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수도 카불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대규모 카메라 감시망을 설치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협력하려 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내무부 대변인 압둘 마틴 카니는 탈레반 정권이 도시 곳곳에 대규모 카메라 감시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불에는 이미 감시 카메라 수천 대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고 한다. 앞서 탈레반은 카불과 다른 도시 여러 곳에 중앙 통제되는 카메라가 최소 6만2천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탈레반은 이들 기존 카메라를 보완하는 데 이어 앞으로 4년에 걸쳐 카불과 다른 도시 내 거점에 대규모 카메라 감시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카니 대변인은 말했다.
탈레반은 이를 새로운 보안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카니 대변인은 "현재 안보 전문가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카불 보안 지도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해 탈레반은 화웨이와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카니 대변인은 밝혔다.
지난달 화웨이 측과 카메라 감시망에 대한 내용을 간단하게나마 의논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화웨이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특정 계획을 세운 단계는 아니라고 카니 대변인은 부연했다.
앞서 지난달 블룸버그도 탈레반과 화웨이가 감시 카메라 설치에 대해 구두로 합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탈레반은 이 외에도 미군이 2021년 철수하기 전 현지에 남겨둔 감시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날 소식은 탈레반이 이슬람국가(IS) 단속과 치안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전해졌다.
탈레반과 IS는 같은 이슬람 수니파 계열이지만 관계가 나쁘다. IS는 미국과 시아파를 대하는 탈레반의 태도가 너무 온건하다고 비난해왔으며 최근 아프가니스탄 곳곳에서 테러도 벌이고 있다.
탈레반의 움직임에 대해 가뜩이나 여성 등을 억압하고 공포정치를 일삼고 있는 탈레반 정권이 감시 시스템 확충을 통해 저항 세력은 물론 일반 시민에 대해서도 억압적인 정책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금과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탈레반 정권이 이런 감시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자원을 어떻게 충당할지 확실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구체적 논의 사항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서도 "중국은 늘 아프간 평화와 재건 과정을 지지했으며 중국 기업이 관련 실무 협력을 수행하도록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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