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7일 단식 투쟁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국회 앞 천막에서 조정식 사무총장 등 의원들의 요구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태 의원은 전날 본회의장 야당 의원들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를 찾았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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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민주라는 이름을 달 자격도 없는 이런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민주당 의원의 반국가적인 행태를 보고서도 말을 못 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 이런 것이 바로 공산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겁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북한에서 쓰레기가 나왔어, 쓰레기가.”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본회의에서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지난 6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북한인권재단은 출범도 못 했다며 “북한 인권 문제에서 가해자이자 폭압자, 독재자인 김정은의 편을 들면서 북한 인권 문제만 나오면 입을 닫고 숨어 버린다”고 주장하자 의석에서는 박영순 민주당 의원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태 의원은 다음 날 단식 중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천막에 찾아가 소리를 질렀다. 국민의힘은 해당 발언을 한 박 의원과, 5일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권 1년 4개월은 헌법 파괴의 시간”, “대통령은 극우 뉴라이트 이념만 설파하고 다닌다”고 발언했던 같은 당 설훈 의원을 함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그러자 민주당도 태 의원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제1야당을 적대세력으로 매도ㆍ모욕하고,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을 훼방하고 모욕하는 난동을 부렸다”며 맞불 제소했다.
국회의원의 막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21대 국회 시작 이후 윤리특위에 제소된 53건의 징계안 중 막말 25건 포함 37건이 말과 관련된 상대 당의 문제제기였다.
징계 대상 된 의원들의 '막말'
막말은 양당의 '타깃'이 됐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2020년 한 유튜브 방송에서 "법사위 힘들겠다. 개소리를 어떻게 듣고 있지"라고 발언해 제소당했고, 2022년에는 김건희 여사 사진을 두고 '빈곤 포르노'라고 발언한 것이,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당시 화동의 볼에 입을 맞춘 것을 두고 '성적 학대'라고 한 것이 빌미가 됐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후쿠시마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고 발언해 윤리특위에 회부됐다.
국민의힘에서는 태영호 의원이 '공산 전체주의 맹종' 발언 외에, 앞서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한 뒤 "4·3사건은 명백히 김씨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됐다. 신원식 의원도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은 스스로 북한정권의 2중대를 자임"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양당 대표도 제소를 피할 수는 없었다. 먼저 민주당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해 “민주당이 불치의 병에 걸린 것 같다. 마약에 도취돼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그를 윤리특위에 제소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그다음 날, 앞서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대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집권 여당이 돌팔이 과학자를 불러다 발표하는 것이 괴담"이라고 발언한 것을 제소하면서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 장동혁, 정경희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대정부질문 중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한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과 태영호 의원에게 막말을 한 것으로 지목된 박영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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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막말 징계'는 0건… '흠집내기' 목적
막말로 윤리특위에 제소된다고 해서 징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1대 국회에서 징계가 처리된 안건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당시 의원)가 2022년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검수완박)로 불리는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률 처리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석을 점거해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받은 것이 유일하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 거래 관련 징계, 윤미향·박덕흠·이상직 의원의 이해충돌 관련 징계 등은 논의된 바 있지만 실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막말에 대한 제소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으로 여겨지고, 징계를 하는 각 당에서도 상대 당 흠집 내기를 위해 징계를 오히려 활용하는 실정이다. 그사이 정치의 격은 떨어지고, 여야의 상호 불신과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실망감은 갈수록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윤리특위 소속 한 의원은 27일 "징계안 상당수가 상대 당을 겨냥한 정치적 목적인 경우"라며 "윤리특위가 모든 징계안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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