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광수 국민은행 시장운용부장
24년차 채권·파생·외환시장 전문가
올해 연말 뉴욕에 딜링룸 확장 계획
연말 환율, 1200원대로 하락 전망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힘들었을 때요? 2007년 11월 27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아직까지 날짜도 기억해요. 이날 시장 앞에선 겸손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 이때 경험에서 배워 2020년 3월 코로나 쇼크로 여기저기 손실로 어려워할 때, 저흰 오히려 큰 수익을 냈죠. 그때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길광수 국민은행 시장운용부장을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 국민은행 딜링룸이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올해로 24년차 뱅커로 자금, 채권, 파생, 외환 부문에서 일했다. 부장 직함을 단지는 3년차다.
길광수 KB국민은행 시장운용부장. (사진=이정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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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놓친 덕에 자본시장 세계 입문
1년 차 신입사원 시절 지점에서 근무하던 길 부장은 우연한 계기로 자본시장 세계에 발을 들였다. 어렵게 받은 3일의 여름휴가를 앞두고 금고 청소, 현찰, 서류 등 모든 정리를 완벽히 해두라는 상사 말에 그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했다. 청량리역으로 떠나기 몇 시간 전 일하던 지점에 불시 시재검사가 나왔고 결국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날을 계기로 길 부장은 자금증권부에 입문하게 됐다. 그는 “휴가 준비를 완벽히 해둔 덕에 자금증권부에서 시재감사 나오셨던 윗분들이 좋게 봐주셨고, 자본시장 쪽에 신입사원을 추천하는데 그날 사건을 계기로 저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자금과 운용을 두루 경험하고 MBA를 거쳐 현재 그는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채권, 외화 및 금리파생 전문가 과정 등을 강의하는 전문가이자 35명의 부서원을 책임지는 관리자가 됐다.
국민은행은 올해 1월 외환거래 플랫폼인 ‘KB Star FX’를 런칭했다. 일평균으로 5000만달러 이상 거래량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초에는 개인고객들을 위해 모바일 전용으로 외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길 부장은 “개인 고객들이 모바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사항이 있었다. 아무래도 개인들은 접근하기 쉬워야 하니 그 부분을 반영해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은행은 싱가포르, 런던에 딜링룸이 형성돼 있다. 올해 연말에는 뉴욕까지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 외환시장 선진화도 있고 24시간 트레이딩 시스템을 완성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 앞에서 교만하지 말아야”
길 부장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시장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이제 막 선임을 달았던 그에게 2007년 사태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경험이다. 그는 “그때 전 금융사 손실이 막대했다. 그동안은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내가 잘하는 줄 알았는데 시장이 이렇게 무서운 거란 걸 배웠다”며 “그래서 그때부터 시장 앞에서는 교만하면 안된다는 걸 항상 새기고 있다”고 했다.
서브프라임의 혹독한 경험으로 그는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길 부장은 “서브프라임 때 힘들어 하던 후배 딜러들을 토닥이면서 ‘이게 아마 10년 뒤엔 우리한테 큰 자산이 돼 있을 거다’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2020년 3월 13일 코로나로 인해 금융 시장이 빅 쇼크가 나던 날, 이자율파생운용팀에서 하루에 수십억원의 플러스를 냈다. 그는 “은행의 수익을 방어했다는 것도 보람을 느꼈지만 예전의 쇼크를 경험했던 게 큰 자산이었다”며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이 있는 딜러랑 없는 딜러랑 차이가 갈리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길 부장은 강의에서도 이 경험을 얘기하면서 ‘의욕은 넘치되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은 우리보다 훨씬 크다’라는 말을 자주한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내년 외환시장 선진화 준비 박차
길광수 KB국민은행 시장운용부장. (사진=이정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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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은 내년 하반기부터 외환시장 운영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고, 해외 소재 외국금융기관이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국은 향후 외환시장 운영시간을 24시간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인력 보충, 야간 근무조 편성 등 다양한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새벽 2시까지 외환시장이 열리는 만큼 이에 따른 인력 보충, 업무 강도 등을 두고 고민이 많다. 길 부장은 “저희는 현재 인력 보충에 방점을 두기 보다 현재 시스템으로 잘 준비해 보자는 입장이다. 우선은 해외 데스크를 활용하자는 대안이 현실적으로 맞아 보인다”며 “새벽 2시까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도 쉽지 않아보이고 실제 시장이 열렸을 때 어떻게 시장이 돌아가는지도 봐야 해 다들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투자 부분에서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길 부장은 “네트워크와 경험이 많은 굴지의 글로벌 은행들이 선점할 리스크가 있다”며 “우리나라 시장에서 오픈하는 만큼 글로벌 은행과 국내 은행이 같은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서 내 ‘칭찬 금지’ 징크스
시장운용부에선 운용 수익에 대한 칭찬은 악담과도 같다. 길 부장이나 동료의 칭찬을 받은 직원의 실적이 뒤로 가는 부서의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한테 잘한다고 해주면 이상하게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직원들도 칭찬해주면 취소해 달라고 요청한다”며 “잘하면 표정으로 씩 웃어주거나 토닥거리는 게 끝이다. 말로 하는 칭찬은 연말 회식 때 한번 한다. 작년에 코로나도 있고 해서 3년 만에 처음 전체 회식에서 칭찬해줬는데 저뿐 아니라 직원들이 울컥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말 환율, 1200원대로 하락 전망
길 부장은 남은 하반기 금융시장 전망에 대해 ‘고금리 장기화’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 때 우리나라는 금융안정자금까지 포함해 약 300조원을 풀었지만 미국은 약 6000조원을 풀었다. 금리를 더 올리는 통화정책만으로는 이전 수준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울 것 같다. 경제적 여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한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최근 환율이 1340원대에서 단기 고점을 본 만큼 연말에는 1200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그는 “중국이 제일 큰 변수인데, 4분기에는 무역수지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특히나 장기화된 공급망 이슈가 어느정도 해소되면서 중국 위기에도 우리나라가 살짝 디커플링 되며 다소 원화 강세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1200원 후반 정도는 트라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산업군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 옛날만큼 중국 영향에 크게 휘둘리지 않을 거라는 바람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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