜지면서다. 통상 원화 가치가 절하되면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현재는 기술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요인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 우려도 한국 경제성장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연간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242억6500만 달러(약 32조8790억원)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4억67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이달 들어 중순까지 우리나라 수출액이 늘었지만 무역적자 기조는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1~20일 수출액은 359억56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9.8% 늘어나며 지난 6월(5.2%) 이후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다만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7.9% 줄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5.5일로 작년(13.0일)보다 2.5일 더 많았다. 지난해 추석연휴는 9월 9~12일로 올해보다 2주일 정도 빨랐다.
단기성 통계의 특성상 남은 기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달도 수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 이달에도 수출이 줄어든다면 감소세는 1년째 이어지게 된다. 변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회복 여부와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가 될 전망이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던 수출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수입물가 인상 가능성까지 겹친 것이다. 떨어진 원화 가치는 수입 물가를 높인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4.4% 오르며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실제 추석을 앞두고 외환 시장은 요동쳤다. 지난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8원 오른 1349.3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종가 기준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은 이날 장중 1356.0원까지 올랐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21일(1356.6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도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의회가 29일(현지시간)에도 예산안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연방정부가 업무를 중단하는 '셧다운'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셧다운은 10월1일 이전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필수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기능이 모두 중단되는데,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뿐 아니라 불확실성이 높아져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외에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한국 경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어렵사리 잡아가던 물가를 다시 들썩이게 할 수 있어서다. 지난달 전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결정을 계기로 국제 유가가 최근 13개월 만에 최고점을 경신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하반기 경기가 반등하는 상저하고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사업장을 방문해 "경기 흐름은 일단 바닥에서 서서히 회복 국면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며 "수출은 10월이 되면 플러스로 갈 거다. 만약에 조금 늦어도 11월에는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 고금리의 장기화와 셧다운 우려, 유가 상승 국면 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보면 여전히 흐름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좋아지는 모습으로 간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최예지 기자 ruiz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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