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최고 3조2000억원의 시장 가치(기업가치)를 목표로 내세워 주목된다. 상장 준비 기업은 이전에 상장한 동종 기업들의 시총에서 일정 수준을 할인해 희망 공모가액을 도출하는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할인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할인율에 대한 명확한 산정식이 없어 기업이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할인율이 낮을수록 기업의 몸값은 커지는데,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희망 공모가액을 산출할 때 쓴 할인율은 최근 5년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 중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가뜩이나 2차전지 기업은 몸값이 비싼데 할인율도 적게 책정해 고평가 논란이 일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공동주관회사 NH투자증권은 회사의 희망 공모가액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비교 회사로 중국의 대표 전구체 업체 CNGR,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를 선정했다.
문제는 할인율에 대한 명확한 산정식이 없어 기업이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할인율이 낮을수록 기업의 몸값은 커지는데,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희망 공모가액을 산출할 때 쓴 할인율은 최근 5년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 중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가뜩이나 2차전지 기업은 몸값이 비싼데 할인율도 적게 책정해 고평가 논란이 일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래픽=정서희 |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공동주관회사 NH투자증권은 회사의 희망 공모가액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비교 회사로 중국의 대표 전구체 업체 CNGR,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를 선정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최종 희망 공모가액을 정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4곳의 비교 기업 평균 EV/EBITDA(기업의 가치인 EV가 상각전영업이익 EBITDA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이용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적정 시총을 도출했다. 이를 발행주식수로 나눠 주당 평가가액을 낸 뒤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액 밴드를 확정했다. 이에 따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희망 공모가액 밴드는 3만6200~4만6000원이다.
기업의 가치가 뻥튀기됐는지 보려면 할인율에 주목해야 한다. 할인율은 명확한 산정식이 없어 증권사·상장 준비 기업이 자의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할인율이 낮을수록 희망 공모가액 밴드가 올라가 기업의 시총도 늘어난다.
IPO를 하려는 회사는 ‘몸값 부풀리기’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은행 등 기관에서 돈을 빌리면 꼬박꼬박 이자를 내야 하지만, IPO는 그렇지 않다. IPO는 기업이 가장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할인율을 낮게 잡아야 최대한 많은 현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할인율은 14.0~32.3%다. 할인율이 단일 숫자가 아닌 범위로 제시되는 이유는 희망 공모가액이 밴드, 즉 구간으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즉 주당 평가가액을 14% 할인한 수치는 공모가액 밴드의 최상단(4만6000원)으로, 32.3% 할인한 수치는 공모가액 밴드의 최하단(3만6200원)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증권신고서 |
밴드 최상단 기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할인율(14.0%)은 최근 5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한 기업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낮다.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총 40곳인데, 이 중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할인율은 3번째로 낮았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보다 더 낮은 할인율을 적용한 회사는 넥스틸(5.80%), 롯데정보통신(13.10%)뿐이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상장 초반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IPO 최대어였던 LG에너지솔루션의 할인율은 37.40%였고, 최근 상장을 진행 중인 두산로보틱스의 할인율은 23.8%다. 그 외에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총 1위 하이브의 할인율이 15.70%로 비교적 낮았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주관사도 할인율이 낮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최근 5년 유가증권시장 평균 공모할인율보다 (할인율을) 다소 낮게 설정한 이유는 보수적인(신규 회사가 진입하기 어려운) 공급망에 따른 미래 실적 가시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지난해 매출 중 관계사인 에코프로비엠 매출 비중은 92.8%에 달한다. 관계사 의존도가 높은데,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증권신고서 |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매출은 최고 8배, 당기순이익은 최고 18배 많은 회사를 비교 기업으로 삼았다. 지난해 말 기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매출액은 6652억원이었는데, CNGR은 5조5399억원, 엘앤에프는 3조8873억원, 포스코퓨처엠은 3조3019억원이었다.
비교 기업 중 유일하게 에코프로머티리얼즈보다 매출이 적은 곳은 코스모신소재(4856억원)인데, 당기순이익은 코스모신소재가 더 컸다. 지난해 코스모신소재의 당기순이익은 277억원으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156억원)보다 121억원 많다. 이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높은 매출 원가율( 91.7%)에 따른 것이다.
일각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금감원 심사를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감원은 희망 공모가액을 다시 산출하라고 명령하기도 한다. IPO를 하려는 기업은 금감원에 희망 공모가액 산출 과정이 담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데, 이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실제 금감원은 2021년 크래프톤에 증권 신고서를 정정하라고 했는데, 이 때문에 크래프톤은 희망 공모가액을 45만8000~55만7000원에서 40만~49만8000원으로 낮춘 바 있다. 현재 크래프톤은 이보다도 훨씬 낮은 14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금감원은 통상 증권신고서의 효력 발생일 전까지 기재 정정을 요구하는데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증권신고서의 효력 발생일은 다음 달 24일이다. 중대한 사안이라면 금감원은 청약일 전날까지 기재 정정을 요구할 수 있다.
현재 증권신고서의 희망 공모가액은 말 그대로 회사가 희망하는 금액일 뿐 실제 공모가액은 아니다. 실제 공모가액은 다음 달 말쯤 있을 기관 투자자의 수요 예측을 거쳐 확정된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