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가 생각하는 추석은
차례·성묘 생략…‘당일’ 식사만
‘주방은 금남’ 옛말…요리는 함께
“내내 가족 보면 일하는 기분”
![]() |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박혜원·정목희·효정·박지영 기자] “설거지도 남자가 해야죠.” 기혼 여성 이모(28)씨는 이번 추석을 외가 가족들과 강화도에서 보낼 예정이다. 친부모와 이모, 남편만 함께 하는 여행으로 친가 방문은 없을 예정이다. 차례나 벌초, 성묘 등의 절차가 없는 단순 가족 여행인 것.
음식은 인근 마트에서 장을 봐 함께 차린 뒤, 설거지 등 뒷정리는 남성이 맡아서 한다. 여성이 명절 음식을 만들고 남성이 차례를 진행하던 전통적 명절 풍경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씨는 “명절은 그저 ‘빨간 날’에 불과하다”며 “명절 가족 모임도 식사 한 끼 정도의 의미일 뿐 꼭 가야 하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조상’ 안 모신다…차례·성묘는 생략=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차례, 성묘 등 ‘조상’을 위한 행사를 치르지 않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김모(28)씨 가족은 할아버지 혼자 성묘를 진행한다. 김씨는 “성묘 드리는 건 할아버지 혼자이고, 엄마와 삼촌만 동행해 할아버지를 모셔다 드리기만 한다”며 “증조 할아버지, 할머니는 직접 뵌 적도 없다 보니 굳이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모(29)씨 역시 “예전엔 하루이틀 외가에 함께 있으며 성묘도 다녀왔지만, 명절은 당일치기로만 방문해 가족과 모여 식사를 하고 오는 것으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했다.
차례 절차를 생략하는 가족도 많다. 대개 조부모 세대를 거치면서 차례 문화 자체가 자연스럽게 사라진 경우다. 기혼 여성 김모(26)씨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론 아무도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고 했다. 김모(29)씨는 “며느리들이 고충이 많다며 몇 년 전부터 차례는 사라졌다”며 “기일에만 직계 가족들이 모여 산소에서 제사를 지낸다”고 했다.
이 같은 추세는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롯데멤버스가 20~50대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4%는 이번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했다.
![]() |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지난 26일 오전 이용객들로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가족 보면 ‘일’하는 기분…‘여행’ 갈래요”=올해 추석은 6일간 긴 연휴가 이어지는만큼 올해 추석엔 가족보단 개인 시간을 보내겠다는 이들도 많았다. 통상 수일 간 친척들과 함께 지내는 문화가 ‘당일’ 방문으로 간소화된 영향이 크다. 김모(26)씨는 “남편과 둘이 쉬고 싶어서 이번엔 외가만 방문하고 친가는 가지 않을 예정”이라며 “연휴 동안 다 방문하면 쉬는 게 아니라 일하는 기분이 들 것 같다”고 털어놨다.
미혼인 이씨 역시 추석 당일 조부모 댁에 방문하는 일정 외엔 개인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이씨는 “대부분 시간은 집에 머무르면서 평소 취미인 공연을 많이 보러 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주방 들어가는 남자들…요리·설거지도 함께=여성은 요리, 남성은 차례로 구분됐던 전통적 성 역할 역시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김모(29)씨 가족은 차례를 진행하지만, 남성 가족들도 요리에 참여한다. 김씨는 “모여서 요리를 하지는 않고, 각자 집에서 요리를 해와 나누어 먹는 것으로 간소화해 진행한다”며 “여성들과 함께 절을 올리니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다같이 인사할 수 있게 되어 더욱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했다.
미혼 박모(28)씨 역시 “삼촌, 아버지는 사랑방에 머물고 할머니와 엄마, 이모만 주방에서 분주한 모습이 당연했던 어렸을 때와 지금은 확연히 분위기가 다르다”며 “차례를 지내지 않고 명절을 맞아 모여서 요리를 해먹는 것으로 간소화된 영향과 함께 사회 분위기도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 같다”고 했다.
kl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