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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김영란법' 취지 무색…밀려드는 국회의원 추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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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원회관에 추석 선물 '산더미'
"사실상 국회의원이 방관하는 것" 비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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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접대문화와 청탁문화를 근절하고자 제정된 '김영란법' 및 시행령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추석을 앞둔 국회 의원회관엔 고가의 선물들이 쉴새없이 쌓였다.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 국회의원들 앞으로 도착한 추석 선물 택배들이 쌓여 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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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하루에 700~800개 정도 배송합니다. 정말 많을 땐 1000개 가까이 됩니다."

지난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후문에서 만난 한 택배업자는 "하루 한 번에 다 배송하지 못해 두 번씩 올 정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탑차에 올라 허리도 펴지 못한 채 내릴 물건을 정리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차 옆에 쌓인 택배가 어림잡아 100여 개는 돼 보였다. 그는 이 택배들을 다시 손수레에 실어 회관 안으로 옮기는 작업까지 해야 끝난다고 했다.

회관 1층 후문 출구 쪽에 마련된 물품보관소에는 이미 많은 택배가 쌓여 있었다. 운송장을 살펴보니, 국회의원 앞으로 온 물건이었다. 명품한우세트, 한돈(韓豚)세트, 인삼·홍삼세트, 농산물, 과일류, 건어물, 화장품 등 종류도 다양했다. 협회나 조합 등 단체나 신원을 알 수 없는 개인이 보낸 선물들이다. 짐을 가지러 온 의원실 보좌 직원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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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 국회의원들 앞으로 도착한 추석 선물 택배를 옮기는 직원.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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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6일까지도 같은 풍경이었다. 많은 택배가 보관소를 가득 채웠다. 세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한 국회 직원은 <더팩트>와 만나 "이달 중순부터 명절 선물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런 풍경은 서울에 가을비가 내렸던 지난 21일에도 볼 수 있었다. 배송 지연 등을 고려해 서둘러 보낸 선물로 보였다. 전국 각지에서 보낸 특산품이었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실에서 근무한다고 밝힌 A 비서관은 "명절 연휴를 앞두고 하루에 3~4개가량 택배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실의 B 비서관은 통화에서 "순수한 명절 선물로 봐달라. 청탁이나 대가성 선물이라면 요즘 시대에 큰일 난다"고 강조했다. 또 "방(의원실)마다의 다르겠지만, 통상 직원끼리 선물을 나눠 갖는다"고 귀띔했다.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시행됐던 5만 원 미만 선물 세트 판매량 급증했던 것과 대조됐다.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접대문화와 청탁문화를 근절하고자 제정된 '김영란법' 및 시행령 시행된 지 7년이 됐지만,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는 입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많다. 물론, 한시적인 조치이고, 내수 진작과 어려움을 겪는 농수축산물업을 살려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이 법 취지를 흐리고 있다는 논란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선물 가액 범위 등을 조정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이 올라갔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이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이 10만 원(설날·추석 20만 원)에서 15만 원(설날·추석 30만 원)으로 상향됐다. 명절(설·추석)에 한해 선물 상한액 기준은 두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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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택배배송 직원이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6일 국회 의원회관 입구에 국회의원들 앞으로 도착한 추석 선물 택배를 나르는 모습.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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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회가 2021년 12월 수수가 허용되는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의 가액 범위를 설·추석 명절 기간, 당시 현행의 두 배인 2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일명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농어민 단체 등이 지속해 선물가액 범위를 상향 조정해달라는 요구해왔던 점과 심화한 농어민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거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아예 농수축산물 선물을 김영란법상 '적용 배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현행 김영란법상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에서 농축수산물 및 농축수산가공품을 '선물이 가능한 가액 범위'와 관계없이 제외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 의원은 제안 이유에 대해 청탁금지법의 본래 취지는 고가의 사치스러운 선물 등을 공직자 등에게 전달해 공정한 직무수행의 훼손을 방지하는 것인바, 농업인과 어업인들이 생산한 농수산물까지 법률적 제재 선물에 포함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고, 내수 진작과 국내 농수산업 활성화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국회의원의 명절 선물은 원천 차단하는 것이 옳다는 비판이 나온다. 배경혁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은 통화에서 "명절 때만 의원회관에 선물이 쌓이는 것은 특권 폐지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상 국회의원이 방관하는 것"이라면서 "학교 교무실에 의원회관처럼 많은 선물이 쌓여 있다면 국민이 보기에 어떻겠나"라고 지적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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