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세토 국방장관 "매우 심각", 내무부 차관 "내정 간섭"
독일 외무부 "이주민 구조는 법적, 인도적, 도덕적 의무"
왼쪽부터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 타야니 외무장관, 크로세토 국방장관 |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독일 정부가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선을 운영하는 비정부기구(NGO)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소식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을 통해 처음 보도됐다.
그동안 이탈리아 정부는 국경없는의사회(MSF) 등 NGO의 지중해 구조 활동이 이주민들의 위험한 항해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NGO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의 활동을 제약하는 데 힘써왔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난민 구조선이 아프리카와 이탈리아 사이를 오가며 '난민 택시' 역할을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정부가 협조하기는커녕 거꾸로 지중해에서 이주민을 구조해 이탈리아로 데려오는 NGO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크게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자금을 지원받을 NGO는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선을 운영하는 독일 구호단체인 'SOS 휴머니티'로 밝혀졌다. SOS 휴머니티는 성명을 통해 독일 정부로부터 약 79만유로(약 11억4천만원)를 지원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아울러 이탈리아 내에서 이주민을 돕는 가톨릭 자선단체에도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이탈리아 총리실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즉시 독일 당국에 연락해 해명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고, 니콜라 몰테니 내무부 차관은 "독일 정부의 심각한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구이도 크로세토 국방장관은 24일 발간된 이탈리아 일간지 라스탐파와 인터뷰에서 독일 정부의 계획은 "매우 심각하다"고 평가한 뒤 이주민 유입을 막으려는 이탈리아 정부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로세토 국방장관은 "독일 정부는 NGO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이론적으로는 '우호적인' 국가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독일 정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안사 통신에 바다에서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은 "법적, 인도적,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배를 타고 이탈리아에 도착한 이주민은 13만2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만9천여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올해 이주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이탈리아 정부는 자국에 들어온 이주민의 구금 기간을 종전보다 최대 4배(18개월)로 늘리고, 구금 시설의 수를 늘리는 조치를 내놨다.
이탈리아 정부는 새 조치가 시행되면 자국에 입국한 이주민 대다수를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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