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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요즘 조폭은 어때?” 형사들 모여 ‘험악한 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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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요즘 조폭은 어때?” 형사들 모여 ‘험악한 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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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첨단화된 조폭범죄 대응… 50여명 3박4일 합숙 워크숍
전국 조직폭력배 담당 형사들이 한 곳에 모였다. 매년 여름에 열리는 3박4일간의 워크숍이다. 1년에 한 번뿐이라 그들에게는 같은 일을 하는 동료끼리 친목을 다지는 차원을 넘어 조폭 수사기법과 정보를 교환하는 특별한 ‘합숙훈련’으로 불린다.

28일 강원 횡성의 한 리조트.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 소속 조폭 담당 형사 50여명의 표정은 내내 진지했다. 형사들이 전하는 조폭 범죄는 다양했다. 조폭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중간 간부 이상급 조폭은 2000년대 이후부터 합법적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주가조작이나 기업 인수·합병으로 대표되는 지능화된 범죄는 그들의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다는 게 형사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털기’ 범죄도 출현했다. 대기업이 아니라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대형마트에 물건을 헐값 또는 무료로 무더기 납품한 뒤 그 미수금을 갚지 못하게 되면 협박을 하고, 나중엔 그 마트를 인수하는 식이다. 인수 뒤에는 대형마트의 물품이나 기자재 등을 여기저기에 모두 팔아버리고 이득을 남긴다. 현장에서 만난 한 형사는 이것을 “대형마트 해체” 범죄로 불렀다.

반면 행동대원급 이하 조직원들은 아직도 유흥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다. 서울 시내 경찰서의 한 조폭 담당 형사는 “서울은 예전의 큰 조직들이 거의 대부분 와해된 상황이지만 강남 쪽은 조폭 추종세력들이 ‘보도방’(접대 여성 불법 공급업)이나 불법 콜택시 영업(일명 콜뛰기)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7~8년 전부터는 보험범죄에 손을 대고 있다. 가짜 사고를 낸 뒤 피해자와 보험조사원을 협박해 보험금을 타내는 식이다.

보험금 규모가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대까지 고액이라 사업자금이나 조직 운영자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주거가 불분명한 노숙인 등을 이용해 보험살인을 하는 잔인한 조폭들도 있다”고 형사들은 전했다. 보험범죄는 최근 들어 잦아들었지만 아직도 뿌리가 완전히 뽑히진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워크숍의 주제도 보험범죄에 맞춰졌다.


조폭은 법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하기 때문에 검거가 쉽지 않다. 서울 은평경찰서 김승훈 형사는 “한 조직을 잡기 위해 6개월 이상 계획을 세워도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조폭을 쫓는 경찰도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형사들은 최근에는 출동 시 수입차 등 고급 승용차를 이용하거나 식당 등 영업용 차량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차량 번호판을 여러개 갖고 다니며 검거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대구지방청의 한 형사는 “대부분 조폭들이 형사들 차량이나 경찰서 차량 번호를 외우고 다녀 번호판을 수시로 바꾼다”고 말했다.

이날 강사로 나섰던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 한광규 팀장은 “치밀해지고 첨단화되는 조폭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두목급의 자금줄을 캐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