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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29)는 지난 6월 엔화 환율이 910원대에 들어서자 여유자금을 환전했다. 엔화가 저점을 찍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엔화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800원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A씨는 "엔화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예상과 달리 약세가 계속되는 게 의외"라고 했다.
올해 들어 꾸준한 강세를 이어가는 일본 증시에 국내 투자금이 몰린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부각되면서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일본은 견조한 순매수세다. 그러나 엔저 현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환차익을 기대한 일학개미들의 얼굴엔 먹구름이 드리웠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9월1일~25일)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 금액은 6979만여달러(약 940억원)로 집계됐다. 국내 투자자는 올해 4월부터 줄곧 일본 주식 순매수세를 보여왔다. 순매수 금액은 4월 49만달러(약 6억원)에서 점차 늘다가 7월에 1억 5388만달러(약 2073억원)로 정점을 찍었다.
중국에서 부동산 위기가 불거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아시아 시장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이달 국내 투자자는 중국, 홍콩, 대만,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순매도세를 보였다. 아시아 시장에서 순매수세를 보인 국가는 일본을 제외하면 호주(순매수 규모 약 8만달러)와 싱가포르(약 26만달러)뿐이었다.
국내 투자자가 유독 일본에 몰리는 이유는 증시의 강세와 엔화 약세의 영향이다. 올해 들어 닛케이225지수(닛케이 평균주가)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25.77% 올랐다. 올해 초 강세를 보이던 엔화는 지난 4월26일 1004.17원(100엔당)으로 고점을 찍고 급락해 지난 7월31일 896.95원을 기록했다. 이날도 900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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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들은 엔저 현상 해소를 노리고 일본 증시에 뛰어들었다. 이달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구매한 일본 주식은 '아이셰어즈 미국 국채 20년물 ETF(상장지수펀드)'다. 7위에는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 ETF가, 8위에는 아이셰어즈 SP500 엔화 헤지 ETF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이라는 것이다. 엔/달러 변동에 따른 수익률 변화 없이 기초지수 수익률만 추종한다. 엔화의 달러에 대한 약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엔저 현상이 해소되면 해당 종목의 원화 가치가 올라가서 환차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엔저 현상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엔화는 900원대에서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엔화가 가장 고점을 기록했을 때도 920원대에 잠시 머무르는 데에 그쳤다. 강세를 보이던 닛케이225지수도 이달 들어서는 1.2% 하락하며 지지부진한 흐름이다.
여기에 미국 국채 ETF 수익률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수익률엔 빨간불이 켜졌다. 이달 1일과 비교해 이날 기준으로 아이셰어즈 미국 국채 20년물 ETF는 7.5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채 엔화 헤지 ETF는 3.37%, 아이셰어스 SP500 엔화 헤지 ETF는 4.6%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금리의 상승세를 점치면서 엔화가 추가적인 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금리 지속과 미-일 금리차를 생각하면 엔-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조정할 필요가 있지만 엔화 가치의 추가적인 약세를 우려할 구간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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