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잘 봐, 언니들이 지은 거다”···4계절 내내 건설현장 지킨 ‘여성 노동자들’

경향신문
원문보기

“잘 봐, 언니들이 지은 거다”···4계절 내내 건설현장 지킨 ‘여성 노동자들’

서울맑음 / -3.9 °
건설현장 여성노동자 사진전 속 ‘언니들’의 이야기
방진마스크와 안전모를 착용한 신혜씨, 목장갑을 끼고 망치를 든 애숙씨, 작업화를 신고 드라이버를 허리에 찬 영금씨…….

지난 9월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는 이 같은 복장을 입은 건설현장 여성노동자 사진전이 열렸다.

사진전을 연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대한민국 건설현장에서는 곳곳에서 여성노동자들이 한 사람의 기능인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건설산업 내 다양한 직종과 계층 속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을 알리고, 일상 속 현장에서 다양한 여성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4계절 내내 건설현장을 지키며 묵묵히 건물을 쌓아 올린 ‘언니들’의 한 장면과 이야기를 모았다.

2020년 김신혜씨(51)가 충남 서산시의 작업 현장에서 열선을 용접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 제공

2020년 김신혜씨(51)가 충남 서산시의 작업 현장에서 열선을 용접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 제공


김신혜씨(51)는 올해 12년 차 용접사다. 화기 감시자로 건설현장에 처음 발을 들였다. 제 4회 사진전에서 김씨에게 최우수상을 안겨준 사진은 2020년 가을 어느 날 충남 서산시의 한 작업 현장에서 찍었다고 한다. 사진 속 김씨는 파이프에 감긴 열선을 용접하고 있다.

“화기 감시자 할 때 용접사 아저씨들은 뭘 하나 들여다봤어요. ‘아저씨 이거 하는 게 어려워요?’ 물어보고 다녔어요. 긍정적인 얘기를 해줬죠. ‘그럼 이걸 어디서 배우면 될까요?’ 물어보니 노조 교육을 소개해주더라고요. 제가 충남 건설노조 지부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교육을 받은 거예요. 한 3개월 파고들었죠.”


“항상 어딜 가든 조심해야 하고, 우리가 넘어지면 나만 아프지 누가 알아주는 거 하나 없거든요. 나만 손해에요. 작업자가 ‘이건 좀 위험하지 않나’ 얘기해도 ‘그냥 하라’고 답하는 회사가 많아요. 그러니까 항상 갈 때는 ‘오늘도 무사히’라는 마음으로 갑니다. 그나마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겨서 작업자 안전에 전전긍긍하는 곳이 늘어났어요.”

2017년 4월15일 김애숙씨(47)가 경기 안양시의 작업현장에서 주차장 슬라브를 깔고 있다. 건설노조 제공

2017년 4월15일 김애숙씨(47)가 경기 안양시의 작업현장에서 주차장 슬라브를 깔고 있다. 건설노조 제공


김애숙씨(47)는 건설현장에 발을 들인 지 7년 3개월이 됐다. 산악회에서 만난 언니 소개로 일하게 됐다.

“지하주차장 슬라브(아래층 천정이자 위층 바닥)를 깔고 있네요. 끝 부분에 못을 꼼꼼히 박아야 모양이 예쁘게 나옵니다. 매일 똑같은 마음이지요. 다치지 않고 무사히 같이 일하시는 분들과 마음 맞춰 하루를 마무리 하는 거요.”


2021년 9월 박영금씨(48)가 경기 화성시 작업현장에서 슬라브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 제공

2021년 9월 박영금씨(48)가 경기 화성시 작업현장에서 슬라브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 제공


2021년 9월 어느날, 박영금씨(48)는 경기 화성시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판넬을 이용해 슬라브를 설치했다. 박씨는 카페를 운영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을 이기지 못하고 약 2년 전 폐업했다. 이후 건설업에 종사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여성도 남성 못지 않게 일할 수 있습니다. ‘가정주부만이 아닌 노동의 주인도 될 수 있다’고 응원해주는 노조 조합원들로부터 용기를 얻어 형틀목수로 일하게 됐습니다.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노동합니다.”

2020년 박미경씨가 건설현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건설노조 제공

2020년 박미경씨가 건설현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건설노조 제공



해체정리공 김은희씨가 건축물 해체 작업 중이다. 건설노조 제공

해체정리공 김은희씨가 건축물 해체 작업 중이다. 건설노조 제공



타설공인 김복재씨가 콘트리트 진동기 작업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 제공

타설공인 김복재씨가 콘트리트 진동기 작업을 하고 있다. 건설노조 제공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3년 8월 기준 전국의 여성 건설업 노동자는 15만1000여명이다.


하지만 여성 건설 노동자 처우는 열악한 상황이다. 건설노조 ‘2023 폭염기 공공공사 건설현장 편의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전용 샤워실, 탈의실이 없는 현장은 93%에 달했다. 휴게실이 없는 현장은 86%가 넘었다. 여성노동자는 단순 업무에만 배치되거나, 숙련 기술을 쌓을 기회가 없어 낮은 임금을 받는 등 차별적 근로환경에 놓여 있기도 하다.

건설노조는 지난 9월18일부터 10월7일까지 건설현장 여성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 공모를 받고, 오는 11월11일 제7회 여성 건설노동자 사진 공모전 수상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 무슨 옷 입고 일할까? 숨어 있는 ‘작업복을 찾아라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